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여기서 "대한민국에서 스탠스 제대로 잡고 사는 일의 어려움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깔끔하게 매듭을 짓지 못한 채로다

오늘날 대한민국 땅에서 자신의 스탠스를 제대로 잡고 살기란 쉽지 않다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말한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아득한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경연장으로 남아 있다 아니 이제 막 이데올로기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려는 모냥새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어쩌면 식민지 청산과 한국전 마감을 우리 손으로 일구어내지 못한 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생각이지만 식민지 상황과 한국전을 우리 손으로 쫑을 냈다면 사실 이데올로기의 극복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것이고 지금과 같이 다시 승부를 겨루는 일은 없었을 터다

며칠 전, 블로그 댓글에서 나도 모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이 있다 바로 아래 너저분하게 걸려 있는 글은 그 아름답지 않은 결과물이다 씁쓸하다 시시껄렁한 일상이라도 하나 적어서 내려버리고싶은데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게으름과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빡쎄게 사람을 몰아가고 있어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바로 보기 힘든 법이다 얼마 전 '거울을 보다'라는 포스팅에서 한 얘기도 그것이었다 가볍게 던지는 제삼자의 시각에 흠칫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며칠 전의 소동(?)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나를 노빠로 몰아가는 이에게 누군가 한마디를 남겼다


"하민혁은 노빠가 아니다 노빠와 좌파를 다 싫어하는 냉소주의자일 뿐"


흠칫 했다 뭐라뭐라 댓글을 달기는 했지만(노빠 싫어하는 건 맞지만 좌파 싫어한다는 건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건 노빠의 빠돌이 근성이고 좌파라는 아우라에 묻어가려는 기생의식이다 어쩌고~) 나도 모르는 나를 새롭게 보는 듯하여 끔찍하기까지 했다

'냉소주의자'라..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노라 여겨왔다 그렇기에 결코 인정하고싶지는 않지만 저 친구의 지적이 못내 걸렸다 저 지적은 어떤 점에서 정곡을 찌르고 있고 그래서 애써 숨기고싶어하는 내 정체를 만 천하에 까발리고 있는 듯이 보여서다

따지고 보면 시작부터가 그랬는지도 모른다 저 이는 기억할지 모르지만 나는 저 이를 기억한다 인사(인물과사상) 토론방에서다 안티조선 운동의 열기가 한창이던 당시 조선일보사에서 주최한 무슨 글쓰기에서 탑을 차지했으나 그 수상을 거부하여 언론에 오르내렸던 친구다

몇 차례 밝힌 적이 있지만 나는 당시 안티조선 운동에 흔쾌한 입장이 아니었다 반대를 하거나 부정적이었다는 게 아니고 그 운동의 정치적 기동을 미더워하지 못했다는 의미에서다 나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데를 건드리고 싶었고 그게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언론을 정초하는 일이 그것이었다 나는 함께 그 일을 하고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난망한 일이었다 결국 몇몇 웹프렌드의 도움을 받아 단신으로 인터넷신문을 만들었다 이후 그 운동과 몇 차례 삐걱거리기를 반복하다 뒤늦게 운동에 뛰어든 이들로부터 안티를 당하고 급기야는 척을 지게 되었다 그러다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을 통해 결정적으로 정 반대의 입장에 서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당시 상당한 적의를 내비치던 친구들 가운데 저 친구가 있었다

사실 저들의 판단이 옳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현 상황만을 두고 본다면 저 이들의 판단은 확실히 옳았다고 봐야 한다 이유 여하를 떠나서 어쨌거나 나는 철저하게 실패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간 그 길의 현재 값이 적에게 이용 당한 회색인의 전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회색지대 - 인터넷신문의 전신에 해당하는 미디어비평 웹진에서 타이틀로 내건 말이다 그러고보면 오늘의 결과는 그때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셈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말해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애써 그 길을 가고자 했다고 한다면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어느 이상주의자의 순전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유의미하게 답변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이제 게임은 끝났는가 하는 것이다 게임이 끝난 것이라면 저 말은 궤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라면 온전한 승리를 쟁취한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정 시점의 결과를 두고 게임의 승패를 말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게임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내 개인적인 차원에서가 아니고) 목표한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아직도 우리 앞에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호흡을 가다듬고 지나온 길과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살펴야 하는 까닭이고 보다 긴 호흡으로 현재의 스탠스를 되잡아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냉소주의자'라는 딱지 붙이기에 아직은 거부감이 이는 까닭이고




<덧붙이는글> 내가 만일 냉소주의자에 회색분자라면 그것은 모종의 '행태'에 대한 거부반응이 상당 부분 나의 '행태'를 틈입하여 '행태'가 '노선'을 압도해버린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노선’이 아니라 ‘행태’다) 덧붙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 패거리주의가 갖는 단점이 장점보다 더 크다는 사실 혹은 치명적인 유혹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 바 크다 할 것이다 (우리 시대에 '시민혁명'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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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도아 2008/12/04 03:4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저는 노빠와 노까 다 싫더군요. 서로 다른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똑 같더군요. 추종하는 방향만 다를뿐이죠.

