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만 모두가 '걸면 걸리는' 나라 (1)


다시 사정 놀음이 시작되고 있다.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으레 있어왔던 일이 아니던가.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IMF라는 상황 때문에 약간 뒤로 미뤄져 진행된다는 것만 다를 뿐이겠다. 정치권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사회가 어수선할 때마다 늘 일어서는 이 사정 놀음을, 그러나 이제는 제발 그만두었으면 한다. 너무 역겹다.

그것은 언제나 국면 전환용일 뿐이었고, 사정이 사정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사정의 칼날에 맞아 쓰러지는 것은 언제나 힘없고 빽 없는 불쌍한 어린 백성들뿐이었다. 그런 마당에 또다시 이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사정 놀음이란 말인가? 제발 이제 그만 좀 해두자.

헛소리 말라는 따가운 질책의 소리가 들리는 듯만 싶다. 무슨 책잡힐 일이라도 한 모양이라는 의혹의 눈길도 느껴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무슨 책잡힐 일이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헛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정을 그만 하라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고, 시원해야 할 사정을 역겹다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행해져온 방식의 사정이란 본질적으로 성공할 수가 없는 사정이겠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나 먼저 한번 들어보자.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그런 다음에 따져보기로 하자.

작금에 불고 있는 사정 바람의 뿌리를 찾자면야 끝도 없이 그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야 하겠지만 그러나,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요점만을 전하는 데는 그리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삼청 교육대까지 갈 것도 없다. 바로 직전 정권이었던, 자칭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정부의 사정하는 양을 한번 살펴보기만 해도 된다. 그렇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하기로 하겠다.


가장 오랜 사정을 한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강력한 사정 의지를 표명해오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로 사정의 칼날을 뽑아든다. 대내외적으로 일고 있는 혁신에의 바램을 그는 사정을 통해 충족시키려 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사정을 제일 오래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원칙이 결여된 사정이란 말 그대로 사정(私情)에 흐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토록 오랜 사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은 부패와 비리로 얼룩져 있는 현실이 이런 사정을 잘 말해준다.

그동안 우리는 실패한 사정에 대한 수도 없이 많은 진단과 사정의 성공을 위한 수도 없이 많은 전문가적 처방을 들어왔다. 이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수백 권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여기서 우리가 또 하나의 진단과 처방을 더하는 것은 도대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그런 전문가적 식견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그러므로 그런 일일랑은 여전히 전문가들 몫으로 남겨두고, 여기서는 다만, 대체 어떤 곡절이 숨어 있었기에 그 사정은 그렇게 매번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사정의 바람에 동승하여 한번 살펴보기만 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하자.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방식으로 말이다.

자칭 문민정부를 표방하고 나선 김영삼 정부였다. 민생과 관련한 사정이 우선적인 것임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무원의 부정부패 일소 및 지역 토호 세력의 비리 척결이었다. 의도는 좋았다. 그것을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곳이 바로 우리 사회에 총체적으로 만연해 있는 부패와 비리의 한 온상일 수 있는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방법론이란 참으로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계획도 없었고 원칙이나 철학도 없었고 비전도 없었다. 그런 사정 작업이 어찌 성공할 수 있는 일이었겠는가?

그 사정은 처음부터 벽에 부닥쳤다. 단적인 이유는 사정의 칼날을 쥔 자들이 결코 사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지역 유지, 토호 세력이라는 말을 하는데,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그리고 사정의 칼날을 쥔 그들이 어울리는 부류들이 과연 어떤 이들인지를 한번 살펴보라. 사정의 칼날을 쥐고 있으면서 동아리를 만들어 그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바로 지역의 유지이고 토호 세력은 아니던가? 이런 사정(事情)은 사실 정부 말고는 누구라도 알고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첫 사정은 실패를 맞는다. 그리고 뒤늦게 이런 사실을 눈치 챈 김영삼 정부의 '빌린 머리들'은 잽싸게 움직였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전국 지검과 지청의 검사들을 일거에 자리 이동시킨다는 대책이었다. 참으로 단순 명쾌한, 너무 단순해서 한편으로는 무식하게 여겨질 정도의 계책이었다. 그게 왜 무망한 노릇이었는지는 이후에 언급될 것이다. 하여튼 멋지게 치켜든 두 번째의 사정 또한 결국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김영삼 정부의 '빌린 머리들'은 다시 제2차로 자리 바꾸기를 단행한다. 이번에는 사정의 선봉에 서 있는 전국 검찰의 수장들을 모두 포함한 대대적인 물갈이였다.


