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김한길을 보면 '서울 깍쟁이'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김한길의 일기를 처음으로 접한 건 10여년 전이었다. 문학사상[footnote]'이었는지 한국문학이었는지 확실치는 않다'고 적었는데, 김한길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문학사상이다. - http://hangillo.net/05edition/images/main_sub/m_sub1-1.swf[/footnote]에 연재되고 있던 그의 <병정일기>[footnote]'눈뜨면 없어라'라는 이 책의 제목은 책으로 펴내면서 붙인 이름이다.고 글을 올리면서 주석을 달았으나. 잘못 적은 것이다. 이정환님이 <눈뜨면 없어라>는 <미국일기>를 펴내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일러주셨기에 바로잡는다. 고맙습니다. (_ _)[/footnote]를 통해서였다.[footnote]근데, 하도 오래 전의 일인 터라 이 부분에서 몇 가지가 막 헷갈린다. 특히 <병정일기>와 <미국일기>를 읽은 시점 등에서 그렇다.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엄밀한 책 소개를 하는 글이 아니고, 책을 빌어 하고싶은 얘기란 다른 데 있으니까. 하면셔.. 담 넘어가듯. -_-
<덧> 지금 보면 이 부분은 그냥 주석으로 처리되었어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감정이 먼저 나서 건들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_- [/footnote]

<눈뜨면 없어라>를 읽으면서 '서울 깍쟁이'라는 저 말을 떠올렸다. 어느 부분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일기에는 당시 내가 반감을 갖고 있던 먹물들의 제조건이 여러번 내비치고 있었다. 가식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하여튼 그런.

에니웨이, 당시 그는(혹은 그의 일기에 드러난 그는) 내가 싫어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그의 저 깍쟁이 기질이었다. 세상의 모든 잇속에는 다 관심없는 듯, 초탈해 있는 듯 하지만 가만 보면 실제로 제 잇속은 다 챙기는, 그런 서울 사람 기질이 그에게는(혹은 그의 일기에는) 다분히 함께 하고 있었다.
 

김한길의 눈뜨면 없어라

김한길의 <눈뜨면 없어라>


김한길의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가 대단히 선량한 사람으로 여긴다. [footnote]이는 책의 제목으로 살짝만 검색해봐도 이내 알 수 있다. 다음은 출판사의 소개글이다.
김한길이 1981년 6월 미국에 건너간 뒤 첫 한 해 동안의 기록인「미국일기」는 ≪문학사상≫에 2년 간 연재된 뒤 1983년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도 발간됐다. 이후 1993년에는 『눈뜨면 없어라』라는 제목으로 다시 발간돼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한길은『눈뜨면 없어라』의 서문에서
「내 젊은 날 가장 힘들고 막막했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밝히면서,「이 일기를 쓰던 동안에는 내가 선택한 삶에 내가 자신이 없었다. 미국 땅에서 쓸데없는 세월을 보내며 망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괴롭고 불안하였다」고 쓰고 있다.
루머처럼 전설처럼 아직도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이야기들,
수많은 가슴에 감동을 뿌렸던 김한길의 낮은 목소리
「눈뜨면 없어라」는 인생의 거창한 진리나 도덕에 대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김한길은 애초부터 무겁고 거창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김한길은 우리에게 들려주는 애기는 두통과 불면증, 변소, 열쇠, 발톱 없는 고양이, 글씨를 못 쓴다고 핀잔했던 아내의 옛 스승, 콘택트렌즈를 새로 낀 아내가 바라본 세상, 식욕과 졸음, 우울한 이유들, 때로는 비아프라의 기아에 대해서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어느 시인이 "통속 잡지의 표지 같다."라고 비유한 우리들 인생의 저변에 깔려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들의 의미가 작고 사소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그는 작고 사소한 것들의 갈피 속에 깃들인 결코 작거나 사소하지 않은 의미의 발견자이기 때문이다. / 해냄출판사[/footnote]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그는 언제나 끝까지 밀어 붙이지 않는다. 제법 심각한 얘기라도 해야 할 때가 오면 얘기를 돌리거나 가볍게 터치하고 넘어가버린다. 일기 속에서 그는 언제나 자신의 속내는 그렇게 감추고 있다. 정작 중요한 얘기들은 모두 그렇게 호도해버린다.

