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오늘(2007-01-09 )도 역시 한 방 터뜨려주셨다. '대통령 연임제'가 내용의 전부인 원포인트 개헌 제안이다.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내게 부여된 권한을 다 행사하겠다'던 발언 이후 나온 첫번째(!) 권리 행사인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 보자면) 대성공이다.

어제까지 몰매를 맞던 '평화의 해' 제의 문제에 대한 논란이 쏙~ 들어간 자리에 노통의 연임제안이 들어서 주요 포털의 사이버 폴에서는 벌써 압도적인 표차로 지지를 받고 있다. 

야당으로서는 연임제안을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어 있다. 당연히 한나라당 독주 체제로 가던 대선 정국에도 변화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역시 노무현이다. 단 한방으로 상황을 역전시켜버리는 이같은 능력은, 정치 전략면에서는 자신이 '세계 최고급'이라는 노통 발언이 허풍만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게 과연 무엇을 위해서인가?

관점을 "왜?" "무엇을 위해?"로 바꿔보면 문제는 사뭇 심각하다. 그야말로 무용하고 그래서 소모적인 힘의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때문이다.  

대통령은 연임제 제안 배경의 하나로 5년 단임제 하에서는 대통령이 책임있는 국정을 수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연임제 하에서 대통령의 재임 기간은 4년이다. 현재의 5년보다 짧은 기간이다. 5년 동안에도 국정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대통령이, 일을 못하겠다는 대통령이 그보다 더 짧은 4년 동안에는 무슨 수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현 상황에서 개헌은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야당이 임기 1년을 채 남기지 않은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 상식적으로라면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내놓을 수 없는 제안이다.

노통의 노림수는 여기에 있다. 역발상. 허를 찔러 판을 흔들고 그 사이에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벌써 환영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의 열혈 지지자들(이면서 노통 저격수이기도 했던 이들)은 스탠스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인 모습이다. 한나라당 또한 수용 여부를 놓고 상당한 분란에 빠져들 것이 자명하다. 주자들간 물어뜯기도 한층 심화될 것이다.

이쯤 되면 2007년은 온통 개헌과 대선으로 날을 지새는 해가 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이쯤에서 그칠 노통이 아니다. 이미 '임기 마지막 날까지 부여받은 권리행사를 하겠다'고 선언한 노통이다. 비슷한 승부수 띄우기가 2탄, 3탄..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무한대로 열려 있다.  

하지만 이게 대체 무엇을 위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이란 말인가?

지금 우리 사회를 어렵게 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신뢰의 위가다. 신뢰의 위기가 거의 모든 문제의 제일 원인이고, 그 정점에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합의를 통해 얼마든지 국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의제들, 이를테면 전시작전통제권환수, 이라크파병, FTA협상, 민통발언, 연임제개헌 제안 등에서 일고 있는 불협화음의 대부분은 의제가 안고 있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통령이 국민 일반에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그리고 이같은 신뢰의 위기는 거의 언제나 노통 스스로가 불러일으키곤 했다. 신뢰의 문제를 '편가르기'를 위한 '불장난'쯤으로 즐기는 경향이 있는 때문이다.

오늘 제안한 연임제 개헌 제안도 마찬가지다. 연임제 개헌에 대한 필요성은 문민정부 출현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국민들 또한 상당한 공감을 표해온 사안이다. 때문에 연임제 제안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사안이다.

노통의 연임제 개헌 제안의 문제점은 그러므로 그것이 필요한가에 있는 게 아니다. 노통이 그것을 제안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고, 그것은 곧 노통에 대한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노통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노통은 전작권 환수 문제에서 이미 상당한 '재미'를 본 바 있다. 전작권 환수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형님 형님 하면서 미국 바짓가랑이 뒤에 숨어 형님 빽만 믿겠다'는 천덕꾸러기 당으로 넉아웃 시킨 바 있다.

"바보야, 문제는 신뢰야!"라고 일갈해야 할 상황에서 어설픈 '시기상조'의 논리를 들고 나오니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연임제 개헌안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질질 끌려다니다가 결국은 '상처뿐인 영광'만을 안고 나가떨어지게 될 것이다.

대통령 연임제 안은 유의미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노통의 몫이 아니다. 노통이 지금 발 벗고 나서야 할 일은 신뢰의 회복이지, 신뢰의 위기를 배수진으로 한 비루한 정치놀음이 아니다.



<뱀발> 노통이 최근 들어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가장 강조하여 애용하는 수사가 하나 있다. 바로 '법적 권한'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노통이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독재는 거의 예외없이 '법적 권한'을 강조한 이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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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단한 盧씨.

    Tracked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07/01/11 18:19 Löschung

    盧아저씨가 "연임제"를 제안하였다. 중임제와 연임제 의 차이는 계속 하느냐 아니면 쉬었다가는 못한다는 말인데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보인다.중임제로 하면 盧도 해당이 되기 때문에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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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iyong2 2007/01/11 15:0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맞는 말씀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트랙백이 이상하게 걸리지 않는군요.
    전 수동으로 걸고 갑니다.
    http://blackpapaya.com/113

  4. 지나가던이 2007/01/25 00:5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논지는 알겠는데 뭔가 와 닿지가 않는군요. 맨 처음엔 개헌론의 필요성 자체가 이상하고 그야말로 무용한 소모적 행위라고 말씀하셨는데 밑에와선 예전부터 논의되어왔던 얘기고 국민들도 꽤나 동감했던 건데 노통이 신뢰가 없어서 문제되는 거라고 얘기하시더군요. 포인트가 좀 안 맞는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개헌하겠다는 목적중 하나가 소모적인 선거기간을 줄여보겠다는 것도 있으니 개헌되면 '개헌과 대선으로 지새는 2007년'과 같은 것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대선과 그에 관련된 이슈로 지새는 정권말년이 어제오늘일도 아니고 말이죠.

    뭐, '다 그건 보여준게 신뢰가 없어서 안되는 거다'로 끝낼 수 있겠지만 뭔가 공허합니다.

    • 하민혁 2007/02/08 14:56  편집/삭제  댓글 주소

      답변이 늦었네요.
      실은 답변을 아니 한 것은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을 전문적으로(?) 다룬 블로그에서 이미 수차에 걸쳐 비슷한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한 터라 이곳에서는 답변을 유보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네요. 에니웨이, 관련된 글의 링크를 거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합니다.

      Http://www.mediamob.co.kr/minjoo/Blog.aspx?ID=127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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