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생중계 화면

참으로 이상한 공권력이다.

새벽 4시 반. 지금 이 시각 오마이뉴스에서 생중계하고 있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공권력의 이상한 이중잣대에 대한 것이다. 촛불집회를 굳이 '강제진압'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전격적인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로 비롯된 촛불집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2002년의 월드컵 집회를 떠오르게 한다. 참여의 주체와 장소 그 열기가 흡사하게 다가와서다. 그래서일까? 우연히 접속한 오마이뉴스에서 생중계되는 화면을 보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경찰이 왜 저렇게 죽기살기로 막으려 하는가?' 하는 것이다.

집회가 잘 유지되도록 도와주면 안 되나? 불법 집회라서, 청와대로 가려 해서 막는 거라고? 월드컵 집회 때처럼 아예 '해방구'로 만들어주면 안 되는 건가? 그럼 불법은 안 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청와대로 가면 또 어떤가? 가게 두면 안 되는 건가?

지금 상황은 명백히도 정부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다(쇠고기 수입협상.. 도대체 그게 무슨 협상인가? 때가 어느 때라고 그따위 짜고 치는 고스톱에 국민이 넘어갈 것이라 여긴다는 말인지.. 참 기도 안 찬다). 그렇다면 지금 이 정도의 반향은 공권력이 먼저 나서 받아줘야 하는 일 아닌가? 이게 지금 어디 월드컵 따위에 비할 일이던가? 그런데도 월드컵 때조차 몇날 며칠을 허하던 그 집회를 왜 허할 수 없다는 말인가?

불순분자의 책동이 우려되어서? 모종의 '배후'가 있다고 여겨서? 소가 웃을 일이다. 경찰이 하는 양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이명박 정부는 정말로 '2MB' 뇌를 가진 집단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배후가 없는 집회는 없다. 모종의 책동이 개입하지 않는 시위 또한 없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라는 말인가? 빌미가 없다면 열기는 타오르지 않는 법이다. 그러므로 시위가 열기를 더해간다면 그 책임은 빌미를 제공한 쪽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번 시위의 책임 소재는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있다. '30개월 이상 된 미친소의 무조건 수입'이라는, 국민 누구도 동의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굴욕외교 행각을 벌인 건 이명박 정부였다. 그런데 책임을 져도 한참을 모자랄 쪽에서 왜 '비무장'한 시위대를 저렇듯 개잡듯이 진압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시각 올라온 뉴스를 보니, 무슨 장관을 짤르네 마네 한다는 소식이다. 당근 짤라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소되라라 여긴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촛불시위의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하나다.

조건없이 무한대의 촛불시위를 허용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 열기가 이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세계의 시민의식을 일깨워서 마침내는 '광우병 쇠고기'로 그 일단이 드러난 미국의 제국적 패권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다. 아니, 경종을 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우상을 깨뜨리는 일이다.

세계 시민의 의식을 흔들어 일깨운 대한국민, 그리고 이명박 정부. 충분히 매력적인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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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II 시민주권이론 Rev.1.2

    Tracked from 시민주권론 2008/08/10 11:08 Löschung

    조금 길어요 17분22초Rev. 1.2에 관하여이번 갱신1.2판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있었던 주요 강의 3개를 혼합하여 완성하였습니다. 노무현 님의 공개된 동영상 파일 중에서 시민주권에 관한 이론적 체계가 담겨져 있는 이 3개 파일은, 각각을 놓고 보면 동일한 주제를 두고 말하고 있지만, 각기 중요한 부분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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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점프컷 2008/06/02 10:2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세계 시민의 의식을 흔들어 일깨운 대한국민, 그리고 이명박 정부. 충분히 매력적인 일 아닌가?

    지가 진짜 CEO 대통령이라면 이런 생각을 해야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4. Drake 2008/06/02 15:0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해외 뉴스에서도 시민들의 관점에서 취재를 하는듯 합니다.
    5월말은 월드컵 분위기지만 그다음주는 5.18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빌미제공이니, 불법시위가 되었느니 하는 말은 둘째치고,
    평화시위가 변질되었다는 말이 외신에서 나오면 골치아파질지도 모릅니다.

    bbc와 cnn에서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시위의 본질이야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처음 시작한 명분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만입니다.


    저도 어제, 하루종일 인터넷만 보고 있었습니다.
    진짜, 욱한마음에 무기들고 나오지 않기를..
    피를 흘려가며 "나는 괜찮습니다"는 미소를 보여준 여자아이도 있어요.

    그런 마음, 헛되게 하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 하민혁 2008/06/27 14:00  편집/삭제  댓글 주소

      삽질로 일관하던 정부가 며칠 사이 강경자세로 입장을 바꾼 듯보이네요. 뭐.. 당연한 수순이라고 봅니다. 더 이상 밀린다면.. 건 정부이기를 포기한 셈이 될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가 아주 재밌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여겨지네요.

      말 그대로의 '민중'으로 설 수 있느냐..
      아니면 다시 몇몇 프로파갠더의 잔치로 끝이 나고 말 것인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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