자신이 나갈 구멍은 다 챙겨놓고 하는 얘기에서 신실성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런 얘기들이란 도대체 책임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유의 가벼운 터치로 세상을 스케치하며 어떤 반론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는 김한길의 글쓰기가 바로 그런 유형에 속한다.

이른바 잘 나간다는 이들의 행태를 가만히 살펴보면 저들 모두에겐 엇비슷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가벼운 터치로 그리기, 혹은 코믹하게 그리기, 혹은 초연한 척 그리기.. 그런 것들이다. 처세술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즈음 박광수인가 하는 이의 그림이 상당한 인기라고들 한다. 난 동아일보를 보는 터라 조선일보에 연재되는(맞나?) 그의 만화를 볼 일이 거의 전무하다. 하지만 그래도 우짜다 접하게 되는 그의 그림 이야기를 보면  그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쩌면 그렇게 세상 만사에 모두 능할 수 있는 것인지.. 그 나이에 말이다.

그의 몇 컷짜리 그림 이야기 속 세상은 그렇게 단정하고 그렇게 단순할 수가 없다. 순진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것인지.. 자주 엄청 헷갈리는 대목이다. 무튼,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요즘은 동아일보에도 그 비슷한 그림이 연재되고 있다. 듣기로는 그것도 상당히 뜨고 있는 모양이고.

암튼, 이런 얘기들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란 뭐냐면..
이것 역시 예를 하나 들어 말하는 게 나을 성싶은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오늘자 신문에, 어느 국어 강사가 하이텔에서 폭력교실이라는 테마로 글을 쓰는데 하여튼 인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 인터뷰 기사에서 그 강사는 그런 말을 했다. 심각하게 혹은 진지하게 접근하는 법 대신에 가능한 한 과장되고 코믹하게 그리려 했다고. 이유는 정공법으로 접근하면 즉각적인 반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내 얘기는 그러니까.. 그런 글은 도무지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글은 누군가가 시비를 걸올라치면 그냥 한 마디만 해버리면 된다.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조크 한 번 해본 거라니까. 에이~ 이 냥반은 유머 감각이 없으시네. 웃자고 한 얘기에 뭘 그렇게 죽기살기로 달려들고 그래.. 촌시럽구르.

 
저들에겐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한없이 열린 담론의 장에 저들은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다시 에니웨이,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이 사람의 글에 나타나는 저 가벼운 기교가 싫다. 거기서 자꾸 어떤 '위선'이 읽혀서다. 혹여 김한길의 저런 가벼움에 속는 이가 없기를. 배부른 자의 허영을 좇다가 그 골의 깊음에 절망하게되는 독자가 없기를. 세상을 가볍게 대하고 결정을 내리는 바보가 있다면 그는 필경 가슴에 대단한 피멍 하나를 간직해야 할 것이다. 나와 같이 단순한, 말하는 모든 거를 액면 그대로 믿는 바보는 말이다.
 
서울 깍쟁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저 얄팍한 자기 변명 외에는.
도대체가 어떤 사태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없다. 그들의 혹은 그의 시각에는.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글로 썼다면 거기에 대한 비판은 없을 수가 없다. 왜냐면 씌어진 글은 그것이 언제나 닫혀 있음을 전제로 하는 때문이다. 그것은 그 한계로 인해 항상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영리한 이들은 이같은 비판의 칼날에서 늘 한켠으로 비켜나 있다. 처음부터 비판 받을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리는 때문이다. 전형적인 서울 깍쟁이들의 글쓰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론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켜버리는, 바운다리를 두지 않고, 한없이 열어두고 하는 글쓰기.

이 책과 같은 공개 일기라는 것만 해도 그렇다.  
도대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글에 얼만큼의 자기 진실이 담길 수 있을까?

"이군, 친구들이 소탈한 체하고 털어놓는 연애 얘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게. 정말 소중한 얘기는 그렇게 아무한테나 쏟아놓지 않는 법이야. 설사 하더라도 에누리를 두는 법이지."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서울내기 정선생이 주인공 이명준에게 하고 있는 말이다. 하물며 이 글의 필자는 그보다 더한 서울 깍쟁이다. 서울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자체 검열에 의한 중략)

하지만 그는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런 고백을 한다는 건, 저쪽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그의 함부로 쏟아놓은 젊은 날의 허드렛말을 너무 요란한 치장으로 내놓는 일에는 좀더 신중해야 했다는 생각이다. 하긴 <광장>의 얘기를 한번 더 인용하여 말해 본다면, 이즈음의 사람들은 도무지 '사무치는 이야기 같은 것에는 밥맛없어 하는 사람들'이니 그저 적당히 속내를 감추며 얘깃거리 만들어 가는 재치가 꽤나 흥겨운 것일 수도 있는 것이긴 할 터다.

