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견뎌주던 이가 기어이 일을 냈다. 지난 금요일 오후부터 갑자기(는 아니다. 내가 원인 제공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예기되어 있었던 일이니까) 아프기 시작한 이가 주말 내내 사람 혼을 빼놓고 말았다.

금요일 오후에 약간 아프다 싶었으나, 나만의 요법으로 견뎠다. 요법이란 게 별게 아니고, 이와 잇몸 주변을 사정없이 문질러버리는 것이다. 거의 감각이 없을 때까지..(의사 말로는 이게 더 문제란다. -_-) 통증이 약간 가라앉는가싶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다. 다시 문질렀고, 역시 견딜만 했다. 하지만 오래지않아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

이같은 일이 몇번 반복됐다. 그리고 회가 거듭할수록 통증이 찾아오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특유의 무대뽀 기질이 다시 발휘되었다. 진통제 1통을 한꺼번에 털어놓고 기절(?)해버렸다.

주말 아침. 눈을 뜨자마자 수소문하여 치과를 찾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간 치과에서는 다짜고짜 마취제를 놓았다. 아프냐고 해서 아프지 않다고 했더니, 다음 주 화요일에 오란다. 좀 황당하긴 했지만, 우선 아프지 않으니까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마 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그러나 마취가 풀리면서 치통은 더 심해졌다. 눈이 쏟아져내릴 듯했고 귀는 뜨겁게 후끈거렸다. 이가 아프면 눈과 귀가 함께 아프다는 걸 처음 알았다.

견디다못해서 치과에 전화를 했다. 이미 진료 시간이 끝났단다. 다른 치과를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고 이리저리 테스트를 해보더니.. 모르겠단다. 일반적인(이라고 했는지 정상적인 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현상이 아니어서 자기들로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으니 대학병원을 가보라는 것이다.

원인을 알고 모르고 그런 거 상관 없다고, 그냥 통증만 멎게 해달라고 했다. 신경을 죽여도 좋고 이빨을 빼도 좋고 뭐를 해도 좋으니까 지금 당장 이 통증만 좀 없애달라고 했다. 그러나 의사들이 어디 그렇게 만만하던가?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지금 당장 대학병원 가보라는 답변 뿐이었다.

대학병원 갈 일을 생각하니 아득했다. 무엇보다 주말 대학병원 대기실에서의 그 지루한 '대기'를 해본 경험이 악몽처럼 떠올랐다(지난 연말 아이가 교통사고로 주말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다. 오후 4시에 도착해서 제대로 된 검사를 마친 게 새벽 1시였다). 도저히 그렇게 '대기'하면서 견딜 자신이 없었다.

눈을 뜨지 못할 통증은 수 초 간격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약방 몇 군데를 들렀다. 진통제와 수면제를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데까지 샀다. 집으로 돌아와서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30분쯤 지나자.. 살만했다. 세상이 비로소 세상으로 보였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잠 들었다 깼다를 주말 내내 계속했다. 월요일 아침. 얼얼한 느낌만 있을 뿐, 지금 이 시간 견디지 못할 통증은 아니다. 지금 고민은.. 종합병원을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뭐 이대로 진통제를 먹으면서 견디는 것 하고 치료를 받는 것 하고 뭐가 다를까싶어서다. 이대로 가다가 통증이 완화된다면, 문제될 건 없지싶은데.. -_-


 
TAGS 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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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귀쟎다 2006/04/20 10:1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지금은 좀 괘쟎아 지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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