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 세상 사람들은 나를 특별한 행운아라고 말한다. 나 역시 거기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지나온 행로를 불평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고난과 노력 외의 다른 어떤 것도 아니었다.

75년 동안의 내 삶을 통해 진정으로 즐거웠던 때는 단 한 달도 없었다. 이것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나를 지탱하게 했던 것은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서 계속하여 밀어 올리려는 시도였다.  

1. 우수한 사람이면서도 무슨 일이든 즉석에서 적당히 해치우지 못 하고 늘 심사숙고를 거듭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조급한 우리를 자주 답답하게 만든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즉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상의 일은 그렇게 침착하게 숙고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성취되는 법이다.  

1. 고대인은 위대한 뜻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기 손으로 실현하였다. 반면에 우리 근대인은 큰 뜻은 갖고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자기 생각대로 힘차고 생생하게 창작하는 일은 거의 없다.

1. 큰 결과가 나타나는 곳에는 늘 그 바탕에 큰 원인이 잠재해 있다.

1. 순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자세로 항상 현재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 어떤 상태, 어느 순간에나 무한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그것은 모든 영원한 것을 대표하는 것이다.

1. 젊은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녀의 아름다움과 젊음, 익살과 의존심, 그리고 성격이나 결점, 또는 변덕 등등이지, 그녀의 이성이 아니다.

물론 그녀의 지성이 빛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존경할 것이며, 그녀는 우리에게 매우 귀중하게 보일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 지성은 우리를 붙잡아 두는 데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지성이 우리를 매혹하거나 정열적이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1. 위대한 작품이란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순수한 창작 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주위 환경은 이제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다. 현대의 재능 있는 작가들은 모두가 대중 앞의 쟁반 위에 놓여 있는 신세다.

여기저기서 발간되는 비평적 신문 잡지의 수는 하루에도 수 십 종을 헤아린다. 그 결과 대중들 사이의 풍설만이 난무하고, 이로 인해 건전한 작품이 나오지 못한다. 현대 저널리즘은 그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사이비 미학적인 중상을 일삼는다. 하지만 여기서도 일종의 미숙한 문화가 대중 사이에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악성의 짙은 안개이자 쏟아지는 독소다. 이것은 창작력이라는 나무의 푸른 잎은 물론이고 깊이 박혀 있는 고갱이와 섬유질까지 파괴해 버린다.

1. 시인은 모든 것을 자신의 내부에서 발견해야 한다. 외부에서 오는 것은 모두 시인을 위기에 빠뜨리는 것이다.

1. 세상 사람들에게 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권세가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는 못 견뎌 하고, 군중은 점진적인 개혁을 기대하거나 절도 있는 상태에 머무르지 못 한다.

인류가 완전하다면 완전한 사회 상태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재와 같아서는 인류는 영원히 동요를 계속할 뿐이다.  한 편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다른 한 편에서는 안이한 생활에 젖어 있다. 이기주의와 시샘이 악마와 같은 장난을 계속하며 당파간의 분쟁은 끝이 없다.

어떤 경우든 가장 현명한 일은 각자가 타고난 직업과 터득해야 할 일에 힘을 쏟고, 다른 사람이 자기 자신의 직분을 행하는 걸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구두장이는 구두 곁에 머물고, 농군은 쟁기 뒤에 있으며, 지도자는 통치하는 요령을 알고 있어야 한다.

1. 틀에 박힌다는 것은 늘 완성만을 바라는 것이며, 제작하는 과정 그 자체는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고 진실로 위대한 작가의 최고 기쁨은 제작하는 그 과정에 있다.

1.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예술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작품의 완성으로 얻게 될 이익만을 염두에 두게된다. 그렇지만 그런 세속적인 목적과 성향으로는 어떤 위대한 것도 성취되지 않는다.  

1. 작가의 문체는 대개 그의 내적 생활을 보여주는 충실한 거울이다. 명료한 문체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마음이 청결해야 하며, 웅장한 문체를 구사하고 싶은 사람은 우선 웅장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1. 뭔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세상 사람들은 그가 다시는 그런 일을 못하게 하려고 애를 쓴다.

1.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의 수 역시 무수히 많다.
그들을 유형에 따라 분류하면 대개 다음과 같다.


