"단식 66일째"

벌써 66일째인가? 지난 4월 초,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시민 한 사람이 KBS 추적 60분 방송을 촉구하며 KBS 출입문 앞에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매일같이 그 앞을 오가면서도 무심히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로 그게 벌써 66일째인 모양이다.




여기 올리는 사진은 모두 지난 4월, 단식 21일째에 찍은 사진이다. 당시 기사를 작성할 생각으로 단식중인 분(황우석 관련 카페에서 '우주별왕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고 했다)과 몇 마디를 나누며 찍은 것인데, 다른 업무에 밀려 결국 기사화는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 단식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시 그 분은 "방송이 관철될 때까지"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걸 굳이 그렇게 물었던 이유는, 단 하루만 밥을 굶어도 견디기 힘든 나로서는 '단식21일'이라는 그 숫자가 도대체 아득하게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식 66일째라니..

텐트 안쪽에 비치는 우주별왕자님의 모습이 하도 꺼칠해서 차마 질문은 던지지 못하고, 밖에서 텐트를 지키는 분에게 물어봤다. "몸 상태는 괜찮으냐.. 단식을 언제까지 계속할 거냐"고.

오는 토요일에 단식투쟁을 마친다는 대답이다. 현재의 몸 상태로는 더 이상 단식하는 일이 무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행이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지지가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동원하는 방식이 꼭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동의하기란 쉽지 않아서다.

지난 해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하여 무려 100여일의 단식을 벌인 스님이 있었다. 얼마 전 대법원의 '이유 없다'는 판결로 공사가 재개되면서 마무리된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몇 가지 측면에서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한 점에서 그렇고, 100여일과 70여일이라는 장기간의 단식을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도 국민 일반의 동의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사건은 무척 닮아 있다.

다른 점도 있다. 한 사건은 신문과 방송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총리까지 나서 챙길 정도로 대단한 이슈파이팅을 할 수 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어떤 언론의 조명도 받지 못하고 어떤 정치인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결국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조용하게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전자가 수조원의 국고 손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데 반해, 후자는 수조원의 국고 손실을 막자는 취지에서 벌인 단식 투쟁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결과는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이슈파이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주제가 건설적이 아닌 파괴적인 데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에니웨이, 우주별왕자님의 건강을 빈다.







 
<덧붙이는 글>
그동안 KBS 측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어떤 반응도 없었다"는 답변이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단식까지 벌이는 데 대해서는 기꺼운 동의를 보내기 힘들지만, 그러나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3개월이 넘게 준비했다는 특허권과 관련한 프로그램의 방영을 굳이 그렇게 결사적으로 막으려드는 KBS 경영진의 태도다. 너무 자주 인용되어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고 난 이후의 판단은 국민이 할 일이다. 게다가 언제라고 KBS가 그렇게 완벽한 프로그램만 내보냈다는 말인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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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 낚이는 걸지도 모르지만, 빼앗길수는 없어.

    Tracked from stickysquid's Blog 2007/01/16 13:26 Löschung

    미국에게 이길수 있는 일을 뺏기고 싶지않아.황우석은 사람을 너무 믿었을 뿐이야.그때 휩쓸리지 않아서 난 똑똑한거라고 믿었는데, 완전 바보꼴이잖아.100만명을 채우면 되겠지?다들 도와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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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노씨 2006/06/09 04:0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그냥 사족으로 한마디..
    21일째 단식한 사람 치고는 참 건강해뵈네요.
    저도 어쨌든 우주별왕자님의 건강을 바라지만..
    :)

    • 하민혁 2006/06/09 18:34  편집/삭제  댓글 주소

      사진을 너무 잘 찍어서 아닐까요? ^^
      암튼, 어제 봤을 때는
      말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로 꺼칠해있더라구요.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서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4. kms 2006/06/11 12:0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과학적으로 틀린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되지 않는것이 아닐까.
    일방적인 의혹제기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거 같던데.

  5. oseb 2006/06/12 19:4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저런 사람도 있었군요. kbs 방송 내용이 뭔지 한번 방송 해 보는 것도 좋겠죠.
    앞전에 시사집중인가 하는 낮에하는 KBS 프로그램에서 황씨에 대한 내용을 생방송으로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 다 본다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온통 앞뒤 안맞는 주장말 할 뿐.

    그래도 저렇게 사람이 66일씩이나 단식하고 있다는데 특히 KSB는 그 고귀하신 국회의원한테까지 "물은 셀프"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생수 정도는 한 잔 들고가서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요?

    (전 황씨 지지자가 아니라서 지지자 분들은 제 글을 보면 화딱지가 막 생기겠군요.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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