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원대회에 임하며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동호회를 할 것인가 정당을 할 것인가---


안녕하십니까. 개혁당 당원 동지 여러분.
개혁당 신당추진위원회 위원장이며 전국집행위원인 유시민입니다.

신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개혁당 전당원대회가 임박했습니다. 개혁당의 존폐문제가 걸린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여러분의 판단을 돕기 위해 통합신당주비위와 개혁신당추진위(개혁당이 통합연대, 신당연대와 함께 만든 조직입니다.)가 지금까지 합의한 내용을 우리 개혁당의 4대 창당원칙에 비추어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선택은 우리들 각자의 몫입니다. 신당에 참여하든 또는 참여를 거부하든 우리들 각자의 선택은 향후 한국 정당정치와 17대 국회의원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개혁당의 창당정신은 반부패, 국민통합, 참여민주주의, 그리고 인터넷정당입니다. 신당에서 이 네 가지 개혁당 창당정신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당은 부분적으로만 인터넷정당입니다

우선 인터넷정당부터 말씀드립니다. 개혁당은 온오프라인이 전면적으로 결합한 정당입니다. 창당제안부터 당원모집, 지도부선출, 당비납부, 신당추진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당원투표가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으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해 왔습니다. 정당법과 선관위가 법률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사실상 온라인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신당은 온오프라인을 전면적으로 결합하지 못합니다. 신당은 오프라인 중심 정당입니다. 온라인 정당은 일종의 당내당 형식으로 따로 구축합니다. 통합신당 주비위와 개혁신당 추진위 온라인 담당자들은 이미 합의를 했습니다. 전면적인 온라인 문화기반 정당은 장기적 과제로 추진해 나가되 일단은 e-party를 따로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신당의 e-party는 지역커뮤니티와 다양한 동호회를 기본으로 하는 현재의 개혁당과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온라인 당원들은 전자당원증을 발급받게 되며, 따로 지도부를 선출하고 이 지도부가 신당의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와 중앙상임위원회 구성원으로 들어갑니다.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e-party에 할당된 신당의 전국구 후보를 온라인 당원들이 따로 선출하게 될 것입니다. 당내당 형태로 따로 e-party를 만들되 우선은 그 지도부를 오프라인 중앙당 지도부와 원내교섭단체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신당 창준위에서 만들 당헌당규에는 이런 규정이 포함될 것입니다.

이런 e-party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신당을 온오프라인이 전면적으로 결합한 정당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우리 개혁당이 신당에 참여한다면 개혁당 당원들은 가장 먼저 신당의 e-party를 점령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그렇게 하기를 권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e-party 소속 상임중앙위원과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만듭시다. 오프라인 지구당 활동은 그 활동대로 참가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정당 활동의 내용도 우리 개혁당원들이 만들어 갑시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신당의 e-party는 제대로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온라인 기반이 더욱 확충되고 e-party의 힘이 커질수록 신당에서 e-party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입니다.


당직자는 당원이 뽑습니다

둘째는 참여민주주의입니다. 참여민주주의는 신당의 e-party를 통해 부분적으로 구현됩니다. 부분적으로는 오프라인에서도 신당은 이를 구현합니다. 신당 주체세력들은 지도부와 공직후보 선출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당직자는 당원이 뽑는다.” “공직선거 후보는 국민과 함께 뽑는다.” 그런데 누군가 이런저런 경로로 획득해 당 홈피에 게시한 신당창준위 규약안을 본 많은 분들이 신당을 비난하고 원칙의 실종을 규탄합니다. 오해로 인한 혼선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밝혀 드립니다. 신당은 이 원칙을 확실하게 지킬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이 원칙을 순수한 형태로 집행하는 데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습니다.

개혁당은 처음부터 발기인들이 모여 지구당 창준위를 구성하고 지구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신당은 이런 방식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총선이 반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신당의 지구당위원장 자리는 개혁당 지구당위원장 자리와는 달리 총선 후보 자리를 차지하는 데 유리한 전략적 요충이 되었습니다. 지금 신당 후보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갖가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당원을 모집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당원의 자격과 범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국 227개 지구당 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쟁투가 벌어질 경우 신당은 처음부터 난기류에 휩쓸리게 될 것입니다.