 

김한길


김 한 길
이렇게/웃기는/슬픈/아름다운/고백은 없었다.

번쩍이는 금박 위에 박혀있는 이 문구는 분명 장사치의 과장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의 안쓰러움을, 고독을 이해할 수 있을 듯도 싶다. 김한길의 일기에서 그렇게 신실하지 못한 사람의 기교만을 보게 됐다면 그러나 그건 너무 비약되고 악의에 찬 악다구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1997>

[서비스] 눈뜨면 없어라 "에필로그" 보기



덧붙이는 글, 열어보기..

<덧2> 특별히 책 내용에 대한 얘기도 없고 한 터라, 댓글에서 어느 분이 인상깊게 읽었다는 이 책의 '에필로그'를 서비스로 추가했습니다. <내용 퍼온곳> http://blog.timelife.co.kr/ceo/50
<덧3> 아래 이정환님이 언급하고 있는 '집시부부 이야기'는 아래 주소에서 듣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leejeonghwan.com/cgi-bin/read.cgi?board=reading&y_number=19&nnew=2

<덧4> 김한길은 여러 면에서 이문열을 생각하게 하는 이다. 같고 다름 모두에서 그렇다. 두 사람 모두 아버지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한 사람은 북한에서, 한 사람은 남한에서 자기 길을 갔다는 점에서 살짝 다를 뿐이다. 두 사람은 아버지를 기억하고 벗어나는 과정에서 또한 서로 같고 다르다. 특히 아버지를 벗어나는 과정과 거기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태도는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로 삼아도 충분할 정도로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덧5> 김한길이 2001년 구로을 재선거에 나섰을 당시 선거 기획안을 하나 넣은 적이 있다. 지역구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잘못되었다는 분석을 담아서였다. 그거 받아들였으면 국회에 입성했을 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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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정환 2009/04/05 00:2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주유소의 집시 커플 이야기가 생각 납니다. 그리고 맨 뒤 후기에 쓴 반전이 충격적이었죠.

    • 하민혁 2009/04/05 01:11  편집/삭제  댓글 주소

      김한길의 글과 만나면 사소한 것도 아주 재밌는 에피소드가 된다는 인상입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모종의 비애가 어려있습니다. 그의 삶(경험)에서 온 것임이 분명한 어떤 무게랄까 뭐 그런, 단순한 재치를 넘어서는, 이외수류의 글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그의 <여자의 남자>라는 책도 그래서 참 재밌게 읽었던 것같습니다. 그걸 읽고 나서 제가 썼던 표현이 '알몸을 보는 즐거움 - (알몸을 보는 것 같아) 어색하지만 (알몸을 보인 것 같아) 즐거운 이야기'였으니요. ^^

      <덧> 반전이 충격적이었다 하신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지금 책도 옆에 없고 해서요. 혹시 이어령과의 관계에 대한 건지요?

  4. 이정환 2009/04/05 02:3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기억이 맞다면 이 책 원래 제목이 '미국 일기'인데, 후기 마지막 문단에 주인공은 신문기자로 자리를 잡고 부인은 변호사로 성공하고 그런데 부인과 결국 헤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트랙백은 안 되는 게 아니라 스팸함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만 완전히 삭제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 하민혁 2009/04/05 03:20  편집/삭제  댓글 주소

      미국일기.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_- 저 책을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다보니(군 입대와 관련하여) 상상 속의 병정일기를 하나 만들어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잠이 너무 쏟아지는 데다 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어서 좀 그렇고, 내일 시간을 내어 함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다른 몇 부분도 불확실한 대목이 없지 않은 듯싶습니다. 확인한 다음 바로 잡겠습니다.