괴테와의 대화

괴테와의 대화


첫째는 무지하여 적대자가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나의 삶을 매우 우울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러나 나는 이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나를 시기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획득한 행복과 지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나의 명성을 꼬집고 나를 없애고싶어한다. 내가 불행하고 비참하게 되어야만 직성이 풀릴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까닭에 적이 된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는 재능이 풍부한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나로 인해 그 자신이 빛을 보지 못했다고 여기면서 이를 참지 못한다.

세번째는 이치를 따져서 공격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한 인간이고 따라서 인간으로서의 결점과 약점이 없을 수가 없다. 이것은 내 작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면할 수 없는 결점과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교양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인격의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적대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내가 시정한 결점을 두고 자주 나를 비난한다. 그러나 이들은 별로 해로울 게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내가 이미 수십 리를 가고 난 뒤에 대고 활을 쏘아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미 끝낸 작품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거기 머물러 연연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과 다른 뭔가 새로운 걸 생각하는 때문이다.

네번째는 사고 방식과 견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적들이다.

같은 나무에 달린 이파리들 가운데도 아주 똑같이 닮은 것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신념과 사고 방식이 딱 들어맞게 일치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그렇게 많다는 것보다 오히려 친구와 지지자들이 이만큼이나 많다는 사실이 나는 더 놀랍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나를 반대하는 이들이 뭐라건 거의 문제 삼지 않는다. 그들이 그렇게 관심있어 하고 모든 걸 결부시켜 생각하는 성공 같은 것에도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조용히 나 자신의 길을 나아갈 뿐이다.

1. 75살 쯤 되고 보면 때로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때도 나는 전혀 불안해지지 않는다. 우리의 정신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는 때문이다. 정신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계속하여 활동한다. 그것은 이를테면 저 태양과 같다. 우리 눈에는 태양이 서산으로 가라앉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태양은 결코 가라앉는 것이 아니며 계속해서 빛나고 있다.

1. 세상에서 중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두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명석한 두뇌를 가져야 하고, 둘째는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아야 한다.

1. 학문을 함에 있어 어느 한 종파에 속하게 되면 그 즉시 자유롭고 성실한 해석은 불가능해진다. (중략) 단 하나의 배타적인 경향성에 사로잡혀 있는 모든 이론가의 세계관은 순수성을 상실한 것이다. 그 대상이 자연스럽고 순수한 모습으로 보일 수가 없다.  

1. 부당한 편견은 관찰에 방해가 될 뿐이지만, 이와 달리 정당한 지식은 오히려 관찰에 도움을 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우리는 보고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진리다.

전문적인 음악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면서 모든 악기와 그 개별적인 음향을 식별하여 들을 수 있지만 문외한들은 전체의 집단적인 소리에 파묻히고 만다. 이와 마찬가지로 초록빛 풀밭을 즐기기만 하는 사람은 단지 그 풀밭의 초록색을 평면적으로 볼 따름이지만, 그것을 관찰하는 식물학자는 거기서 제각기 다른 수많은 초록의 세밀한 부분을 보게 된다.

1. 사람이란 물 위에 떠 있는 단지들과 같이 서로 부딪치며 지낸다. 사람은 아침에 가장 현명하고 가장 조심스럽다. 조심성은 소극적인 한편으로 현명한 것이기도 하다. 바보는 조심성이라는 것 것 자체를 아예 모른다.

1.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군주에게 그것을 하지 말라고 충고해서는 안 된다.

1. 여기 있는 것은 나 자신의 것이다. 내가 그것을 인생에서 취했거나 아니면 책에서 취했거나 간에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문제는 그것을 어디서 취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 자신이 어떻게 적절히 구사했는가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1. 바이런은 자기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열정에 이끌려서 멋대로 나날을 살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지도 못했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자신은 온갖 짓을 다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허용하려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신을 파멸시키고 세상 사람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을 뿐이다.

1. 단지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한다고 해서 무엇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하물며 좋은 걸 나쁘다고 말한다면 그것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 올바른 영향을 주고자 하는 사람을 결코 비방해서는 안된다. 부당한 일이 있어도 거기에 개의치 말고 오직 선만을 행해야 한다. 파괴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류가 순수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뭔가를 건설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 엄격함으로도 많은 효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사랑으로는 더욱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통찰력과 공정성으로 개인적인 차별을 두지 않는 일이다.

1. 나라의 불행은 사람들이 서로 즐겁게 살려고 하지 않고, 누구나 서로를 지배하려고 하는 경우에 생긴다. 예술계의 불행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즐기려 하지 않고 자기 손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 내고자 하는 데 있다. 기존의 문학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진작시키려 하기 보다, 각자는 자기 스스로가 얼른 동일한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려고만 하고 있다.