신당 창준위 규약은 이렇습니다. 중앙창준위에서 지구당 창준위원장을 임명하고, 창준위원장은 100-300인의 당원을 모아 운영위원과 운영위원장을 뽑습니다. 창당대회 당원 선정 방식은 지구당 창준위에 일임합니다. 선출된 지구당운영위원장이 중심이 되어서 국회의원 후보 경선을 합니다. 완전개방경선을 할지 당원과 시민을 반씩 섞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당원과 일반시민을 같은 비율로 섞되, 선거구의 유권자수를 고려해서 선거인단의 수가 일정 수준이 되도록 하기 위해 당원 수가 부족한 곳에서는 일반 유권자의 비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지구당 창준위원장과 운영위원, 운영위원장은 향후 2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경선후보는 지구당위원장뿐만 아니라 운영위원도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후보가 선출되면 그 후보가 총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구당위원장을 겸하도록 하고 선거가 끝나면 당락과 무관하게 지구당위원장에서 물러나도록 합니다. 현행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지구당위원장이 아니면 정치활동과 후원금 모금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창준위원장을 임명한다는 것을 원칙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창준위원장을 발기인들이 선출하게 할 경우 창준위원장 선출 할 때 한 번, 운영위원장 선출할 때 또 한 번, 신당의 예비경선후보들은 자기에게 호의적인 사람이나 대리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두 차례나 대리전을 치러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후보 경선 때 또 한 번, 이렇게 모두 세 차례나 ‘내전’을 벌여야 하는데, 아직 당 조직이 정비되지도 않은 판국에 한두 달의 짧은 기간에 이렇게 세 차례나 ‘내전’을 치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 의문스럽습니다. 내부 경쟁은 딱 한 번 후보 경선 때만 하자는 것이 창준위 규약의 취지입니다. 중앙에서 지역의 실정을 살펴 문제없는 사람을 창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그가 예비경선후보들과 상의해서 창당대회 참가 당원을 선정하고, 그 다음에 지구당운영위원장이 경선관리를 공정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건 딱 한 번입니다. 일단 창당을 하고 나면 그 다음 지구당을 개편할 때부터는 창준위원장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지구당 지도부는 당원투표로 선출하게 됩니다.

부끄럽고 창피한 이야기지만 지금 여러 곳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당의 정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당원을 모집하는 사례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향식이라는 원칙에만 얽매어 창준위원장부터 선출할 경우 신당이 바닥에서부터 표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 양해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는 국민과 함께 뽑습니다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는 아무나 참여할 수 없습니다. 중앙당에서 경선 참가 신청자들에 대해 자격심사를 할 것입니다. 부패나 인권유린과 관련된 사람, 당원 모집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가 있는 사람 등 심각한 하자가 있는 신청자는 미리 걸러낼 것입니다. 경선 후보의 수를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일각에서는 영국 보수당처럼 2배수로 압축해 경선을 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아직 완전하게 합의한 것은 아닙니다만 3배수로 압축하는 것까지는 폭넓은 양해가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이 압축과정에서 부당하게 유력한 개혁성향 후보를 배제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창준위와 신당 임시지도부가 구성할 지구당창준위심사위나 경선후보심사위원회에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신당의 여러 주체들이 고르게 참여할 것입니다. 부당하게 좋은 후보를 배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정도의 기본적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함께 신당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매우 민감한 문제라 조심스럽습니다만 사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립니다. 후보가 난립하는 건 우리 개혁당 출마예정자나 정치신인들에게 별로 좋을 게 없습니다. 후보가 난립하면 현역의원이나 옛 민주당 원외지구당위원장 등 출마경력이 있어서 지역에서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유리합니다. 전국 227개 지구당에 평균 3:1 경쟁률이면 경선후보가 약 650명입니다. 개혁당 당원 가운데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넓게 보아도 40여 명에 불과합니다. 그 가운데는 초기 창당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은 분도 있습니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실질적으로 준비한 경우는 그보다 더 적습니다. 신당연대, 통합연대, 또는 새로 뛰어들 정치신인들과 뒤엉겨 4대1, 5대1로 경쟁할 경우 경선을 통과할 수 있는 후보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일부 지구당위원장들이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통합신당 주비위도 그렇고 개혁신당추진위도 그렇고, 좋은 절차를 거쳐 좋은 후보를 내야 신당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필요한 경우 개혁성향의 경선후보들끼리 상의해서 지역구를 조정하는 융통성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앙당 지도부는 2월에 직선합니다

