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NPC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뉴스를 제대로 보질 못하고 지낸 지가 꽤 오래다. 이런 나를 두고, 명색이 인터넷신문의 편집국장이라는 사람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지인 하나가 핀잔이다. 딴은 그렇다. 지인의 지적이 백번 옳다.

하루 24시간을 아무리 쪼개봐도 요즘은 뉴스를 듣볼만한 짬을 내기가 어렵다. 사무실에 붙어 있는 시간보다 일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도는 시간이 더 많아서다. 하지만 시사적인 이슈 하나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바깥 일이라고 잘 풀려갈 리가 만무하다. 악순환의 연속이고 NPC의 현실이다.

NPC에서 시사적인 기사가 사라지고 있다. 굵직한 사건들로 나라 전체가 날마다 요동을 치고 있는 판에 우리만 태풍 속의 고요를 누리고 있는 형국이다. 말이 안 된다. 직무유기라고 걸고 넘어진대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독자들한테서 사이트 내리고 폐업하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실 그동안 NPC의 사이트 내리는 문제를 많이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편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서다. 주위의 많은 분들께 너무 많은 폐를 끼쳤고 지금도 끼치고 있다. 인터넷신문을 만들겠다고 나선 지난 6년 동안 가족을 비롯하여 주위의 지인과 친지들에게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사이트를 접지는 못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접는다면 잠시 잠깐은 분명 시원하고 편할 수 있겠지만, 그게 오래 가지 못할 것같아서다. 잠시 동안의 그 편안함에서 벗어나는 순간 필경은 더 많은 시간을 아쉬움과 후회로 견뎌가야 할 것같아서다.

NPC의 길은 인터넷 혁명의 길이다

인터넷혁명을 말한다. 인터넷의 등장은 확실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고, 시민 누구나가 나서 자신의 발언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인터넷은 시민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인터넷을 통한 혁명이 이루어졌고, 그래서 말 그대로의 민주 사회가 도래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혁명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에 가득한 시민들의 목소리 또한 민주 사회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2003년 대한민국의 신주류임을 자임하는 네티즌 혹은 시민의 목소리는 주인 된 시민들의 목소리라 할 수 없다. 힘을 가진 누군가에 혹은 힘이 있는 어딘가에 빌붙거나 기대어서 그들의 뜻을 대행하는 것일 뿐이다. 시민은 여전히 주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수인으로 행동하고 있을 따름이다.

마땅히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 할 시민들이 주류가 건네준 작은 권력에 함몰되어 기껏 그들의 앞잡이나 들러리 역할을 하면서도 그것을 대단한 권력인 양 득세를 하고, 주류에 빌붙어서 그들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살아가는 주제면서도 그것을 스스로 깨었다고 으스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인터넷을 통한 시민 혁명의 도래를 말하기가 이른 까닭이다.

이는 마치 왜정 시대에 일본인의 충실한 하수인이거나 앞잡이로 살면서도 그런 사실에 대한 자각은 커녕 오히려 스스로를 열린 사람이나 신사고를 지닌 사람쯤으로 자부하며 득세하던 시대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일본인에게 빌붙어 살던 사람들을 진정한 독립적 사고를 지닌 인간으로 볼 수 없겠듯이 지금 힘 있는 곳을 좇아 그 권력의 충실한 바람잡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깨어 있는 시민으로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지행일치- 깨어 있는 시민의식을 찾아서


인터넷을 둘러보면, 왜인의 앞잡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은 지금도 넘쳐난다. 인터넷의 여론을 리드하고 있는 이른바 '논객'이라 불리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힘이 없는 곳에서는 활동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민을 말하고 자유를 말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늘 힘 있는 누군가 혹은 어딘가에 '기생'하고 있다. 이것은 주체적인 시민 의식에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여기에 NPC의 존재 의의가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인터넷신문은, 지금껏 주류의 권력 놀음에 놀아나거나 주류가 벌이는 패거리 싸움의 충실한 바람잡이 내지는 구경꾼의 역할에 만족하고 지내던 시민 각자의 주체성을 일깨워 바로 서게 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시민의 주체성은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쓴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번드르한 말과 정연한 글은 주체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어딘가에 빌붙고자 하는 '기생정신'을 버리지 않는 한 그런 말과 글은 힘 있는 자의 도구로 기능할 뿐이다. 지금 세상을 어지럽히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부정을 앞서 저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누구보다도 번드르한 말과 글을 구사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그들이다.

