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 제국주의자들은 우리의 사회주의를 없애버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분별 없이 날뛰고 있다"
"우리는 적들의 그 어떤 침략전쟁에도 대처할 수 있게 우리식 사회주의의 군사진지를 철통같이 다져나가야 한다"
"만약 적들이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존엄 높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무자비한 섬멸적 타격으로 선군의 기치 밑에 다져온 우리의 신념, 우리의 힘이 어떤 것인가를 똑똑히 보여줄 것"임을 경고한다
"온 사회에 군사를 중시하는 기풍을 더욱 철저히 세우고 인민군대 강화와 자위력 국방공업발전에 계속 최우선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영도업적을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나갈 것"을 촉구한다


위에 옮긴 글은 지난 8일 북한 노동신문의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사회주의 건설업적은 만대에 빛날 것이다"는 제목의 사설 가운데 일부다. (참고 : 연합뉴스기사)

김일성 사망 12주기를 맞아 1면 전면을 할애하여 발표된 이날 사설에서는 선군혁명 총진군을 힘있게 다그쳐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전면적으로 높이 발양시킬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사설 전문을 보고싶다. -_-).

에니웨이, 이 기사에서 내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설명하고 있는 마지막 대목이다.

"한편 '우리식 사회주의'는 주체사상에 기초해 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으로 되고 모든 것이 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라고 (노동)신문은 설명했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내가 줄기차게 주창해온 진정한 '민주사회의 이념'이다. 나는 이 일이 이른바 '네티즌'이라 불리는 '깨어 있는 시민'에 의해 가능하다고 믿었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가 비단 기술적인 부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과 개인 의식의 변화를 촉발하리라고 믿었고, 진정한 '인터넷혁명'의 의의 또한 거기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 있는 지금, 이같은 믿음은 한낱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변한 것은 없다. 누구나 참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참여를 더 정치하고 더 저열하게 왜곡하는 조직 논리고 운동 방식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념은 '위대하다'. 그러나 과연 그 현실까지 위대한가? 아니다. 그 현실은 참담하다. 참담하다못해 비극적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이념은 현실 세계에 바탕을 둔 정치 사회적 이념이라기보다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만들어 신봉하는 '종교적 이념'에 가깝다.

나는 무신론자다. 하지만 타인의 종교적 신념과 생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따른 자신의 결단이고 선택인 때문이다. 나는 정치 사회적 이념은 종교적 신념과는 다르고, 또한 달라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둘이 같다고 해도 굳이 이같은 주장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조건은 있어야 한다. 바로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조선인민민주의의공화국의 이념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 이념은 결코 어떤 선택의 여지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아가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 '인민' 개인의 의식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우리식 사회주의'의 현실은 '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인 사회가 아니라 '조직이 모든 것의 주인'인 사회다. 메워질 수 없는 이념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고 괴리다.

왜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가? 답은 여러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답은 한 가지다. 바로 집단으로 나서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저/열/한/ 조직의 논리'고, 사적 개인은 교육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가소성에 바탕을 둔 '한/갓/된 이데올로기의 논리'다.

지금 우리 사회를 배회 혹은 관통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조직의 논리와 이데올로기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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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yas K 2006/07/10 08:5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묘하게 공감이 되네요 이거...

    특히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단말입니다. 조직의 논리... 싫어하는것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어중이떠중이인 제가 생각해도 넷정치토론의 양상이 어째 현실적으로는 7~8여년전 PC통신 정치토론과 달라진게 없는것같기도. 아니 더 나빠졌을지도 모르겠지요.

    • 하민혁 2006/07/11 01:07  편집/삭제  댓글 주소

      조직의 논리도 때로는, 아니 자주 필요하고 중요하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를 배회하는 그 논리가 그지없이 저열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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