      <덧> 트랙백 보내기에 실패했다고 나오는 것도 그러면 스팸으로 처리되는 때문이겠습니다. 무튼,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들어가는 걸로 이해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5. 무한 2009/04/05 08:1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1.
    정공법으로 접근하면 즉각적인 반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1.
    씌어진 글은 그것이 언제나 닫혀 있음을 전제로 하는 때문

    1.
    에누리

    1.
    사무치는 이야기 같은 것에는 밥맛없어 하는 사람들


    글쟁이라는 외투를 벗었을때 벌거벗은 몸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 한 없이 부끄러운지도 모르겠다. 교만한 사람은 쉽게 부끄러워진다.

    그렇다면

    외투를 벗은 글쟁이를 본 사람의 외투를 벗은 모습을 다시 글쟁이가 보고 다시 그 글쟁이가 외투를 벗은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고 그 사람이 외투를 벗은 모습을 다시 글쟁이가 보고......

    날이 아직은 차다.


    <덧> 선풍기 바람을 쐬는 여름이었다면, 눈물이 찔끔 날 글이었습니다.

    • 하민혁 2009/04/05 11:54  편집/삭제  댓글 주소

      날이 덥구먼요. 즐건 휴일이시길. : )

      <덧> 아고, 아침에 거실이 넘 덥길래 저래 적었댔는데, 그래서 가비야븐 옷 입고 나갔다가 봄바람 맞고 추워서 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덜덜덜~ -_

  6. outsider 2009/04/05 10:1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알라딘에서 보니 8100원이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 하민혁 2009/04/05 12:13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제가 살짝 껄끄러운 투로 말하는 거는, 개인적으로 저 친구한테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거구요. 아마 꽤 재밌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남의 사적인 얘기 엿보는 재미도 있고.. 저 친구가 또 글을 상당히 맛깔스럽게 쓰잖어요. ^^

      <덧> 글고보니 아웃사이더님도 언제 '미국일기' 함 내시지요. 아니다, 뉴욕일기. ^^

    • outsider 2009/04/06 13:23  편집/삭제  댓글 주소

      네 잘알겠습니다.

      <덧>반농담이시겠지만...사실 뉴욕온지 얼마안되었을때 '뉴욕 ***일기'를 해보려고 워밍업 해본적이 있었는데요...살짝 거친 내용도 있어서 나중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발목을 잡을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리고 일단 내공이 안되겠더라구요.

  7. 어웅 2009/04/05 15:5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다른 내용은 잘 모르겠고...
    서울깍쟁이란 표현은 정말 절실하게 공감되네요.

    아 김한길씨가 서울깍쟁이 같다는 말에 동감한다는 건 아닙니다.
    (전 잘 모르니까요. 책도 읽어보지 못했고)

    서울깍쟁이란 표현과 그 속성을 얘기하신게 인상깊다는 거에요.
    이런 식의 표현을 상당히 즐겨 하시는가봐요.

    • 하민혁 2009/04/05 16:05  편집/삭제  댓글 주소

      "세상의 모든 잇속에는 다 관심없는 듯, 초탈해 있는 듯 하지만 가만 보면 실제로 제 잇속은 다 챙기는, 그런 서울 사람 기질" <== 이거 두고 하신 말씀이지요?

      제가 글은 잘 못 쓰는데, 분석과 직관력은 꽤 뛰어난 편입니다. 퍽~! 특히 사람은 꽤 읽어냅니다. 가끔씩 이런 식의 인상평을 즐겨(?) 하는 것도 아마 그래서가 아닌가싶습니다. ^^

  8. 긁어부스럼.. 2009/04/06 19:0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아침에 읽고나서 얼핏 생각에도 뭔가 의도가 느껴지는 느낌은 뭐랄까요..
    지은죄도 없는데 괜히 캥기는거 있죠..
    치열하게 생각하고 사시는 분들과
    나같이 대충 가볍게 사는 인간들이 어울릴수 없이 분단되는 느낌이랄까요..

    내직업이 먹물류가 아닌걸 일단 다행으로 생각하고,,

    이 블로그가 좋은게..
    뭔진몰라도 문턱이 낮아보여서 아무나 끄적일 수 있다느거 아닌가요..


    뜬금없지만..
    신용문객잔이란 예전 홍콩영화가 생각났어요
    거기 나온 무림의 절대고수가 마지막에 허무하게 당하는데
    한칼잡이 하는 주인공들이 다 쓰러지고 나서
    객잔에서 만두만드는 주방장아저씨의 현란한 칼놀림에 당한다는 코믹한 설정..