중앙당 지도부를 당장 선출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있습니다. 창준위 지도부부터 선출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직 당원의 범위도 확정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선거를 하겠습니까? 개혁당도 창당준비위 지도부는 정치적 합의에 의해 세운 바 있습니다. 10월 27일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준위 지도부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세우기로 신당추진세력은 합의했습니다. 창준위 규약은 100명 이내의 중앙위원회를 창준위 최고의결기관으로 하고, 20명 이내의 상임중앙위원회를 일상적 당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했으며 3인의 공동창준위원장을 두기로 했습니다. 각급위원회의 책임자를 남녀공동위원장으로, 그것이 어려우면 수석부위원장을 여성으로 하며, 위원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권고적 조항이기는 합니다만 지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당장 공동창준위원장 가운데 한 사람은 여성이 맡을 것입니다.

창당대회에서는 창준위 지도부를 큰 틀에서 창당 지도부로 승인할 전망입니다. 아직 당원 범위를 확정할 수 없고, 재신임과 대선자금 등 긴급한 정국현안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며, 전국적 선거관리 조직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당원 직선으로 지도부를 선출하기 어려운 탓에 그렇게 했습니다. 이 지도부는 임시지도부입니다. 임기는 창당 후 3개월 이내입니다. 내년 1월 하순까지 당원 범위를 확정하고 나면 늦어도 2월 초에는 당원들이 직접 지도부를 선출하게 될 것입니다. 당비 납부는 당원의 최소 자격기준이 될 것입니다.

아직 지도부 선출 방식에 합의한 것은 아닙니다만 원칙적인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습니다.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당대표 선거는 없을 것입니다. 당대표를 직선할 경우 차기 대권주자들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행 정치자금법을 어길 수밖에 없으며,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정책을 공부하고 비전을 다듬고 국민들과 대화하기보다는 조직관리에 매몰될 가능성이 많아 국가적으로 좋지 않다는 인식, 그리고 당이 특정인에게 정치적으로 의존해서는 길게 발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창준위에서 당헌당규를 확정할 때 다시 논란이 되겠지만, 지금 전망으로는 16개 시도별로 당원들이 직접 중앙위원을 선출하고, 많아도 1백 명을 넘지 않는 중앙위원들이 당대표를 호선하는 방식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셨으니 한 번 평가해 보시기 바랍니다. 개혁당이 표방한 참여민주주의 정신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받아들일만한지, 아니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원칙을 훼손한 것인지,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저는 최선을 다해서 협상했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당장 실현하지는 못하지만 큰 틀에서는 원칙을 견지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신당은 전국정당이 됩니다

셋째는 국민통합입니다. 특정지역에 의존하려는 경향,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행태와 결별하고 전국에 지지기반을 가지는 정책정당을 만들자는 것이 개혁당의 정신입니다. 민주당에서 나온 통합신당 주비위 의원들이 민주당과의 재통합이나 연합공천 발언 등으로 지역표심에 기대려는 경향을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이후 대선자금 파문이 터지면서 이제 이런 경향은 거의 소멸되었습니다. 신당은 아직 지지율이 낮기는 하지만 영남에서는 한나라당과,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대전 충남에서는 자민련과 맞대결을 하는 탈지역주의 정당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제 창준위가 뜨고 지구당을 창당하고 후보 경선을 시작하면 정국은 하나의 전국당과 세 개의 지역당이 겨루는 새로운 국면으로 본격 진입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원칙에 관한 한 별다른 설명을 드릴 필요가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신당은 부패 없는 정당이 될 것입니다