    • 하민혁 2008/12/05 05:07  편집/삭제  댓글 주소

      '노빠'라는 말을 이 블로그에서 더 이상 아니 쓰기로 했는데 다른 데서 타이틀을 따오는 바람에 쓰게 되었네요 암튼 추종하는 방향만 다를 뿐 노빠나 노까나 매한가지라는 말씀에는 일단 공감을 하구요 근데 저는 '노까'라는 말 듣는 거 별로 아니 좋아합니다 ^^

      지금도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그 공과를 떠나서 대통령 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이였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그 이유를 다시 재론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고졸이어서라느니 혹은 좌파여서라느니 뭐 그딴 이유에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암튼, 얘기를 하려면 길고(언제고 한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얘기긴 하지만) 해서 그 얘긴 이만 싹둑! 하겠습니다 근데 요즘 도아님 글 쓰시는 거 보면 IT 쪽에서 밀려났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는 것같아요 얼추 '이까' 수준에서 시사/이슈를 섭렵하고 계신 듯싶어서 말이지요 모쪼록 건투를 빕니다 꼭 살아남으세요 : )

    • 도아 2008/12/05 08:34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제 말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하민혁님이 노까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도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지와 추종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지지자가 되어야지 추종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쓴 것입니다. 그래서 추종하는 세력은 즉, 노까=노빠는 같은 무리라는 이야기입니다.

    • 하민혁 2008/12/05 14:57  편집/삭제  댓글 주소

      말씀하신 취지는 충분히 이해했댔습니다 다른 얘긴 자격지심에서 해본 얘기였어요 ^^

    • 맑음 2008/12/12 04:01  편집/삭제  댓글 주소

      도아// 지지와 추종은 다르다? 그 대상의 고약한 면을 비판하지 못하는 지지는 추종을 넘어 아예 숭배로 봐야 옳지 않습니까?

    • 하민혁 2008/12/12 04:42  편집/삭제  댓글 주소

      맑음/ 님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 이른바 '비지(비판적지지)논쟁'의 단초가 되는 지점인데요 저나 도아님도 결국은 비슷한 맥락에서 얘기를 전개하고 있는 거구요 그런데 사실 지금 한국적 상황은 비판적지지가 발을 들여놓을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때 보면 6.25 이후 제삼세계를 택해 떠난 이들의 심정이 이러지 않았을까싶어질 때가 더러 있을 정도지요

      역사적으로 보면 어떤 비판적 지지도 들어설 여지가 없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소위 암흑의 시대로 불리는 중세 시대가 그랬어요 오직 믿음과 추종만이 강제되던 시기였지요 살짝 비약해서 말하자면 오늘날의 북한 체제도 사실 그 범주에 넣어 크게 이상하지 않을 듯싶구요

      암튼 저는 비판적 지지가 널리 인정받는 사회일수록 열린 사회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건전한 사회의 첩경이 거기에 있다고 보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비판적 지지가 회색으로 비난받는 지금 우리네 상황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운 거구요 다시 중세시대나 냉전적 이데올로기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도 아닌 마당에 느닷없이 어느 한편에 서기를 강요받고 그렇지 않은 경우 왕따 당하기 십상인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어서 말이지요

      스탠스 제대로 잡고 살기 참 힘든 21세기 벽두의 대한민국입니다 ^^

    • 맑음 2008/12/12 04:51  편집/삭제  댓글 주소

      주인장// 실은, 저 도아란 분 블로그에 제가 댓글 삭제와 아이피 차단을 당했더랬습니다. 거기서 못한 싸움을 이곳에서 재개하려고 썼던 다분히 유치한 댓글에 이렇게 냉철한 일반론으로 반응하시니 제 꼴이 좀 우스워지는군요.ㅜㅜ
      제가 어디 가서 절대로 노빠들한테는 양보하지 않는 성격입니다만, 이곳에서는 님이 원치 않으시면 일단 개인적 대결은 삼가겠습니다.