그러나, 사정은 실패로 끝나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아름다운 사정이었는가? 그래서 이제 사회는 아름답게 정화되었던가? 김영삼 정부가 원하는 깨끗한 사회가 되었던가? 아니다. 애꿎은 사람들만이 그 더러운 사정의 오물을 쓰고 사회의 쓰레기로 전락되어 갔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사정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공을 들인 사정이, 그토록 집요하게 추진했던 그 사정이 왜 아름다운 사정이 될 수 없었는가? 사정이란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던가?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왜 그 빌린 머리들의 사정은 성공할 수 없었는가?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가?

실패의 원인을 찾아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저 빌린 머리들이 취한 사정이 현장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조금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여기서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한 마디 하자면, 저 '빌린 머리들'의 발상이란 기실 유치원생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생각이었다. 한번 생각해 보라. 만일 그들 빌린 머리들처럼 이전 책임자를 믿지 못해 사정이 지지부진했던 거라고 한다면, 사정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가 의심스러운 것이었다고 한다면, 그것이 자리를 바꿔 앉은 책임자에게서 바로잡힐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자리를 옮긴다고 해서 호박이 수박 된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더란 말인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기대한다. 한 마디로 웃기지도 않는 한 바탕의 코미디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아주 진지하게 그런 일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그들은 혹시 그렇게 한번 자리를 바꾸면 이 나라가 서로 영원히 아니 보고 살 수 있는 그런 광대한 나라라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그런 시스템을 갖춘 훌륭한 나라라고 생각한 것이었는지 그건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어디에 있든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 그런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라에서는 저 빌린 머리들의 기대란 기실 무망한 노릇일 뿐이다. 빌린 머리들 생각처럼 이전 책임자가 정말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정도에 대한 대책 하나 없이 가만히 앉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도대체 얼마나 순진한 발상인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추적 범위를 보다 좁혀보도록 하겠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 사정의 현장을 따라가 그 사정이 진행되는 구체적인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정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결국 몇 번의 소동을 거쳐 이제 전국 지검과 지청에 새로운 수장들이 부임을 하게 된다. ‘역사적 사정의 임무’를 띠고 부임한 그들에게 있어 그 과업이란 지상 명령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의 의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이 승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당이니, 그 일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문제는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단기간에 사정 과업에 걸맞는 건수를 올려야 하는 일이다. 사실상 그런 일에 건수가 할당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아니라고 우긴다면 할 말이야 없겠지만 말이다.

에니웨이, 느닷없이 새로운 임지로 부임을 하게된 검사의 입장에서는 참 막막할 노릇이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아니 보다 구체적으로는 어디서부터 건수를 채워나가야 할 것인가?
 

그건 그렇고, 여기서 우리가 역할 분담을 한번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다. 모든 이가 선망해마지 않는 검사 노릇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읽는 당신과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함께 말이다. 싫다고?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당신은 어느 소도시에 새롭게 부임한 지청장 역할을 해라. 나 또한 새롭게 발령 받아온 그 아래 평검사 노릇을 한번 해보겠다.

당신은 오늘 아침, 검사들을 불러 모은 다음 근엄한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는 지금 사정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곳에 부임하였다. 그리고 이제 그 역사적 과업에 착수하려 한다. 내 목이 여기에 걸려 있다는 등의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한 건도 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평생의 은인은 결코 되지 못하리라는 점만은 강조해 두고싶다. 이상.


만만한 사람을 찾아라


수장인 당신도 황당한 건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당신 말을 듣고 있는 나도 참 황당하기만 하다. 정해진 기간 내에 대체 무슨 수로 건수를 채우라는 것인가? 에고, 대체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는 법. 이번 일이라고 해서 어찌 방법이 없겠는가? 우선 잠시 나의 상황을 정리하고, 그리고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리해보도록 해야겠다. 현재 나는 모든 것이 생소한 곳에 갑작스럽게 부임을 받아왔다. 그리고 제한된 기간 내에 역시 배당 받은 건수를 챙겨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그렇다. 우선은 이곳 경찰의 협조를 받도록 해야겠다. 도무지 생소하기만 한 이곳에서 내가 그나마 ‘목표물’을 낚아챌 수 있으려면 이곳 사정에 밝은 저 경찰들의 협조를 받는 일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겠다. 뭐라고? 그 경찰들은 토착세력이 아니냐고? 하참나, 이거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나? 신성한 경찰에 의심의 눈길을 두시다니... 그런데, 이것봐, 당신 누구야? 한번만 더 그따위로 말하면 당신부터 먼저 표적 사정에 들어가는 수가 있어! 알았어? 음... 그렇지, 그렇게 조용히 엎드려 있는 게 신상에 좋아, 특히 지금과 같은 이런 칼날 사정 상황 아래서는 말이야.

