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여중생 압사사건'과 '범국민 대책위'

-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한 짧은 기록 (1)


촛불시위

'촛불시위' 하는 어린이들

이 기자의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라는 11월 26일자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항의 메일이 편집국으로 계속 날아들었다.

항의성 메일은 대개 기사의 논조 전반에 대한 것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날아든 메일의 경우는 그 양상이 사뭇 달랐다. 특정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성 메일 외에, 그동안 우리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준 다수의 네티즌 회원들까지 메일을 보내 기사에 대한 항의를 표시한 경우가 많았다.

이 기자의 기사 중에 나오는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발언 때문이었다.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과 그로 인한 '반미 감정'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 해명 기사를 써야겠다고 결정한 배경이다.

이 기자는, 네티즌들이 문제 삼고 있는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라는 칼럼성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지금 '결과적으로 승리만 얻을 수 있다면 과정은 어떤 방식이어도 좋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민단체나 네티즌들 또한 여기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 어름에서 이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은 결코 건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바른 모습이 아니다. 건전한 사회 의식을 좀먹는 또하나의 사회 병리현상일 뿐이다. 미군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반미'감정은 시민사회단체가 저런 정치논리를 적용하여 승리한 좋은 사례이다.

여중생 사망사건의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은 어떻게 보면 시민사회단체가 미군과 미국 사회 일반의 감정을 최대한 자극함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 결과이다. 즉 '불순한' 시민단체가 주동이 되어 지속적으로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미군측의 배심원 제도가 갖는 맹점을 이용한 결과가 미군 피의자의 '무죄평결'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항의 메일을 보내주신 다수의 네티즌 회원들과 달리, 우리는 이 기자의 이와같은 시각에 공감한다. 우리는 왜 이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가? 이 기사를 통해 우리는 이에 대한 해명을 담아 전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결국 항의 메일을 보내주신 네티즌과 회원분들께 드리는 우리의 공식적인 답변인 셈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촛불시위

2002년 7월 3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49재 추모제'와 규탄대회 모습 (c) 하민혁


먼저,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인터넷에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늘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하는 것이다.

여중생 사망 사건이 터진 직후에 우리는 이 사건이 갖는 중요성에 주목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현장 취재를 기획했다. 하지만 우리는 원거리 취재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우리는 설립 3년째를 맞고 있기는 했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기자제가 아닌 네티즌 회원제를 고집(우리가 왜 굳이 '회원제'를 고수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장을 통해 전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하고 있었고, 따라서 서울이 아닌 의정부 현장까지 나갈 취재 인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당시 약 2주 전에 '회원'에 가입한 이*훈님이 인사차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날이 7월 13일 토요일이었다. 우리는 이*훈 회원께 다음 날 있는 시위 현장의 취재를 부탁했고, 7월 14일(일) 의정부 미2사단 정문 앞에서 열리는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만행 규탄 제4차 범국민대회(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 주관)' 현장에 그를 보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취재 현장에서 이*훈 회원은 시위를 주관한 이른바 '범대위'에 의해 가공할 집단 린치를 당했다. 범대위 관계자들은 이*훈 회원이 소지하고 있던 회사 소유의 카메라까지 강탈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미군규탄 시위대, 취재중이던 본사 회원 집단 린치하고 취재용 카메라까지 빼앗아" 기사 참조 - 편집자주)

우리를 더욱 아연하게 했던 것은 이후에 보여준 범대위의 태도였다. 범대위는 명백히도 잘못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사과는 커녕, 사건 직후 우리를 오히려 '프락치'로 몰아가는 작태를 벌였다. 우리 사이트와 게시판에 대한 '폭파'까지를 선동하고 나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범대위가 말하는 '프락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프락치'에 의해 범대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화를 입었는지는 범대위가 그 사례를 적시해준 바 없기에 알 수 없는 일이나, 우리는 그런 사항들이 네티즌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임을 밝히고 '범대위' 측에 이 사건에 대한 사과와 카메라의 반환을 요구했다.

범대위 또한 우리가 그들이 말하는 '프락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범대위는 자신들이 우리에게 저지른 패악에 대해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적인 어떤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사건 당시 강탈해간 카메라 또한 돌려주지 않고 있다. 후안무치하고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이같은 범대위의 태도는 대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

우리는 이것이 범대위의 골수에 박힌 '사이비 진보' 의식(양아치 근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범대위의 비이성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신들의 행위와 행동논리가 절대 틀리지 않다는 '무오류의 환상'이다. '한갓된 역사주의'와 '천박한 선민의식'이 어우러져 빚어낸 일종의 사이비 진보 혹은 편집광적 맹신주의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뒤로 가는 '퇴행적 진보'일 뿐, 엄밀한 의미의 진보가 아니다(방향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보자면 '퇴행적 진보' 또한 '진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른바 '범국민 대책위'의 정체성을 묻는다

지금 우리 사회 최대의 관심사는 단연 연말의 대통령 선거와 여중생 사망사건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야 5년마다 으레 치르게 되어 있는 연례행사이고 보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여중생 사망사건이라고 봐야 한다. 사건의 전개 양상이 사회적으로 그만큼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특정한 의도를 지닌 불순 세력의 여론몰이나 일반 시민의 순간적인 감정 논리에 휘둘리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고,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일반 네티즌의 접근 방식과 다르다면 다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계속, 기사 이어집니다)


/ 2002-12-01 오후 2: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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