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결국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그 변을 들으면서 고건의 한계를 새삼 느낀다. 아울러 한국 정치의 한계 또한 절감한다. 아래 옮기는 글은 지난 해 고건 전 총리가 정치활동 선언을 하던 즈음에 어느 모임에서 쓴 글이다. 씁쓸하다.



"고건 전 총리는 정치적 도의부터 배우라!"
- 고건 전 총리의 정치활동 선언에 부쳐

하민혁, 2006-06-03 오후 6:39:23  

고건 전 총리가 드디어 공식적인 정치활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 전 총리측은 7월 중 `희망한국국민연대'라는 이름의 단체를 설립해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의 폭넓은 연대와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 전 총리가 "새로운 정치를 위한 국민운동 성격의 연대모임을 결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다음에 나온 구체적인 대선플랜인 셈이다.

우리는 고건 전 총리의 정치활동 선언을 원칙적으로 환영한다.

"사회 각 분야의 일반 국민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고 전 총리의 발언은 그동안 우리가 주창하고 지향해온 이념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가지 점에서 고 전 총리의 정치활동 선언이 부적절했다고 보며 이에 유감을 전한다.

첫째는, 그 시기의 부적절함이다.

고건 전 총리의 아킬레스건은 '기회주의의 화신'이다. 정체성이 전혀 다른 정권에 대대로 몸을 담아온 그의 이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기회주의자'로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그런 고 전 총리가 이번에는 마치 여당의 참패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정치세력의 깃발을 뽑아들었다.

우리는 이것이 고건 스스로가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찌르고 나선 '자충수'라고 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고 전 총리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상대가 죽어가기를 기다리다 달려드는 '하이에나와 같다'면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에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둘째는, 그 방법의 부적절함이다.

대선 0순위로 거론되어온 고 전 총리가 정치활동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잘 한 일이다. 대권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정치권에 뛰어들어 마땅히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이유로 우리는 끊임없이 고 전 총리가 5.31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모름지기 지도자란 주어진 현안을 우회해서는 안되며,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고 전 총리 측은 우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

그랬던 고 전 총리가 집권 여당이 위기에 처하자 말자 "이때다!" 하고 나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구차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현 정권의 총리를 지낸 사람이 집권당의 위기를 자신의 입지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니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자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정작, 전 국민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전에서는 숨을 죽이고 지내다가, 국민이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자마자 거기에 기대어 자신의 활로를 찾으려 하는 사람을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자명하다.

정치활동 선언을 하기에 앞서, 고 전 총리는 정치적 도의부터 배워야 했다.

우리는 고건 전 총리가 지금부터라도 반사적 이익만을 노리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청산하고, 국민이 필요로 할 때 국민과 함께 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006 년  6 월  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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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건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Tracked from Blackpapaya 2007/01/16 19:37 Löschung

    고건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자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입장에서는 고건호가 지난달 부터 삐걱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고건 `대통령 선거 불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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