그나저나, 경찰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황금 같은 시간이 벌써 이틀이 지나가 버렸군. 뭐라고? 그 동안 지역 유지들과는 만나지 않았느냐고? 이 양반이... 지금이 때가 어느 때라고 그런 말을 해? 나 아무도 만나지 않았어(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전해 듣기는 했지). 그나저나, 이것 봐, 내가 조용히 엎어져 있으랬지? 음... 어쨌든 좋아. 이제 경찰들에게 나름대로의 건 수를 할당해두었으니 그들이 몇 개 정도는 알아서들 챙겨올 거야. 나는 그저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만히 앉아 있을 수야 있나? 그렇지! 이번 사정의 목표가 지역 토착세력의 비리에 관한 것이었어.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없지만은 않겠어. 어이~ 여기 말이야, 이전 사건 기록들 전부 한번 가져와 봐. 바쁘니까 빨리!

역시 나는 머리가 좋아. 학교 다닐 때, 내가 뭐 폼으로 늘 수석 먹었겠어? 분명 이 사건들 중에 조금은 냄새나는 게 없지 않을 게야. 검토하다 보면 분명 엮어 넣을 만한 한두 개의 건수는 있기 마련이라구. 내가 익히 경험해본 터이니 그걸 찾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은 아니지. 어디 보자. 역시 그렇군. 여기 적당한 게 하나 있어. 아니, 이거 봐라. 이거야 뭐, 수두룩 부지기수인 걸. 기소 유예, 기소 유예라... 이거야말로 사정의 목표에 명실상부한 건 수일 수 있겠어. 음... 이것들만 요리해도 잘 하면 할당된 건 수는 모두 채울 수 있겠어. 어이~ 이봐, 여기 이거 말이야. 약간 이상하군. 이 치들 말이야, 가서 한번 데리고 와 봐.


모래시계 검사를 위하여


뭐라고? 무슨 꺼리로 데리고 오느냐구? 이런 등신! 그냥 끌고 오면 되는 거지, 꺼리는 무슨 우라질 놈의 꺼리야? 언제부터 이 나라 검사의 말발이 그렇게 안 통했어? 하여튼 좋아. 껄끄럽게 굴거든 아무거나 몇 가지 덧붙여서 데리고 와? 걸면 걸린다는 법칙도 몰라? 모르면 국회의원 김문수라는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고! 뭣이라? 그래도 그쪽이 따지면서 뎀빌 수가 있다고? 이런 덴장~ 꼭 뜨거운 맛을 봐야 한단 말이지? 그렇다면야 뭐 어쩔 수 없지. 뜨거운 맛을 뵈주는 수밖에는. 지금 보니 말이야, 판사가 내 동창의 후배 친구래. 수색 영장 바로 발부 받아 줄 테니까, 가서 그쪽 사무실에 있는 것 모두 모조리 사그리 하나도 남김없이 깡그리 훑어와 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봤어?

뭐라? 그 사람이 당신 사돈의 팔촌의 사돈의 외사촌 되는 사람이라고? 이거 봐, 이거 보셔! 당신 지금 때가 어느 땐지나 알고 그딴 소리 하는 거야? 가서 데리고 와! 그래 그래야지. 데리고 왔어? 뭐라고? 지금 없다고? 오늘 아침에 외국 출장 떠났다고? 이런~ 이봐, 당신 자꾸 이럴래? 당신 혹시 그치한테 미리 얘기해서 몰래 빼돌린 것 아냐? 그런 다음 없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라고? 음... 뭐 좋아,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어쨌든 당신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니니까... 이번에는 내가 참도록 하겠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알겠어?

그러면 말이야, 이 사람 한번 데리고 와 봐? 뭐라고? 그 사람 집어넣으면 조금 시끄럽게 된다고? 당신 이거 나를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 나 지금 열심히 사정 중인 검사야, 알아? 혹시 말이야. 당신 그 사람하고 무슨 안면 있는 것 아냐?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뭐야, 그냥 호형호제 하는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이런~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때? 뭐야, 이 사람도 안돼? 그 사람하고는 함께 하는 사업이 있다고? 이거 봐, 이 사람 족치면 혹시 당신 걸려 들까봐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하기사 뭐, 맨날 밤낮으로 얼굴 마주 보고 사는 처지에 조금 껄끄럽기도 하겠구먼.