중요한 것은 말과 글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동이 말이나 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그것이 어떤 권력이든 권력에 빌붙지 않는다. 이른바 저명 인사의 힘에 기대지 않고 무명 시민들의 힘으로 바른 인터넷신문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흉내 내는 목소리가 아니라 주체적인 시민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인터넷 혁명이고 시민혁명이다.

우리가 시민기자의 글을, 설사 그것이 중학생이거나 시골 촌부의 글이라 할지라도, 꼼꼼하게 살피고 다듬어서 기사로 올리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일이 소위 말하는 특종을 하는 것 이상으로 값진 것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막강한 권력과 자본을 가진 거대 매체 앞에서도 인터넷신문 NPC가 당당하게 맞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 때문이다. <통신보안>
 
2003-11-05 오전 5:07:17

<덧붙이는글>
이 글은 지난 2003년 참여형 인터넷신문을 하던 때, 시민기자로 활동하던 몇 분께서 당시 해당 인터넷신문의 왕따 현상을 지적하며 공공연히 "스폰서의 제의를 받아들이라"는 얘기를 하는 데 대해 변명조의 답변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글 쓴 시각이 말해주듯, 한밤중에 쓰인 글이라서 감상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최근 이 블로그에서 전개된 일련의 일들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한번쯤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싶어 다시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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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 다른 딴지

    Tracked from 네 삶의 안티테제 2008/01/12 04:47 Löschung

    NPC의 길은 인터넷 혁명의 길이다 인터넷혁명을 말한다. 인터넷의 등장은 확실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고, 시민 누구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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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너바나나 2008/01/19 21:5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연영석씨의 인터뷰 중에 선배들과 '해고, 산재 노동자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을 하려고 명동성당에서 공연을 거리 공연을 한다는 말이 있더만요. 5억을 목표로 말이죠.
    그러자 기자가 하는 말이 그런식으로 하는 것이 '인식'은 시킬 수 있지만 현실성이 있느냐 기부 같은 것은 안 받냐고 묻더만요.
    근디 그런식으로 돈을 모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그거죠. 한 푼 두 푼 내면서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거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하더만요.
    이 글을 보니 그냥 저 인터뷰가 생각나서 걍 주절거렸구만요. 여튼 민주통신이란 곳이 정체된 듯싶은데 08년 한 해는 도약했으면 좋겠구만요. 건승하세요!

    • 하민혁 2008/01/21 02:15  편집/삭제  댓글 주소

      다음 인터뷰 기사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http://www.koreanrock.com/wiki.pl?%BF%AC%BF%B5%BC%AE%2F%C0%CE%C5%CD%BA%E4_2003

      공감합니다. 특히 모종의 기부에 대한 거부감과 그 변에는 더욱이요. ^^
      나는 언론입네 하는 곳에서 '한푼만 보태줍쇼~'하는 식의 짓거리에도 반대합니다. 지가 열심히 해서 독자한테 뭔가 줄 생각을 해야지 왜 독자한테 앵벌이 짓을 하려는지.. 나는 그게 당췌 이해가 안 되거든요. 물론 그런 치들이 들고 있는 이유들이야 아주 그럴싸 하긴 합니다. 더 좋은 언론을 만들어서 보답하겠다는 거지요. 근데.. 내가 보기에 그건 말짱 사기예요. 도대체 '앵벌이 정신'에서 나오는 그 기사가 어떻게 대단한 기사일 수가 있겠어요? 기본적으로 정신 자체가 썩어문드러져 있는데 말이지요.

      민주통신은.. 아마 당분간은 개점휴업상태를 계속할 거같습니다. 뻘짓하느라고 돈을 다 까먹었거든요. ^^ 너바나나님께서도 건승하시길..

  4. hades 2008/01/22 14:3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참 논리 간단하시네 당신의 진실은 무엇입니까 전 당신이 어떤말을 해도 반박할 수 있겠네요 당신 논리대로라면요 거참 세상 참 편하게 사시네요 오래 사세요

    • 하민혁 2008/01/22 17:11  편집/삭제  댓글 주소

      당연하지요. 누구나 자유롭게 반박 가능합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어찌 같은 생각일 수 있겠어요. 논리씩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반박해주세요.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단, 무슨 말을 하려는지만 알아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

  5. 민노씨 2009/02/14 09:1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꽤 오래전 글이네요.
    보내주신 트랙백 덕분에 이제야 읽습니다. : )

    NPC가 처음엔 뭔가 했습니다. ^ ^;;
    업계 용어인듯 싶기도 했지만 아니었군요.

    "인터넷신문 NPC(Netizen Press Center)"
    http://blog.mintong.org/22

    혹여라도 이 글만 읽고, 저와 같이 "NPC가 뭐지?" 이럴 독자가 계실까 싶어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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