사회 전체를 위해 투신하려는 진지한 태도도 없고, 사회 전체를 위해서 무엇인가 공헌하고자 하는 의향도 없으며, 다만 자기 자신을 사람들 눈에 띄게 하여, 될 수 있는 대로 자신을 세상에 선전하려고만 애쓰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잘못된 경향은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사람들은 최근의 대가를 모방하는 듯 하면서도, 대가들이 연주 곡목을 고르는 경우 청중에게 순수한 음악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해 선곡을 하는 반면, 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연주 솜씨를 청중에게 뽐내기 위한 곡을 선택한다.

자신을 화려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인물은 여러 곳에 있으나, 전체를 위하거나 대의를 위해 자신을 억제하려는 성실한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게 이즈음의 현실이다. 이런 사정으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엉터리 창작 활동에 발을 들여 놓는다.  

1. 결국 무슨 일에 종사하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에 자신을 제한하고 고립시키는 일이다.

1. 사람이 세상의 여론에 대해서 쉬이 불리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는 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나는 이전에 한번도 민중에 반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전혀 민중의 벗이 아니다.  물론 나는 혁명을 부르짖는 저 천민의 벗은 결코 아니다.

이 무리는 약탈과 살인과 방화를 일삼으면서, 공공의 복지라는 허위적인 간판을 내건다. 그리고 그것을 방패 삼아 비열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눈을 붉히고 있다.

나는 이같은 폭도의 편은 결코 아니다. 루이 15세의 편은 더욱 아니다. 나는 어떤 폭력적 혁명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또한 그에 못지않은 파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혁명을 행하는 사람이나 그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나는 증오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민중의 벗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개혁이라면 나는 그것을 언제나 환영해 마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내가 말한 것처럼 그것이 폭력적이거나 돌발적인 것이라면 그 모든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그래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1. 사실 나를 정당하게 보았다 싶은 사람은 이름난 사람들 가운데는 거의 없다. <베르테르의 슬픔>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그들은 여러가지 비난을 퍼부었다. 만일 내가 그들이 비난하는 부분을 하나하나 삭제하였다면, 그 책은 단 한 줄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비난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왜냐하면 그런 주관적인 몇몇 사람들의 비판이란, 설사 그들이 아무리 유명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대중에 의해 정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우수한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며,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한 줄의 글도 쓸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1. 비평가나 창작가를 막론하고 개성이 없다는 것이 최근의 문학에 나타나는 모든 병폐의 원인이다. 특히 평론에 있어 이러한 결함이 심하게 나타나서 해를 끼치고 있다. 비평가는 진리 대신에 오히려 그릇된 것을 전파하며, 나이브한 진리를 설파한다. 그래서 우리를 정화할 위대한 진리마저 빼앗고 있다.

1.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결과가 있다. 그러나 현명하고 정당한 일이라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잘못한 일이라고 해서 그것이 항상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모두 그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서적상과 상담을 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나는 몹시 고심하였는데, 지금은 사정이 변해 만일 그때 내가 그 상담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더 큰 실수를 하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이는 일생에 몇 번이고 계속되는 일이다.


책 소개

책 소개 페이지


1. 충고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가장 현명한 일이 실패하기도 하고, 가장 시덥잖은 일이 좋은 결과를 거두는 수도 있다. 이렇듯 조언이란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요컨대 조언을 바라는 사람은 어리석고, 조언을 하는 사람은 주제넘는다 할 것이다.  

조언은 협력할 의사가 있는 일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 좋다. 다른 누군가가 내게 충고를 바란다면, 나로서는 기꺼이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단, 그가 나의 조언에 기대어 행동하지 않겠다는 조건 아래서만 할 것이다.

1. 노래를 배우려 할 때, 자기 목청에 맞는 소리를 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의 목청과는 다른 소리를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어떤 소리도 자유자재로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시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세계를 자신의 손에 쥐고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시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만 무궁무진 늘 새로울 수 있다. 주관적인 감정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이내 매너리즘에 빠지고 만다. 왜냐하면 자신의 내면이 이내 바닥을 드러내는 때문이다.

1. 사람이 고립되어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고립된 상태에서 일하는 건 최악이다. 뭔가를 제대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협력과 자극이 절대 필요하다.