    요즘 티비에 가끔 무슨무슨 달인 하면서 나올법한 그런놈한테 당하고 만다는 설정이
    참 재미있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영화랍니다..

    치열하게 사는건 참 피곤한 인생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살아서 이루려고 하는 바 들이
    아무래도 나한테는 그다지 공감이 안가는 건 어쩔수 없는 거고

    아무 소속도 없고 물론 책임같은거 전혀 안친한
    홈리스들까지 까실려고 하시는건가..??

    쓰다보니 이건뭐 좀 이상해지긴 하네요.....

    다시한번,,
    좀 따듯한 시선으로...

    • 하민혁 2009/04/07 01:46  편집/삭제  댓글 주소

      "쓰다보니 이건뭐 좀 이상해지긴 하네요.." 하셨는데요.
      읽다보니 저도 이건 뭐 좀 많이 이상했습니다. ^^

      그나저나 설마 하니 제가 홈리스를 까려 할려구요. 건 잘못 보신 거같습니다.

      "미주 <한국일보>기자로 일하면서부터, 나는 내 속에 잠재돼 있는 어떤 속된 야망을 만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놀고 먹는 게 꿈이었는데, 나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사는 삶들을 비웃고 싶었는데, 절대로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야말로 억척으로 일했다. 남에게 지고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충성스럽게 일하고 뛰며, 기사며 칼럼을 써 제꼈다."

      이런 부분들이 넘 닮은 거같아서요. 그래서 그게 싫어서, 제 자신에게 말임다. 제가 쓴 글 어딘가에 보면 그런 얘기 나오는데, 저도 정말 놀고 먹는 게 꿈이었거든요. 아니, 놀고 먹는 건 아니었습니다. 찦차 하나와 총 한 자루 갖고 떠돌아다니는 거였으니요. 뭐 그렇다는.

      3시간 자고 서울 시내를 말 그대로 종횡으로 누비며 하루종일 뛰어다녔더니 몸도 아프고, 머리는 아예 생각을 정지해버린 듯 하고.. 지금 답글을 달고 있으면서도 내가 지금 답글을 다는 건지 메신저로 업무를 보는 건지 아님 꿈속을 헤매는 건지..

      따듯한 글 고맙습니다. 꾸벅~

  9. 단군의땅 2009/04/07 03:4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김한길의 시대 구분

    1.소설가 이자 미국에서 언론인생활.

    민주통신님이 이야기한 "눈뜨면 없어라" 보다는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출세작이 된 "여자의 남자"를 빼놓을 수가 없겠지요.

    2. 그후 "김한길과 사람들" 의 진행자였을 때 방송인 그리고 잠시동안 방송위원회 생활들. 80년대 물태우시절이지요..

    3. 많이들 잊고 있는 90년대 초반....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시절.

    4. 1996년 국민회의에 참여한 이후 DJ 정권에서 청와대정책기획 수석부터 문화부장관 그후 노통초중반 열린우리당 정당 대표까지 권력의 중심부에 있을 때....

    정도로 나누어지지 않을까 싶내요.

    어떻게보면 뒤로 갈수록 세속적 의미에서는 더욱 출세가도를 달렸으니... 4번 시절 한다리 건너서 그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또 그의 과거소설들을 살펴보면 서울깍쟁이라는 말 잘 어울리는 듯 하내요.

    아버지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진보정당 통일사회당 당수였다는 김철이였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이문열과 비슷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아랫 링크는보니 하민혁님이 지적하신 부분과 상당히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같이 남겨놓습니다.

    http://livepoll.donga.com/docs/magazine/shin/2006/08/01/200608010500010/200608010500010_1.html

    • 하민혁 2009/04/07 11:01  편집/삭제  댓글 주소

      오, 재밌는 기사가 있었네요. 링크 고맙습니다.

      "아버지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진보정당 통일사회당 당수였다는 김철이였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이문열과 비슷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하셨는데요. 두 사람이 아버지의 그늘(무게? 영향?)에서 벗어나는 의식의 성장 과정과 이후 드러나는 두 사람의 행보에서 묘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이더라는 건데요. 이건 뭐 몇 자 글로 썰을 풀 수 있는 건 아닌 거같습니다. 그래서 석사가 아닌 박사 학위 논문감이라고 한 거였구요. ^^

      오늘 하루도 뻑쩍지근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즐건 하루 보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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