    • 하민혁 2008/12/12 06:19  편집/삭제  댓글 주소

      맑음/ 무슨 말씀을요 하시고싶은 말씀 맘대로 하셔도 됩니다 보다시피 저는 성정이 모가 나서 쌈구경을 은근히 즐긴답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아니 하서도 좋습니다 물론 차단 같은 거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절대 없습니다 ^^

      그나저나 위에서 댓글은 저렇게 쓰긴 했지만 지지와 추종의 경계가 어디냐를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같아요 님께서는 잘못된 지점까지를 감싸드는 지지를 추종 내지는 추종을 넘어선 숭배에 가깝다고 정리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암튼 그렇습니다 괜히 끼어든 게 아닌가싶기도 했는데 이래 댓글까지 주시니 고맙습니다 평화한 아침 맞으시기를

    • 맑음 2008/12/12 10:31  편집/삭제  댓글 주소

      음.... 제가 허구한 날 노빠 여러 명과 동시다발적으로 논쟁을 일삼다 보니 노빠 한 명 한 명을 따로 인식하지 않고 두리뭉실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노빠는 이렇게 행동했고 저 노빠는 저렇게 행동하더라 하는 개별적 특성을 일일이 머릿속에 담아 두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도아 저분이 제 아이피를 차단하기는 했지만 댓글은 삭제하지 않았더군요. 일단 그 점을 밝혀 두겠습니다.

    • 도아 2008/12/12 14:13  편집/삭제  댓글 주소

      "이명박이 언론을 장악해 국민여론을 갖고 놀 수 있게되면 이명박은 소수세력인 노빠들을 때려죽여도 된다."

      저 맑음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http://blog.naver.com/edenmaker.do?Redirect=Log&logNo=30038298041) 입니다.

      사실 다른 말은 필요없는 사람입니다. 노빠보다 더 더러운 노까(정확히는 쥐빠)입니다.

      http://blog.naver.com/edenmaker

      블로그의 글을 읽어 보시면 굳이 답을 달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글을 삭제하고 차단된 이유는 쏙 빼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글을 삭제하고 차단된 것은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죠. 물론 노까는 이런 기본도 모르지만요.

    • 맑음 2008/12/13 00:06  편집/삭제  댓글 주소

      난독증이세요? 당신이 인용한 저 문장은ㅡ
      1. 내가 쓴 것이 아니라 다른 분이 쓴 글을 퍼온 글입니다. 물론 공감하기에 퍼왔습니다만.
      2. 저 문장이 들어간 글의 맥락을 싹둑 잘라 버리고 저 문장만 소개함으로써 발언 전체를 정반대의 뜻으로 만드는 그 수법은 어디서 배웠습니까? 노무현 그 개잡놈한테서 배웠습니까?
      저 발언을 한 지존보라는 분은 노빠들의 잘못된 주장을 지적하며 '노빠들의 그 논법을 다른 곳에다 적용하면 이명박이 여차여차한 짓을 하더라도 정당하게 된다'고 지적하였던 것입니다. 링크된 글을 직접 찾아가 읽는 이는 누구라도 단박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데 사람을 모함하다니 너무 무모하신 것 아닙니까?


      규칙을 어겼기에 아이피를 차단하였다? 제가 당신 블로그에서 무슨 일을 하였는데요? 노무현을 깐 것밖에 없지 않습니까.
      당신은 댓글을 여럿 달았기에 아이피를 차단한다고 밝힌 적 있습니다. 한데, 그렇게 여럿 달았던 댓글 모두가 바로 그 앞에 당신이 이쪽을 향해 던진 '반박'을 차례차례 재반박하는 댓글이었잖습니까. 당신은 여러 번 발언할 수 있고 상대는 단 한 번만 발언해야 하는 것이 규칙입니까? 아니면, 당신이 뭐라고 주장하면 다른 사람들은 일체 반박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규칙입니까?
      정확하게 어떤 규칙을 제가 어겼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시지요.

  4. 한윤형 2008/12/07 17:4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아아... 혹시 안티조선 우리모두 초창기에 '백성민'이나 '이민주'란 아이디로 활동했던 분이세요? 오다가다 블로그는 가끔 봤는데 (물론 님도 알겠지만 저는 님이 하는 소리, 전혀 공감 안 하죠.)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뭐, 아직까지 이런 식으로라도 살아 계셨다니, 그럭저럭 반갑네요. 어쨌든 남 블로그에 무지막지한 분량의 트랙백을 날린다든지 그런 일은 삼가하시길 바래요. 그건 좀 물리적으로 민폐니까...

    여하튼 건필하세요.

    • 하민혁 2008/12/12 03:16  편집/삭제  댓글 주소

      한윤형님도 건필하세요

      그런데 무지막지한 분량의 트랙백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린지 예나 지금이나 이상한 피해망상 증세와 뒤집어씌우는 그 버릇은 여전하네요

      이제 군대까지 다녀온 모양이던데 적지않은 세월이 흐르도록 아직도 그 버릇 못 고친 거 보면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듯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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