1. 독학으로 공부한 것을 두고 반드시 칭찬만 할 일은 아니다. 거기에는 오히려 나쁜 점이 더 많을 수 있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해도 자신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우수한 작품이나 훌륭한 스승을 따라 자신을 어느 정도까지 육성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읽은 모짜르트의 편지에 이런 귀절이 있다. 곡을 만들어 보낸 어느 남작에게 보내는 글이다.

"당신과 같이 예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두 가지의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독창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것을 베껴내는 게 그 하나고, 독창적인 것이 있는 경우에도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모르는 게 그 둘입니다."

얼마나 기발한 말인가.
모짜르트가 음악에 대해 하고 있는 이 말은 다른 모든 예술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말이다. 

1. 사람은 인생에서 잘못된 경향으로 인해 많은 낭패를 겪는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될 때까지는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1. 재능이 없으면서도 창작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이나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것을 기술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이런 미망에 사로잡히기가 쉽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문화가 대단히 널리 보급되어 있고, 젊은이들은 바로 그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이걸 마치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다. 또한 그것을 자기 것인 양 표현한다. 하지만 그들이 시대로부터 받은 것을 반환하고 나면 그들에게 남는 건 거의 없다. 그들은 마치 분수와 같아서, 끌어온 물을 한참 동안은 내뿜겠지만, 끌어들인 물이 동이 나면 그것은 이내 중단되어버린다.

1. 문학이란 항해와 같은 것이다. 돛이 바람을 가득 안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어느 정도 노를 저어 해안을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발단 같은 것에는 아예 마음을 두지 않는다. 3막에 가서야 마침내 거둘 수 있는 효과를 제 1막에서 당장 일어나도록 하고싶어한다.

1. 우리는 각자 하나의 집합체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의 소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적다. 우리 모두는 앞선 시대의 사람이나 혹은 동 시대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위대한 천재라고 해도 모든 걸 자기 내부에서만 얻으려 한다면 그에게서 큰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1. 진리는 곧잘 다이아몬드에 비유된다.
다이아몬드는 한 쪽으로만 빛을 내지 않는다. 여러 면을 통해서 빛을 내는 것이다.
 



 
<괴테와의 대화> 소개
독일 루에 강변 소도시 빈젠에서 태어난 에커만은 1823년 독일 동부 지역의 바이마르에 살던 괴테를 찾는다. 그는 괴테 집 근처에 살면서 9년 동안 괴테와 1000번 정도의 대화를 나눴고 이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책으로 정리해 괴테 사후인 1836년 제1부와 제2부를, 1848년 제3부를 출간했다.

<덧붙이는글> 어제 밤샘을 하고 오늘 거의 하루종일 외근은 한 터라, 집에 들어오자 마자 씻지도 못 하고 나가 떨어졌습니다. 인났더니, 자정. 마감시한에 쫓겨 새로운 포스팅을 할 새가 없어 이 글로 대신합니다. <괴테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밑줄 긋기한 대목들입니다. 좀더 요약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일이어서 그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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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집앞카페 2009/03/03 01:2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시대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사람은 변하지 않나봅니다. 그저 방식이 달라졌을 뿐 인 것 같으네요. 이렇게 공감이 되는 걸 보면, 제가 옛날 사람이던지, 괴테가 정말 깨어있었던 사람이던지, 아니면 사람들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던지 그 셋중 하나인데, 결론은 맨끝. 어째 나라는 달라도, 군주론에 나오는 내용들과도 틀리지 않네요. ^^;; 정독하고 갑니다.

    • 하민혁 2009/03/03 08:13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그렇지요? ^^ 근데, 사실 저 때가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두루 가장 화려하게 개화했던 때가 아닌가싶어요. 그래서 저 때를 가리켜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들 말하잖아요.

      하지만 이후 이어진 두 차례의 죽고 죽이는 전쟁을 겪으면서 인간이, 보다는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한갓된 것인지를 깨닫게 되지요. 그 여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구요.

      이 말은 달리 표현하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아직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정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죽했으면, 겨우 2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미국이 세계 질서의 수호자가 되었을까요?

      이것은 우리 사회로 시야를 좁혀 생각해봐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떨쳐 일어나 다들 한마디씩 하고 있지만, 그것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중심(파쇼적인 의미가 아니고, 컨센셔스 즉 의사소통 가능성이라는 의미에서)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보수다 진보다 좌다 우다 기득권이다 개혁이다 등등을 말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답은 여기에 없어요. 그런 얘기 자체가 깨져야, 그런 얘기가 유의미하게 유통되는 프레임을 깨뜨리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뭔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답 또한 거기서 찾을 수 있구요.