좋아 좋아, 다 좋아. 그렇다면 그냥 당신이 여기 이것들 대강 훑어보고 말이야, 어디 엮어 넣을만한 만만한 사람 없는지 한번 살펴 봐. 그리고 알아서 대강 몇 사람 데리고 와 보라구. 알았어? 에구, 빌어먹을 진작 이러고 말 것을... 내가 무슨 모래시계 검사라고. 편한 지름길이 있는 거를 애써 둘러 갈 필요는 없는 거였잖아.


여기까지만 하겠다. 아니, 글을 아니 쓰겠다는 것은 아니고, 검사 역할 하는 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는 거다. 내가 뭐, 능력이 있어 실제로 검사가 돼본 것도 아니고 또 계속 하다보면 그거 재밌어져서 이 나이에 검사 시험 봐볼 맘 생길지도 모르겠고 해서.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이제 검찰과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그야말로 표적 수사에 돌입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걸려들 사람이 누구일 거같은가? (계속)




사천만 모두가 '걸면 걸리는' 나라 (2)



딱 걸렸어~
이런 상황에서 누가 검경의 사정 그물에 걸려들 것인가? 물론 중앙에서야 시범 케이스로 큰 물건(?!)도 하나쯤 걸리고 하겠지만 지방에서라면 사정은 조금 다르다. 사정의 이름에 걸맞으면서도 잡아들이는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만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란 누구인가? 자신이 지금 역사적 과업인 표적 사정의 포위망에 걸린 줄을 알 리가 없는 사람, 이전에 사소한 사건으로 들어왔다가 가볍게 벌금 얼마쯤 물고 나와서는 그 사건이 온전히 끝난 줄 알고 있는 사람 - 그런 사람이 아마 가장 적격(?!)인 사람일 것이다. 이를테면, 이전에 변호사 수임료만 챙길 수 있게 할 정도의 미미한 사안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실조차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사정 팀의 압수 수색을 통해 사정의 대상이 된, 소위 검찰에게 새롭게 '인지된' 사건의 당사자이기가 십상이다.


구속 영장 신청해! "걸면 걸린다"


에이, 아무려니 그런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고? 순진하시기는. 그렇게 이야기해도 모르겠는가? 그러면 이런 이야기는 어떤가? 사무실에 있는 휴지 한 조각까지 쓸어가서 그것을 까발려 보라! 그리고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없다던 저 검찰의 말을 한번 상기해 보라! 그러나 그런 것도 귀찮다면 내로라하는 대기업조차도 사무실 압수 수색이나 세무조사를 나간다고 하면 초비상이 되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보라!

그런 상황이 되면 미리 예고까지 하고 공개적으로 수색과 조사가 이뤄지는 대기업조차가 벌벌 떠는 마당에, 하물며 세상 물정 아무 것도 모르는 시골 벽지의 하루 먹고 하루 살기에도 바쁜 소기업은 그냥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그가 일단 표적이 되었다고 한다면 말이다.

내가 하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설득력이 없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가? 그렇다면 좋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여기는 어느 도시 외곽의 중소기업 사무실. 그곳으로 어느 날 사정 팀이 들이닥친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서류를 그야말로 먼지 한 조각까지 남김없이 쓸어 담아 간다. 이제 분석이다. 아하~ 그리고 거기에서 공무원들에게 건넨 떡값이 기록된 장부 하나를 찾아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소유예 되었던 이전 사안에 이제 새로운 죄목 하나가 덧붙여진다. 이름하여, 뇌물공여죄. 이번 사정에 딱! 들어맞는 죄목이다. 잡아들이고, 구속 영장 신청해! 상황 끝.

너무 싱거운가? 하지만 이런 일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검찰에서 이런 사안을 찾아내기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왜 그런 거냐고? 세상에... 이게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니. "걸면 걸린다"는 저 유명한 법칙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더란 말인가? 하지만 뭐, 굳이 설명을 하란다면 못할 것도 없다. 어려운 일도 아니니 간단히 말하겠다.

작은 업체라도 운영해본 이라면, 자신의 업체와 관련 있는 담당 공무원에게 아무런 인사도 없이 명절 등을 넘길 수 없다는 건 익히 아는 바다. 물론 그것을 꼭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그냥 우리 사회의 한 풍속으로 이해하는 것으로도 그것은 족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주고받은 당사자들은 그것을 뇌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정(司正)에서 그런 사정(事情)이나 사정(私情)이 들어설 여지란 없다. 그러니 그에게는 어쩌면 하나의 죄를 더 추가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이 자신에게 있을 거라고는 꿈도 꾸지 않은 죄, 그래서 그것을 장부에 기록하여 남기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한 보통사람이라는 죄.