넷째는 부패청산입니다. 이 정신은 신당에서 두 갈래로 실현될 전망입니다. 첫째는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입니다. 개혁당은 월 당비가 1만 원이지만 신당에서는 2천 원입니다. 80% 바겐세일입니다. 액수가 준 데 대해 비판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정당에 가입하기 위해서 얼마가 되었든 돈을 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에서 당원가입신청을 받아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참으로 힘듭니다. 돈 2천원이 문제가 아니라 CMS용 계좌번호를 쓰도록 만드는 것이 힘듭니다. 얼마가 되었든 당비를 스스로 납부하는 사람이라야 당원이 될 수 있다는 원칙은 신당에서도 그대로 견지할 것이며 당헌당규에도 명시할 것입니다. 밥 먹을 때마다 1만 원을 내는 개혁당의 문화는 우리가 참여해서 신당의 문화로 확산시켜 내야 합니다.

정당부패의 청산은 신당의 재정을 공개하는 데서도 나타납니다. 신당은 당비와 국고보조금, 후원회 모집금품 등 당의 모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외부 회계감사도 정기적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당지도부 선거든 공직후보 경선이든 금권을 동원하는 어떠한 행태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모든 사항은 창준위에서 확정할 당헌당규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중앙당 홈피에 올려둔 당원대회 안건 설명 동영상보다는 좀더 자세한 협상경위를 밝혀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세한 말씀을 드리지 못한 것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칫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창준위 규약에 대해 조문검토까지 마친 시점에 어제(10월 24일) 오후입니다. 오늘 밤 양측의 14인 실무협의기구가 마지막 회의를 합니다. 3인의 공동창준위원장을 포함하여 중앙위원회, 상임중앙위원회, 창준위 기구와 책임자 인선 등 인사문제에 대해 합의할 예정입니다. 월요일 창준위가 뜨면 통합신당주비위와 개혁신당추진위는 모두 발전적으로 합니다. 신당 창준위 말고는 개혁당이 유일하게 실체를 가진 조직으로 남습니다. 만약 당원대회 안건이 부결되면 개혁당 당원들은 모두 창준위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신당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탈당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당대당 합당, 우리가 선택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는 좋은 방법으로 사심을 추구하는 것이다.” 협상을 하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명분과 실리가 충돌하고, 원칙과 야심이 뒤섞이며, 이상에 대한 열정과 기득권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교착하는 것이 정치협상인가 봅니다. 다른 세력의 기득권 집착과 구태정치를 맹비난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기득권과 낡은 정치행태에는 눈을 감고, 다른 쪽의 제안에 대해서는 그 배후에 숨겨져 있을지 모를 칼날을 들추어내면서 자신의 제안에 숨겨둔 칼날은 공동선을 위한 배려로 정당화합니다. 오로지 공동선을 위해서 자신의 기득권을 던지고 난관을 감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신당에 참여할지 말지는 우리들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해 개혁당에 참가했던 그 선택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당대당 합당이 된다고 해서 신당에 참가할 의사가 없는 당원을 데리고 갈 수 없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신당에 참가하려는 당원의 탈당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당 게시판에 오르는 글만으로는 당원들의 뜻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범개혁세력 단일정당을 추진하기로 한 지난 6월 전당원대회의 결의에 따라 일했습니다. 우리가 제안한 그대로 범개혁세력이 결집하는 신당이 출범합니다. 우리가 이 신당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당대당 합당이냐 해산 후 참여냐? 이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정답은 물론 당대당 합당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당뿐만 아니라 신당에서도 당대당 합당 결의를 해야 합니다. 신당에 참여하는 모든 세력들이 130개의 개혁당 지구당을 신당의 지구당으로 인정하는 결의를 해야 당대당 합당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떨까요? 통합신당주비위 쪽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함께 개혁신당추진위를 꾸렸던 통합연대와 신당연대의 경선예비후보들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당원대회 안건을 이렇게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신당 참여 여부를 묻고, 그 다음 참여로 결정될 경우 참여 방식으로 당대당 합당이냐 해산후 합당이냐를 묻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난히 가결될 것입니다. 참여하되 당대당 합당으로 하자는 쪽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신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대당 합당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당원대회를 다시 열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해산 후 합당 안건을 올려 가결되면 해산하고 부결되면 그냥 개혁당으로 총선을 치러야 합니다. 개혁당에서 결의해 봐야 신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당대당 합당을 결의하고, 그 다음에 또 다시 당원대회를 열고,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10월 27일 창준위를 띄우면 곧바로 지구당 창당에 들어가고 해가 바뀌자말자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 들어가는데, 개혁당이 또다시 당원대회를 열어봐야 이미 버스 지나가고 손들기에 불과합니다.

