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는군요.
그러고보니, 이제부터는 故김수환님이시네요. 오늘 떠났어도 '이미 옛사람이 된' ...
고맙습니다 (그림/네이버)
향년 87세.
같은 한 세상을 지내면서도 참 많은 걸 남기고 가는 분입니다.
뉴스를 뒤적이다보니 남긴 발자취를 더듬는 것만으로 한 두 지면으로도 벅차 하는 모습입니다.
내 기억에도 김수환 추기경이 있습니다.
"모든 좋은 일은 쉽지 않은 법입니다."
티비로 중계되는 신년 미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한 말입니다.
저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기억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 말 한마디에 힘을 입고, 그 시절을 견뎌냈던 기억만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고맙다."
오늘, 김수환 추기경이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오랜동안 가슴에 담고, 되뇌이게 될 작별 인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며칠 전에 우리집 아이가 물었습니다.
- 아빠, 아빠가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야?
- 없어.
-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 없어.
- 그럼, 인상깊은 사람은?
- 칸트,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 누군데?
- 세 사람 모두 철학자야.
- 그게 다야?
- 아니. 세 사람 모두 혼자 살다 죽었고, 죽을 때 모두 같은 말을 남겼지.
- 그게 뭔데?
- 에스 이스트 굿. "좋다"는 말이야.
- 응.. 멋지구나.
- 그건 멋지다고 하는 게 아니야. 아름답다고 하는 거지.
<덧> 만일 저 세 사람이 철학자가 아니고 종교인이었다면
저들이 남긴 마지막 말 또한 '좋다'가 아니라 '고맙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 아빠, 아빠가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야?
- 없어.
-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 없어.
- 그럼, 인상깊은 사람은?
- 칸트,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 누군데?
- 세 사람 모두 철학자야.
- 그게 다야?
- 아니. 세 사람 모두 혼자 살다 죽었고, 죽을 때 모두 같은 말을 남겼지.
- 그게 뭔데?
- 에스 이스트 굿. "좋다"는 말이야.
- 응.. 멋지구나.
- 그건 멋지다고 하는 게 아니야. 아름답다고 하는 거지.
<덧> 만일 저 세 사람이 철학자가 아니고 종교인이었다면
저들이 남긴 마지막 말 또한 '좋다'가 아니라 '고맙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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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바나나 2009/02/17 18:1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을는지..
잘 가시길.
하민혁 2009/02/17 19:14 편집/삭제 댓글 주소
아무나 그럴 수 있다면..
그러면 다른 한편으론 세상이 넘 재미없을 것같아요. -_
'위인'은 적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그래서 저는 늘 하고 산답니다.
결코 '위인'이 될 수 없는 이가
'범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만든 나름의 '신포도이론'이라고나 할까요? -_-;
머니야 2009/02/17 21:1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나라의 큰별이 졌네요..남긴 마지막말씀은 시사하는바가 크군요..
하민혁 2009/02/18 03:05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저는 시사하는 바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넘 쉬워서 더 어려운 말이 아닌가싶습니다. -_-;
The+Muser 2009/02/21 02:1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저도 천주교인으로서 안타까웠고, 하지만 선종 후에 정말 엄청난 수의 인파가 명동성당 앞에 몰려든 그 장면을 보면서 뭉클하기도 했네요.
온라인상에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한 마디 쓰는 것보다,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해 달라는 기도 한 번 드리는게 더 크다고 생각하는 저이지만,
이분께 만큼은 그 어떤 추모의 표현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담으로,
본문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내용이긴 합니다만, 하민혁님 블로그에 가끔씩 등장하는 저 인용구에 사용된 따옴표...혹시 플러그인 같은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ㅁ;
===============덧붙입니다.
........라고 써놓고 블로그가서 확인해봤더니
인용구라는게 따로 있군요. 하하하...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하민혁 2009/02/21 15:32 편집/삭제 댓글 주소
말년의 행적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있지만, 우리 시대에 저만한 이가 있었다는 사실은 적지않은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말과 행동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들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자신이 믿는 바를 올곧게 실천해왔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덧> 블로그의 사진이 장난이 아니네요. 쥔장의 담백한 성정을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사진 보기에 빠져 한참을 넘기다 왔습니다. 잘 봤습니다. 행복한 주말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