"이실직고하렸다!"


에니웨이, 잡아들였으면, 이제는 '이실직고 하렸다!' 이거만 열심히 외치면 된다. 무슨 그런 경우가 다 있느냐구? 거부하면 될 게 아니냐구? 거부한다고? 거기서 거부를 한다면 그 사람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그야말로 구제불능인 사람이다. 세상에 뇌물공여죄를 걸어서 걸려들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더구나 사정의 칼바람이 횡행하는 이 시기에? 검경이 건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설치는 이 마당에?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뭐, 그래도 상황 파악을 못한 채 끝까지 우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냥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일단 구속하고, 해당 업체의 관련 업무를 보는 모든 공무원들을 불러들이는 거다. 떡값의 뇌물성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 공무원들은 당연히 해당 부서의 모든 서류를 싸 짊어지고 검사 앞으로 행차해야 한다. 행여 뇌물을 먹고 미비한 서류를 통과시켜준 것은 아닌지를 검사님께서 직접 확인해봐야 하니까 말이다.

이쯤 되면 아주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첫째는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공무원들은 이제 문제가 된 그 업체라면 이를 부득부득 갈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건수 올리기에 안달 나 있는 검사한테 그냥 건수 하나 챙겨주고 나오면 서로가 편할 일을, 멍청한 인간이 결과가 뻔한 일을 두고 고집인 바람에 할 일도 못한 채 불려 다니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자칫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이 두려우니 그 업체의 일이라면 이제 눈에다가 쌍심지를 켜고서 모든 일에 원칙만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회사는 이미 반은 갔다고 생각해도 좋다.

왜냐고? 원칙을 강조하는데 왜 회사가 가느냐고? 하~참, 이건 진짜로 순진한 건지 순진한 척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하나의 예만 더 들어보자. 지하철이나 버스 회사들이 여차 하면 들고 나오는 것이 원칙 준수 운행이다. 감이 가는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파업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이다. 원칙이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경쟁사에는 해당되지 않은 원칙이 한 곳에만 일방적으로 강요될 때, 그 회사는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우리는 바로 그런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언론 매체의 '밥'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어떻게든 버텨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현실이 무더기로 앞을 막아선다. 일단 회사의 대표가 구속되는 경우에 가장 심한 타격을 입는 것은 언론 매체에 의해서이다. 만일 그것이 작은 소도시라면 그 타격은 더욱 크다. 대중의 흥미를 먹고 사는 언론은 사정 바람에 춤을 춘다. 더구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사정 작업은 그야말로 역사적 과업이 아니던가? 역사적 사명을 띠고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작은 사건이라고 해서 어찌 그냥 넘어가거나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작은 거라도 어떻게든 크게 크게 알려야 할 막중한 책임 의식마저 느껴야 할 판이다.

검찰 주변을 맴돌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언론 종사자에게 이와 같은 사건보다 더한 먹이감도 없다. 그야말로 호박이 덩굴째로 굴러 들어온 셈이라고나 할까? 그럴듯한 명분까지 생긴 것이니, 이제 바야흐로 그들의 먹이사냥이 시작된다. 시간대별로 발가벗기는 일로 그들은 신이 난다. 얼떨결에 잡혀온 저 순진한 사람은 그들의 더할 데 없는 밥이 된다. 그렇다. 말 그대로 '밥'이다. 그들은 그걸로 결국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므로.

그러고 보면 기자라는 직업은 참 많이 생각해보고 나서 선택해야 할 일인 듯싶다.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 수는 있겠지만, 하여튼 다른 이가 밥을 못 먹는 일이 많아야, 예컨대 큰 재난이 닥쳐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죽어 넘어지거나, 이렇듯 사정 바람에 걸려 죽을 지경에 처하는 사람이 있어야 밥을 챙겨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인 건 사실이니 말이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들의 취재하여 보도하는 양을 보고 있노라면 저들에게도 과연 부모형제가 있고 자식들이 있는 것인지 자주 궁금해지곤 한다.