전국상임운영위원회에 신당 참여 절차를 위임하고 신당 참여 여부만을 묻도록 전당원대회 안건을 구성한 것은 바로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개혁당의 지구당을 그대로 신당으로 가져가는 당대당 합당은 기득권 유지가 아니라 신당이 잘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신당의 다른 주체들이 이 말을 받아들인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득권은 우리 자신이 인정하기 때문에 기득권이 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기득권으로 인식할 때 기득권이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130개의 개혁당 지구당을 신당의 지구당으로 인정받는 당대당 통합이 개혁당의 기득권이 아니라고 다른 신당 주체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독선과 사심을 자제합시다

신당 참여를 거부할 경우 개혁당은 내년 총선에 대한 책임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국회권력을 개혁진영의 품으로 찾아와 참여정부를 지키고 2007년 이후 한국정치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의석을 얼마나 얻든 상관없이 철저한 정당개혁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똘똘 뭉쳐 살림을 꾸려나가는 사실상의 정당개혁동호회가 됩니다. 즐거움을 얻고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는 동호회가 좋습니다. 그러나 정치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신당을 비판하고 당원대회 안건 부결을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종할 기분이 나지 않는 사람들이 뒤섞인 정당을 함께 하느니 차라리 깨끗한 사람들끼리 원칙을 지키면서 가자는 말씀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분으로 선택할 경우 우리가 갈 곳은 동호회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기왕 동호회를 하려면 신당의 e-party를 접수해서 그곳을 정당개혁과 정치개혁 동호회로 만드는 편이 더 실용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글을 맺습니다. 개혁당이 신당 합류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서 총선에 임한다고 가정합시다. 유권자들이 물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해서 참여정부를 만든 정당이 아니냐. 그런데 왜 신당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나왔느냐.” 이렇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신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원했는데 신당이 그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따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전국위와 시도집행위, 지구당의 간부당원들께 부탁드립니다. 평범한 당원들이 우리 개혁당의 4대 창당정신이 즉각적이고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비판하고 신당 참여 반대의사를 밝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거나 그런 분과 함께 활동하는 간부들께서 이해관계에 입각해서 당원들의 정서적 불만을 부추기는 것만은 피해 주십시오. 다양한 경향성을 가진, 서로 다른 정치경험과 정당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참여민주주의에 입각한 새 정당을 만드는 만큼 이견과 갈등이 많이 있습니다. 차이를 드러내서 울타리를 치고 불신과 혐오를 조장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견을 절충하고 울타리를 걷어내고 신뢰와 동지애를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저는 아무나 하지 못하는 그런 일을 해내는 사람이야말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고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또 신당이 그런 사람을 높이 세우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제 저는 개혁당 신당추진위원장으로서 제가 맡은 역할을 마감합니다. 욕먹을 일도 많고 잘못한 일도 많았지만, 나름대로는 개혁당의 정신을 신당에 반영하게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질책과 아울러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청하며 당원동지 여러분의 현명한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03년 10월 25일
유시민 드림


[출처] 유시민입니다. 신당 협상 결과에 대해 설명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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