      이거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늦은 저녁 밥을 느긋하게 챙겨먹고 자리에 앉았더니 별 배부른 소리가 다 나온 거같습니다. 편한 얘기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님의 평화한 시간이시길.

  4. 무한 2009/03/03 14:5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가장' 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된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괴테입니다.
    베토벤과 그의 일화를 들으며 약간은 실망하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그가 쓴 작품들로 인해 작가까지 무작정 좋아해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 해도,

    좋습니다.

    바이런에 대한 부분에서는 애석하네요.
    바이런은 작품보다는 그에 대한 일화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넣고
    그 정신을 본받고자 했는데, (바이런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에 대해 글을 쓰는 시험에서
    시험이 끝날 때 까지 한 줄도 적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물이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졌도다"

    라고 한 부분에서는, 천상 시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혹, 책이 짐이 되어서 버릴 일이 있으시다면,
    제가 처리를 해 드릴테니, 저에게 버리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좋은 책은 구걸해서라도 읽고 싶습니다. ㅋ

    물론, 일단 헌책방에가서 뒤져보겠지만 말입니다 ^^
    이 코너, 진심으로 좋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 같아서요 ^^

    • 하민혁 2009/03/03 17:47  편집/삭제  댓글 주소

      실제로 '거장' 아닌가요? ^^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 싶었고 이후 시와 진실을 읽고 나서는 음.. 엽총 하나 메고 산에나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제 경우, 생각한다와 행동한다는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그 뒤로 한참 동안 여기저기 떠돌아다녔지요. 목표한 '미장원 하는 아가씨'를 만나지 못 했고, 그래서 '찦차'와 '엽총'을 구하지 못해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말았지만요.

      시에는 원체 문외한인 터라, 예로 들어주신 멘트에는 별 감흥이 안 이네요.
      멀뚱~해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_-

      <덧> 헌책방.. 주머니가 가볍던 시절에는 헌책방만 순례해도 배가 보르더라는. 새까매진 손을 털고 일어날 때의 그 기분이란.. ^^ 그래서 저는 책은 잘 안 버립니다. 버릴 책은 돈 주고 안 사지요. 어떻게든 그냥 앉은 자리에서 읽고 치웁니다. 주로 빌리거나 훔쳐서.

      <덧2> 미장원 아가씨와 찦차와 엽총의 관계는 이렇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 하나(거의 탈속의 경계에 있는)가, 군대에서 미장원 아가씨를 사귀었겠지요. 제대를 한 다음 다시 복학을 했는데(물론 그 아가씨는 잊구요), 그 아가씨가 찾아왔습니다. 결혼한 뒤에 몇 번 놀러를 갔는데 선배를 직접 만난 건 한 번이었습니다. 엽총을 메고 찦차에서 내리더라구요. 기억으로는(당근 그려진 기억이겠습니다.^^) 적당히 석양도 좀 있었습니다. 요즘도 가끔 우리집 아이 엄마가 그럽니다. 하민혁이는 미장원 아가씨 못 만나서 인생 날 샜다고. ^^

  5. 섹시고니 2009/03/03 16:2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한때 괴테를 상당히 사랑했었는데요. 그가 그리워지는군요.

    *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의 유형분류가 팍! 와 닿는군요.
    첫번째와 두번째 유형이 점점 더 많아지는 건 교육의 부재가 아닐가 하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10년, 20년 후에는 커뮤니케이션하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가요? 음.. 싫군요.

    • 하민혁 2009/03/03 18:10  편집/삭제  댓글 주소

      10년, 20년 후는 모르겠지만, 3,4십년 후에는 어쩌면 한번의 정리가 있지 않을까싶습니다. 그것이 전쟁이든 혁명이든지를 떠나서 말이지요. 아니면, 커뮤니케이션의 대변혁이 일어나거나요. 어떤 층위의 대화도 자동으로 읽고 해석하여 각 계층과 수준에 맞게 응대하는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괴테가 지금 우리 사회를 살고 있다면 저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지 않았을까싶습니다. 비판의 대상이 갖는 문제점이 뭔지 따위에는 관심도 없이 애오라지 진영논리 상황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요.

      <덧> 그나저나.. 사랑은, 그것이 아무리 열정적인 것이라 해도, 대개는 그 시효가 있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그리움으로만 남게 되는. 혹은 그리움으로 남았을 때만 더욱 의미가 있게 되는, 그런.. 유통기한 비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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