사건에 접근하는 그들의 행태는 그만큼이나 비이성적이다. 부모가 있고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저렇게까지 몰아세울 수 있을까 싶도록, 참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그들은 사람을 몰아세운다.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이전에 벌써 여론으로 재판을 끝내버리는 것이 저들의 행태이다. 그들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 같은 것은 아예 발 디딜 틈도 없다. 검사의 부름을 받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이미 죄인이 되어버린다. 이거 말이 많이 헛나갔다. 여기에 대한 더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를 빌어 다시 하도록 하겠다. 사정 이야기를 계속하자.


검찰은 결국 건수 하나를 채우고


검찰

애썼어요, 검찰 나으리~

일단 그렇게 지역 언론의 밥이 되고 난 다음이면 이제 본격적인 시련이 닥쳐온다. 그 회사는 거래처 혹은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되고, 그러면 이제 그 회사의 운명은 다한 것일 수밖에 없다.

회사의 대표가 구속된 마당에 어느 은행에서 여신을 줄 것이며, 어떤 고객이 있어 그 회사에 일을 맡길 것인가? 은행은 기존의 여신에 대한 일시 상환을 서두르고, 고객은 맡겼던 일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들 것이다. 문을 닫아걸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정도에 이르게 되면 그 어리석은 사람은 그제서야 자신이 뭐를 잘못하고 있는 건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그러나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밸'이라는 게 있다. 이런 상태에 이르게 되면 또한 어차피 죽은 목숨이라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또 한번 버텨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결과밖에는 없다. 그야말로 산송장이 되는 길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 정도의 회사를 운영하는 이라면 자식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다른 건 다 견딜 수 있어도 감방에 갇혀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이는 것은 못할 일이다. 더욱이 그 일로 자식들이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외면당하는 일은 차마 견디기 힘든 노릇일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그는 이제 ‘이실직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그걸로 끝이다. 그렇게 검찰은 건수 하나를 챙긴다.



사뭇 횡발수발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현재 내게는 차분한 이야기를 전개할 여유가 별로 없다. 이 글을 다듬을 여력도 없다. 그냥 이해해주시라. 부탁컨대, 이런 이야기를 통해 내가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가에 주목해 주시라. 나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자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정이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개를 잡고 한번 물어보라. "걸면 걸리는" 이런 사정에는 그 개새끼도 승복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사정이란다. 참으로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이런 식의 사정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결국 힘없고 빽 없는 억울한 사람만을 양산할 뿐이다. 도대체 사정을 하는 사람도 걸면 걸리는 사정에서 누가 누구를 사정한단 말인가? 이런 사정으로 무슨 정의를 세울 수 있겠으며 어떤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겠더란 말인가?


진정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다면!


마무리를 해야겠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언제까지 부패공화국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안은 있다. 여러 언론에 등장하여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저 머리 좋고 입담 좋은 글 꾼들의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이상한 것이 아니라도 대안은 있다. 아주 간단하다. 지금 당장 무슨 부정부패 어쩌고 하는 특위 구성을 당장 중지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사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쓰레기 같은 일은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사정을 하는 집단의 선명성이 바닥인 마당에, 그 놈도 걸면 걸리는 마당에 도대체 누가 누구를 사정한단 말인가? 이것은 그야말로 깜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라는 짝의 웃기는 짓거리일 뿐이다. 이런 사정에서 누가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걸려든 이들은 다만 재수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가슴 속에 증오심만을 하나 가득 담게 될 뿐이다.

최근 이곳저곳의 언론매체에서는 신창원이나 임창렬이 잡혀 들어가며 지은 얄궂은 미소를 두고 연일 입방아 질이다. 그러나 그런 입방아 질을 해대는 사람들은 정녕 그 이유를 몰라서 그러는가? 아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왜 신창원이나 임창렬이 그런 미소를 짓는지를 모를 리가 없는 그들이다. 그들은 우리를 보고 웃고 있는 것이다. "걸면 걸리는" 우리를 보고 말이다. 그런데도 왜 그런 쓸데없는 입방아 질인가? 나는 도대체 그들의 그런 교활함이 싫기만 하다. 자신의 비리를 뒤에 감추고 벌이는 쇼인 걸로만 보인다.

어쨌거나, 이제 더 이상은 그런 얄궂은 미소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들지 못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이 어쭙잖은 사정 놀음을 중지해야 한다. 걸면 4천만 모두가 범죄자로 걸릴 수 있는 이 웃기는 쇼를 그만두어야 한다. 지금까지 자행되어온 모든 부정과 부패와 비리에 대한 일체의 책임은 더 이상 묻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다음,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사천만 모두 '걸면 걸리는' 나라 -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억울하도록 하자


새로운 법안을 만든다고 난리 피울 것도 없다. 법이 미비한 때문에 4천만이 ‘걸면 걸리는’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니질 않는가?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기왕의 법으로도 얼마든지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행하는 방법론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구라도 걸면 걸리는 이런 방식으로는 수 억년이 걸려도 사정에 성공할 수 없다.

