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이라는 소설이 있다. 혼인을 핑계로 일만 시키는 교활한 장인과 그런 장인에게 반발하면서도 끝내 이용당하는 순박하고 어리숙한 머슴 '나'의 갈등을 해학적으로 그린 김유정의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나'는 점순이와 혼인을 시켜 준다는 말만 믿고 3년 7개월을 무일푼으로 머슴살이를 하지만, 장인 봉필이는 그런 '나'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채운다. 데릴사위라는 명목을 내걸어 '나'를 머슴 대신 부려먹고 있는 것이다. 맏딸도 데릴사위를 열이나 갈아치운 끝에 시집을 보낸 그다.

"정치부패 청산의 요체는 바로, 깨끗한 정당을 만드는 정당혁명입니다...네티즌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깨끗한 정치, 민주적인 정당을 원하신다면 그 비용을 지불하십시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 그 비용을 부담해 주지 않으면 정치개혁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유시민의 글(2003.10.09)이다. 유시민의 이 '앵벌이성' 글을 보면서 나는 문득 소설 <봄봄>의 저 장인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유시민이 소설의 장인보다 더 악질적인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의 장인은 데릴사위들이 제풀에 떨어지게는 했어도 그들의 앞길까지 가로막고 나서지는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선장은 배와 운명을 함께 한다'는 말이 있다. 리더의 책임성을 강조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유시민의 경우는 어떤가. 난파하여 배를 버려야 하는 경우에도 선장은 맨 나중에 배를 떠나는 법이어늘, 자기를 믿고 따라온 개미?들에게 당의 해체를 종용하는가 하면 해산 절차도 마무리 하지 않은 당을 두고 혼자만의 살길을 찾아 떠났다.

게다가 개혁당이라는 배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당원들을 불복죄로 몰아 그들의 앞길마저 차단하고 나섰다. 개혁당 당인을 가로채고 당원들의 땀과 눈물로 형성된 재산을 몰수하고 홈페이지 운영권마저 박탈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깨끗한 개혁의 길'이라며 막지 말라고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당원과 시민들을 졸(卒)로 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고 행동이다.

'개혁'을 입에 달고 다니는 유시민의 반개혁적 행태를 보면서, 나는 "네티즌 여러분께 호소한다"는 유시민의 저 발언이, "깨끗한 정치, 민주적인 정당을 원하신다면 그 비용을 지불하라"는 저 말이 혹여 사기죄 성립요건은 안 되는지 묻고싶어진다. <2004.01.08 15: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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