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자주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한번 더 곱씹어보면 그 안에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뉴스로그는 과연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가? 처음 기획한 그대로 가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 답은 '아니다'입니다.

뉴스로그는 기자평판서비스를 들고 나왔습니다. 실천적 미디어저널리즘의 기치를 들고서였습니다. 미디어의 구성원인 기자(와 블로거) 각 개인에 대한 평판시스템을 통해 미디어 일반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지향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가능하리라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믿음은 공유되지 않으면 그 의미가 없습니다. 공유된 믿음은 함께 이루어야 할 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각개인의 믿음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한갓된 공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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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현상적으로는 분명 맞는 얘기지만 그러나 본질은 놓치고 있는 말입니다.

분열 없는 곳에 변화는 없습니다. 변화 없이 진보를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게 아니라, 분열을 통해서만 진보일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진보를 진보이게 하는 힘은 분열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풀자면, 자유 자존에 입각한 다양성이 바로 진보의 원천입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원유로 굴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보 또한 그 원천인 분열 혹은 다양성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연대와 참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연대와 참여가 배제된 분열이란 기껏 집단적 이기 혹은 이데올로기일 뿐입니다.

인터넷으로 비롯된 정보혁명의 가장 큰 특성 가운데 하나는 개방과 공유 정신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중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참여민주주의의 이상인 집단지성의 발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로그는 이 집단지성의 힘을 미디어에 적용한 서비스입니다.


"뉴스로그의 성패는 네티즌 일반의 참여를 어떻게 추동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출발하고, 집단지성의 힘을 주장해도 일반 유저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심과 재미다."



뉴스로그-시즌2를 시작하면서 하고 있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유저 일반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대목에서입니다.

그러나 뉴스로그-시즌2는 처절하게 실패했습니다. 유저 일반의 관심도 재미도 이끌어내지를 못했습니다. 유저 일반의 니즈를 읽지 못한 때문이고, 유저 일반의 관심보다 뉴스로그의 지향점이 너무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의도가 지나쳐 불러일으킨 거부 반응이자 패착이었습니다. 들판을 제대로 태우기 위해서는 마른 들에 불을 놓아야 하는데, 무모하게도 들판을 말리겠다고 덤빈 짝이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실로 가소롭고, 그래서 코웃음을 칠 일이었을 터입니다. 뉴스로그가 시즌-3로 이행하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 까닭입니다.


"아직도 '기사' 를 보는가? 이제부터는 '기자' 를 보라!"
- '뉴스로그-시즌2'는 ‘실천적 언론개혁’을 지향한다



설왕설래는 있었습니다. 특히 메인 탑에 위치한 '이슈' 항목의 신설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이슈' 항목의 신설은 유저의 이슈 종속성을 심화하여 필연적으로 다중을 우중으로 만들어갈 여지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즌2의 참담한 실패는 이같은 이의를 간단히 무력화하고도 남았습니다. 유저 일반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시즌2의 결과 앞에서 좋은 목표와 알찬 내실을 갖추고 있다는 등의 이설들이란 그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심플했던 디자인이 다소 복잡한 형태로 대폭 수정 변경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로그는 여전히 이념 과잉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메인 화면의 이슈 항목에 붙박이로 '언론비평'이 박혀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슈 항목의 신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운영진이 택한 마지막 선택지였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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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그에는 오늘 현재 127 개의 언론매체와 6,278 명의 기자정보가 게재되어 있으며, 이 정보는 이들이 생산한 수 백만 건의 기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자료는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자료가 갖는 의미와 이 자료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유저 일반에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반성합니다. 뉴스로그-시즌2에서 언듯 내비친 우리의 설익은 치기를 반성합니다. 일정 부분 공명심이 작용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을 피우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마음 속에 소중히 키워가고 있는 불씨가 타오를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영역임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유저 일반의 목소리보다 어설픈 자기주장이 앞서 있던 뉴스로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해주신 회원과 블로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비록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비록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진정한 변화란 각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연대와 참여'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뉴스로그는 유저 일반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초심에서 멀어지고 기획한 길에서 다소 에둘러가는 한이 있어도 유저의 얘기를 듣는 일을 우선으로 하겠습니다. 그 길이 뜻한 바 목표를 함께 이루어갈 수 있는 더 빠른 길일 터입니다.  


고맙습니다.
공개대외비 (2008/02/27 13:33)

같이 읽어야 하는 글
http://blog.mintong.org/439
http://blog.mintong.org/391
http://blog.mintong.org/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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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여 신문사

"자, 일곱 글자로 말해 봐" - 밀어붙여 신문사 (c) www.lllll.co.kr




<덧붙이는글> 위에 옮긴 글은 기자평판시스템이라는 타이틀로 서비스를 시작한 <뉴스로그> 서비스의 팀블로그에 쓴 글입니다. 안팎의 몇 가지 사정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때 쓰인 글이어서인지 사뭇 비장함이 어려있기도 한데요. ^^.  올 한 해 이곳 블로그에서 하고자 하는 일과 그 방향성을 같이 하고 있는 터여서 <뉴스로그> 운영진의 양해를 얻어 이곳에 전재합니다. 전재를 허락해준 <뉴스로그> 관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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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셜 프로젝트 [트래쉬북] :: "쓰레기책은 있습니다"

    Tracked from 섹시고니닷컴 :: E-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2009/05/01 08:44 Löschung

    이전 프로젝트의 의견을 여쭙는 포스트에 하민혁님, J준님, 무한님, 민시오님께서 트랙백을 이용하여 좋은 의견을 보내주셨고요. 무려 54개의 댓글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응원과 함께 다양한 제안을 주셨습니다. 다양한 의견들 속에 제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도 꽤 있었습니다. 소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잘한 일 같네요. 우선 많은 의견 중에서 '과연 쓰레기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책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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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ntiwa 2009/01/15 10:3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데스크의 압력 만큼이나 평판에 의한 압력도 무시할수 없겠네요...

    저대로 된다면...

    • 하민혁 2009/01/15 10:45  편집/삭제  댓글 주소

      유갑스럽게도 제대로 되지 못 했습니다 한창 자리를 잡아가던 중에 프로젝트가 중단이 되었거든요 근데 왜 중단되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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