진정으로 깨끗한 사회를 원한다면 이전의 모든 부정과 부패와 비리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아야 한다. 사정(司正)은 그 이후의 일이다. 그리고 이후로는 한 치의 사정(私情)이나 사정(事情)이 들어설 여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그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그때라야만 비로소 사정은 사정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 이외의 다른 길이란 없다.

혹자는 말할지 모르겠다. 그것은 결국 부도덕을 더 확산시키는 일은 아니겠느냐고. 이전의 부패 비리형 인간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그러나 지금까지도 우리는 많이 억울했다.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억울하도록 하자. 그것이 결국은 우리의 억울함을 우리의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지지 않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덧붙이는글> 위에 옮기는 글은 지난 20세기 말, 사정 정국의 칼날이 전국을 휘몰아치던 시기에 모종의 일을 겪으면서 그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글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당시의 상황에 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으나,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검경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와 관련하여 한번쯤 되돌아본다는 의미에서 다시 옮겨 적는다.

'걸면 걸린다'는 저 표현은 당시 엄청 화제가 되었던 어느 휴대폰 광고 문구에서 따온 말이다. 저 표현이 발전해온 그대로라면, 다시말해 '걸면 걸린다'가 각광받는 광고 문구로 등장할 정도의 '잘 아니 걸리는' 사회에서 '안 걸리는 게 오히려 이상한' 사회로 발전을 해온 것이라면 검경의 '거는 기술' 또한 그만큼은 정교하게 발전했을 법 한데, 드러난 바로는 저 당시에 비해 나아진 건 도대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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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원순, 자살은 노무현 개인의 문제다

    Tracked from 하민혁의 통신보안 2009/05/30 17:25 Löschung

    비통하다. 억울하고 분노스러웠을 순간들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참고 살아 그 억울함이 해소되고 업적이 평가되는 그런 좀 더 좋은 날들을 기다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진실로 수천억의 돈을 뇌물로 먹고,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전직 대통령들은 아직도 당당하게 살고 있는데 왜 좀 더 독하게 마음먹지 못하고 그렇게 허망한 삶을 마감했을까죽음까지 결심한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는 우리로서는 안타깝기만 하다.이해할 수 없다.대통령 퇴임 후에 나라의 원로로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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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시온사람 2009/02/06 22:2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사정이 사정인지, 사정인지 사정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글의 결론은 걸면 걸린다 는 모토를 지닌 듯한 검경의 위쪽에서 뻐기는 없는 머리를 지닌 분들이 문제라는 것은 대충 알 것 같네요.
    아니라면 선생께서 그게 아닙니다! 해주실테네 마음놓고 글 답니다ㅋ

    걸면 걸린다 는 말이 무척이나 공감가는데요.
    요는 어떻게 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요.
    요즘처럼 너무 대놓고 걸면, 안 받는 사람이 있을지도.. 하는 생각은 없는 것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걔네들이 하는 일들이 다 걸어서 잡는 일인데, 안 하기도 뭐하니 말이죠ㅋ


    음, 그건 그렇고..
    사정(司正)을 한다고 했을 때, 과거의 일은 덮어두자는 말씀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정이 사정(私情)이 될 것은 뻔하지 않을까요.

    아놔, 쟤는 이랬는데 왜 나만 뷁~! 하면서 억울하다는 인간들로 속출할테고..
    우리는 면죄부를 받았으니 패스~ 하는 인간들이 하는 일을 누가 바르다(正)고 할까요.

    물론 현 상황이 진정으로 바르게 잡으려면, 완전 뒤집어 엎어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어줍게 들은 바가 있어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대물림되는 것도 좋지 안겠지만, 그렇다고 면죄부라는 것을 한 번 주게되면 다시금 써먹는 인간들이 꼭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더 악화될 것 같은데요.

    과거 대놓고 제대로 친일하던 인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놓고 못하니 숨어서 하지요.
    목적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본래 기업은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지만, 그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니 바로잡자는 형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과거에 너무 많은 잘잘못들이 많았으니 그것들은 일단 다 덮어두고, 지금부터 잘못하면 뒈진다! 하면 알겠습니다! 하며 안 하는 쪽이 있을까 합니다만.
    괜히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말이 있지는 않지요.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요.


