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인들은 삼수(水)변에 갈 거(去)자를 합하여 법(法)이라고 했습니다. 물은 세상의 모든 강함을 이길 수 있는, 부드럽지만 엄청난 힘을 가진 조직결정체입니다. 허나, 때로는 장애물을 만나 몸을 굽히거나 흐느적대며 비겁한 적응을 하는 게 물이기도 합니다.
 
지난주에 대법원으로부터 종로지국이 신청한 조선일보이전발송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하여 최종기각 결정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법률은 ‘조선일보 앞에서 물이다’라고 선언을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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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다툼으로 사안의 옳고 그름을 가르기도 전에 언론권력 조선일보가 미리 초법적인 폭력행위를 할 것 같으니 가처분결정으로 보호해주십시오’라는 구호신청을 했는데 법원은 조선일보의 종로지국에 대한 구둣발접수를 방관하는데 그치지 않고 햇수가 바뀌는 세월을 뭉그적대다가 결국은 이를 정당하다고 추인해 준 셈입니다.

판사를 석궁 테러한 교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따귀 몇 대 맞은 별 것 아닌 일도 사회이슈화 되어 언론꺼리가 되면 천하의 재벌에게 철퇴를 내리는 법원이지만 정작 밥줄 떨어질까 찍소리도 못하는, 술집 웨이터만도 못한 판매지국장들에게는 애써 냉정한 것이 오늘의 법 정의인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의 만행을 추인한 대법원의 판결을 저는 부정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무어라 헛소리를 했다 해도 양심과 충돌하는 악법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어쩔 수 없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신문판매지국장들을 위해서라도 최고법원에서 현실제도의 모순을 고민해야만할 때였습니다. 사회적 혼란이 절정에 이른 이쯤에서 대법에서 신판하나는 던져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권력이 바뀌어도 법의 정의는 한곳으로만 흐를 줄 알았습니다.

‘자전거를 끼워주든 현찰을 찔러주든 무조건 확장을 해라’
‘시장조건과 관계없이 조선일보독자를 늘리지 못하면 지대 외에 벌금을 물어야한다.’
‘지국장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 부었든 판매지국은 방 씨 가문의 것일 뿐이다’
‘명령에 토를 달거나 군소리하는 지국장은 나가라, 안 나가면 종로지국처럼 강제접수 당할 것이다’
 


이제는 저자거리의 잠삼이사도 혀를 차는 우리 신문장사꾼들의 현실입니다. 명상수련을 해왔던 사람임에도 판결문을 보며 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인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대정신의 역류를 온몸으로 맞는 것이 힘들어 적당히 타협하고 후퇴할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여야하는 신의 뜻이 아닐까 하고 밤새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석궁을 들지는 않겠지만 불의에 저항하다가 감옥에 꼭 가야한다면  피하지 않을 것 입니다.


달마사-조선일보지국장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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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의 어느 안타까운 지국장님 처럼 자살을 택하지는 않겠지만 무한권력의 겁박에 목숨을 구걸하며 살지도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저는 시도 때도 없이 조선일보사 앞에서 시위를 할  작정입입니다. 평생을 믿고 의지했던 조선일보에 상생과 호혜의 맑은 정신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온몸을 던져 싸울 것입니다.

마침, 조선일보종로지국에서 저와 인연을 같이했던 배달과 총무들이 자발적 모임을 가진다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1-43에 위치한 종로지국에서,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볼만한 꺼리를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매년 3월 22일은 어쩌면 ‘신문배달원의 날’로 지정될지도 모릅니다. 저의 이름으로 정식허가를 득한 배달복지신문도 곧 발행이 될 것입니다.

조선일보 지국장 여러분. 이제 서러운 종살이를 청산할 때가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인간대우라도 요구할 때가 되었습니다. 1차 투쟁목표는 '구독료 인상에 슬그머니 손 내밀려는 지대인상 반대'입니다.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2008 년 3 월 17 일
조선일보 지국장 협의회 회장 조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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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글>조선일보의 비인간적이고 파렴치한 지국장 죽이기에 항의하는 지국장과 배달원들의 싸움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누구라도 어느 곳이든 많이 옮겨주세요. 그래서 조선일보의 비인간적인 행태를 널리 알려주시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지국장과 배달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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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모모 2008/03/19 18:2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 이런말을 한적은 없습니다.
    도망치지 않고 독약을 마신거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주장이구요.

    근데 이 말이 독재권력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이되었죠. 대법원인가에서 몇 해전 교과서에 있는 이런 글을 삭제하라고 하였습니다.

    악법은 법이 아님.

    • 하민혁 2008/03/20 01:07  편집/삭제  댓글 주소

      글쓴이도 그거 부정하고 있잖아요. ^^

      근데 "악법도 법이다"는 저 말은 소크라테스가 꼭 저 말을 했다기보다(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소크라테스의 말로 전해지는 대부분도 실은 플라톤의 저작물을 통한 거니까요) 소크라테스가 보여준 행위가 저 말로 요약될 수 있다고 여겨 그렇게들 쓰는 게 아닌가싶어요.

      독재 권력이 자신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합니다. 3S를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장려했다든가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장되고 있구요), 저 표현이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구요.

      그리고 "악법은 법이 아니다"는 언명도 사실 그렇게 경쾌하게 정의하기 힘든 게.. '악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엄연히 존재하고, 게다가 100% 동의할 수 있는 '악법'이란 게 도대체 가능할까 싶어서 말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님이 말씀하고자 하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 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이 문제를 단순화 혹은 일반화하기 이전에 다른 측면이 있음도 한번쯤 살펴볼 필요성은 있겠다는 의미에서 덧붙여봤습니다.

  4. 法자의 유래 2008/03/22 08:0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법(法)은 '물(水)'과 '가다(去)'가 합쳐진 글자다. 이를 두고 물이 흐르듯 순리를 따른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는 설(說)이 있지만, 그냥 설일 뿐이다. 법은 본래 법()의 약자다. 법을 파자(破字:한자의 자획을 풀어 나누는 것)해 보면 물(水)+해치()+가다(去)로 돼 있다. 현재 쓰는 법자와 달리 해치가 하나 더 들어가 있다. - 중앙일보 [분수대] 법 중에서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452833

    • 하민혁 2008/03/24 01:05  편집/삭제  댓글 주소

      아~ 그렇군요. 글쓴이에게 직접 알려주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유익한 정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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