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는데, 국민들은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 있어 의사소통이 안 된다."

노무현 정권 당시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 재밌는 발언입니다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지요 국민을 비하한 말로는 아마 역대 최악의 발언이 아닐까싶은데요 그 지독한 오만함과 독선 그리고 무지에 다들 혀를 내둘렀댔습니다 물론 그때도 노빠들은 노무현 지지자들은 렬씨미 만쉐이를 외쳐댔지만요 암튼

최근 다시 웹서핑과 블로깅을 시작하면서 문득 저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국민 일반은 21세기에 가 있는데, 위정자와 일부 덜 떨어진 국민들은 독재시대 문화에 찌들어있다 그래서 소통이 안 된다." 조기숙의 말을 함 패러디해본 건데요 지금 내가 하고싶은 말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싶습니다

웹서핑을 통해 마주치거나 여기 올라오는 댓글을 보다보면 이 친구가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친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시대착오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아주 정색해서 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는 안도현의 시입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시지요 그런데 이 좋은 시를 아주 엉뚱한 데서 이상한 방식으로 부려먹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 시를 들어 짐짓 다른 사람을 훈계 내지는 계몽하려 드는 친구들입니다 의식있는 척 젠체를 하면서 말이지요

이 친구들은 상대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싶으면 그가 누구이건 한마디 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말이지요 그럴 수 있습니다 자신이 치열하게 삶을 살아왔다면 저렇게 말한다고 해서 크게 책 잡을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아무리 봐도 치열한 것과는 거기가 먼, 머리에 든 거라곤 저 말 한마디 밖에는 없을 성부른 친구들이 저 말을 노박 입에 달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관념에 취해 사는 친구들이라고나 할까요 현실적으로 도무지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친구들일수록 자기 마음 헤아려주는 저런 글 하나 만나면 아주 죽고 못 삽니다 금세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곤 합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이들이라면 대개 거기까지입니다 거기서 그치지요 그런데 일부 유아적 근성을 못 버린 살짝 모자란 친구들은 꼭 거기서 한발을 더 나아갑니다 그걸 다른 사람한테 풀어먹으려 드는 겁니다 야 이놈아 세상 왜 그렇게 사느냐 치열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면서 시 하나 읽은 것 가지고 지가 무슨 세상 이치 다 깨달은 것처럼 혹은 대단히 의식있는 체 아주 썰을 풀어제낍니다

그러나 이것까지도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그리고 순수한 행동 양식이라 할 수도 있지요 이것이 위험한 것은 단 하나 그 오염 가능성 때문입니다 순수 자체는 문제 될 게 없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오염 가능성 곧 오염에 취약한 구조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는 거지요

이른바 무슨무슨 신드롬이 일 때마다 세상 천지에 이보다 더 여리고 순수할 수 없다 싶던 친구들이 거의 광신에 가까운 모습으로 거기에 빠져드는 것도 실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나찌즘이나 우리 현대사의 유신 독재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북한 체제가 가능한 근거이기도 하구요



연탄재

encyberimg.encyber.com/updata/travelkorea/200611/09/1163037489614.jpg



이같은 경향성을 가진 친구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게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진리라는 겁니다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다른 의견이란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통섭 불가 - 여기서는 종교에 가까운 광신적 믿음만이 존재할 뿐 소통이 가능한 창구 자체가 사라져버립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던질 수 있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여기서는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는 감성적 언어 한마디가 곧 교조적 정언 명령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감성 언어의 대명사인 이외수가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밝혀 말할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한테서만은 그게 용납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한다싶으면 기어이 달려들어 어깃장을 놓고 나서야 직성이 풀려 하지요 그렇게 상대의 입을 틀어막는 논리는 하나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단순 무식 아주 심플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은 연탄 거의 안 땝니다 무엇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는 사람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을 되뇌고 다니는 친구들은 어디 새마을운동 하던 시절의 얘기를 지금 주워섬기면서 그걸 자신의 행동교범으로 삼아 신주 모시듯 하고 있는 셈입니다 몸뚱이는 21세기에 있으면서도 정신은 아직도 여전히 철지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거지요

물론 상관없습니다 똥덩어리를 신으로 모시든 연탄재를 할배로 모시던 그건 그 친구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그런 똥덩어리를 들이밀면서 혹은 쓰레기 연탄재를 뿌려대면서

"이 똥덩어리를 믿어라!'
"이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하면서 한길을 막고 서 있다면 그건 좀 다릅니다
살짝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지요 정상으로 안 뵌다는 뜻입니다


'이 연탄재를 믿으라' 

네 네 충분히 알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발 연탄재만 함부로 좀 버리지 말아주세요




With her brother on her back a war weary Korean girl tiredly trudges by a stalled M-26 tank, at Haengju, Korea. June 9, 1951. Maj. R.V. Spencer, UAF. (Navy)

flickr.com/photos/imcomkorea/sets/7215760780841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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