    뭐...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도 못가지고, 허덕이는 상황이라.. 저~ 위에 있는 인간들이 삽질하는 꼬라지가 너무나도 보기 싫고, 마음 같아서는 목을 돌려버리고 싶은 마음이라 그렇다는 것은...
    그냥 비밀로 해두지요ㅋ



    Ps. 오늘 하루는 잘 보내셨는지요.
    슬슬 잠을 자야하는 시간이 되어갑니다.
    남은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밤 보내세요~♪

    • 하민혁 2009/02/08 01:54  편집/삭제  댓글 주소

      사정이 사정인지, 사정인지 사정인지 모르겠으나.. 헷갈리.. -_-;

      "사정(司正)을 한다고 했을 때, 과거의 일은 덮어두자는 말씀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정이 사정(私情)이 될 것은 뻔하지 않을까요."

      어~? 같은 말을 전혀 다르게 보고 계시네요. 제 얘기는 사정(私情)이 들어설 여지를 없애기 위해 덮고 가자는 것이었는데요? 이른바 특사 어쩌고 하는 거는 확실히 사정(私情)이나 사정(事情)이 틈입할 여지가 많은 것이니(권력-그것이 큰 권력이든 작은 완장 권력이든지를 막론하고-에 줄을 대는 기반이 여기에 있지요) 아예 그 싹을 자르자는 거지요.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봤던 거구요. 그렇기는 하지만 권력이 자신의 힘의 원천이기도 한 그 좋은 거를 일거에 버리자 하는 데 동의할 리는 만무할 터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제가 쓰는 거의 모든 글은 이같은 인식틀에 근거해 있습니다. 바로 독한 불신입지요.

      대중을 위하는 척 하는 사정(司正)조차도 결국은 대중을 기만하는 술책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언론이 서로 패거리지어 쌈판을 벌이고 있는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적대적 공생관계에 지나지 않는 거라는 얘기인 거구요.

      무튼, 이 추잡한 판을 어떻게든 깨야 하겠는데, 이는 판 자체를 뒤집어엎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보고, 안 돌아가는 짱구 이리저리 돌려봐도 그 길을 함께 갈만한 다른 대안세력은 찾을 길이 없어요. 손바닥만한 완장만 차도 그 안하무인의 거들먹거리기가 아주 하늘을 찌르는 지경이니 그 넘들이 더한 권력을 갖는다고 해서 달라지거나 나아질 건 아무 것도 없겠더라는 얘기지요.

      그러니 좌충우돌, 그냥 '무소의 뿔처럼' 홀로 함 가볼 밖에는요. 평화한 시간이시길.. ^^

  4. 다시온사람2 2009/02/07 09:1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시간이 남아도는 토요일이라 아침에 들렸습니다ㅋ

    역시나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나요? 하는 질문에 답을 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음, 제가 이해를 잘못한 것 같네요.
    선생께서 하시는 말씀은 아예 백지화하자는 말씀이군요.
    아예 뒤집어 엎자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들은 둔 상태로 과거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할테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라는 이야기로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도 한 방법이겠네요.
    과연 말씀처럼 걔네들이 하자고는 안 하겠지만요;;


    오늘 하루 평안한 날이 되시기를.
    저는 놀러간답니다~ㅋㅋ

    깔끔한 주말 보내세요~♪

    • 하민혁 2009/02/08 02:00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그런데 백지화하자는 건 십년 건너 때의 얘기구요. 지금은 그냥 안 되겠으니 뒤집어엎자는 주의입니다. 저 얘기가 나온 배경은 그 때만 해도 새롭게 들어선 정권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인데.. 권력 잡고 나니 그넘이나 저넘이나 권력의 단물 빨아먹는 데서는 도찐개찐이더라는 얘기입니다.

      <덧> 저 위에서 님은 뭐를 비틀어버리고싶다셨는데, 저는 그냥 총살해버렸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시지요? 고맙습니다. ^^

  5. qqqq 2009/02/10 17:0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제발 좀 솔직해지십시오 당신의양비론아무도믿지안음

    • 하민혁 2009/02/10 19:17  편집/삭제  댓글 주소

      양비론? 나는 그딴 거 모릅니다. 관심없어요.

      나는 그냥 사이비를 싫어하고 가짜를 가려내고싶을 뿐입니다. 진짜 큰 사이비들은 그래서 조용합니다. 아니까요. 그런데 찌질한 똘마니들은 스스로 제발이 저려서 막 커밍아웃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양비론 들먹이면서요.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그렇게 드러내고 있는 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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