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논문조작 사태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인 모습이다.

MBC와 YTN, 조중동과 프레시안 등이 서로 관점을 달리 한 접근으로 혼돈 양상을 보이던 사태가 최근에는 KBS가 '추적60분'을 통해 MBC 'PD수첩'과는 다른 포맷의 방송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짐짓 방송사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KBS가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이에 반발한 담당 PD가 방송용 원고를 공개하는가 하면, 이를 두고 방송 원고 공개에 따른 저작권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누구 말대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다 '줄기세포 박사'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 보태야 할 이야기가 있을 듯싶지도 않고, 더 해봐야 그말이 그말에 지나지 않을 듯싶어 지난 연말에 다른 블로그에 적은 글 하나를 옮기는 걸로 이번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한다.<통신보안>


참.. 쉽지않은 문제다. 물론 형식논리적으로만 보자면, 황우석 교수는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어야 한다. 원천 기술이 있는가 없는가를 떠나 이미 드러난 논문 조작 하나만으로도 그는 비난 받아 마땅하고, 고개를 숙이는 게 상식적인 행동양식이다. 그런데도 그는 고개를 치켜들고 불만을 토로한다.

왜 그럴까? 황우석 교수에 대해 내가 절망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 황 교수의 행태를 보면, 그는 아마도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못내 불만인 듯싶다.

하나는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PD수첩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접근 방식이 다른 목적성을 띠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문제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데서 심히 못마땅해 하는 걸로 보인다.

또 하나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서다. 이번 사태를 있게 한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연구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비판자들 쪽에서 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불만이다. 이같은 그의 불만은 그의 발언하는 행간마다에서 그대로 읽힌다. 프로젝트 자체가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구조인데, 일종의 조율사에 해당하는 자신이 어떻게 그 모든 과정을 다 커버할 수 있겠느냐는 항변이 그것이다.

첫번째 불만의 목소리에는 상당수의 국민이 공감하고 그래서 이미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준 바 있다(언론의 'PD수첩식' 접근 방식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지난 2000년도부터 지적해온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고 본격적으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볼멘 소리에 이르면 이건 아무리 접어주고 생각하려 해도 그 일이 쉽지 않다. 보다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만일 황교수의 계속되는 강변이 자신은 할 바를 다 했으나 다른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사실 황교수의 강변은 이것 말고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억울하다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황교수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그가 설사 세계를 리드하는 '기술'을 지닌 것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팀원 가운데 누가 잘못을 했건, 황교수의 주장대로 다른 팀에서 뭔가가 잘못되었건을 떠나서 일차적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다름아닌 제일 저자로서의 황교수 자신이다. 그건 상식이고 최소한의 예의다. 하지만 황교수에게서 이같은 책임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행보에서 보이는 건 온통 구차한 변명과 책임회피 뿐이다.

지금 황교수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전형적인 무책임의 모습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자기 한몸을 던져야 한다. 그것도 더 늦어서는 안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되기까지 걸어온 지난한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 받는 길 또한 거기서 찾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어줍잖은 변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는 황교수를 거리켜 '영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황교수의 행태 어디에도 영웅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고 했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아니라 기꺼이 죽어주는 모습으로 거듭나는 황교수이기를 바란다. 영웅이 없는 시대, 황우석이라는 영웅에 환호했던 사람들에게 최소한 죄는 짓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통신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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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BS 문형렬PD '추적60분' 원고 공개

    Tracked from 민주통신 블로그 2006/04/06 23:30 Löschung

    잠적 KBS문형렬PD '추적60분'원고 독점공개<폴리뉴스> 방송용 원고 독점 공개 KBS가 불방결정을 내린 '추적60분-줄기세포 편'의 방송용 원고가 공개됐다. 서울 시내 모처에 은둔중인 문형렬 PD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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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당구장언니 2006/04/11 05:3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자기 한몸을 던졌을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히 아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쉽게 고개 숙이기도 힘들겁니다. 구조적인 모순은 과학계에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모양으로 언론계에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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