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오랜만에 본 영화다. 아니, 영화는 그동안에도 더러 보긴 했지만 리뷰를 남기는 게 오랜만이다. 그만큼 인상에 남는 영화가 없었다는 의미일 터다.

이 영화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더 리더

영화 <더 리더>


영화 <더 리더>는 우선 장르상으로 다양한 층위를 갖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는 청춘의 한 시기를 짚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성장 영화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파격적인 노출신에 담아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물이고, 한 개인의 행적을 통해 그의 내면 깊숙히 자리한 비밀을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미스테리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또한 역사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혹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거대 담론으로서의 역사, 곧 한 시대와 그 사회를 통째로 굴려가는 거대한 수레바퀴로서의 역사와 그 역사의 수레바퀴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견뎌가야 하는 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역사를 영화는 그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은 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것은 '깨우침'이다.

영화는 청소년기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대해 혹은 세상을 더 할 수 없이 푸르고 빛나도록 하는 사랑에 대해, 어른이 되어가면서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좌절과 새로운 희망에 관해, 역사를 만들어가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깨우친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늘 약간씩은 때늦은 후회로.

영화를 보고난 다음 가슴이 아리거나 먹먹해오는 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관객 스스로도 늘 그렇게 세상을 때늦게 깨우쳐간다는 데서 오는 먹먹함.  


더 리더

더 리더




<덧붙이는글> 영화의 부제가 '책 읽어주는 남자'다. 원제에도 이같은 부제가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부제는 영화랑은 전혀 겉도는 부제가 아닌가싶다.
<덧2> 아, 중요한 얘기를 빼먹었다. 이 영화 아직 아니 보신 분은 함 보시기 바란다. 추천한다는 뜻이고, 봐서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는 얘기다. 한나역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이 참 이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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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drian Monk 2009/04/29 18:1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가끔 '나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속에 쓸려가고 있는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해요. 왠지 재미있어보이니까, 어디에 적어두고 꼭 한 번 봐야겠네요 :D

    • 하민혁 2009/04/29 18:53  편집/삭제  댓글 주소

      상영 중인 영화인 터라 많은 내용을 적지 못 해서 그렇지.. 님이 말한 그 대목을 비롯해서 여러가지를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시대적 배경이 나찌 시대를 관통하고 있으니까요. 영화 제목이 '더 리더'인 것도 상당히 많은 걸 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간과되기 마련인 영화 보는 재미까지를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근래에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수작이었지 않나싶습니다. 맘 먹고 보러 가셔도 좋은 영화입니다. 사실 요즘은 가볍게 혹은 맘 먹고 영화 함 보러 나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말이지요. ^^

  4. 어린이 2009/04/29 19:0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앗!! 이것은!!!!!

    학년부장 선생님이 5년?만에 보셨다는 그 영화????

    나중에 비디오 나오면 봐야징~

  5. 머니야 2009/04/30 01:0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음,,혹시 스포일러가 있을까 싶어 일단 댓글로..
    그런데 하민혁님 요즘..포스팅에 박력이 없으세요..
    어젠가? 그 만화도 글코...
    이웃집..무난한 아저씨같아요~ ㅋ

    • 마루나 2009/04/30 11:23  편집/삭제  댓글 주소

      박력 동감!!

    • 하민혁 2009/04/30 14:59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저야 뭐 작정하고 가는 거니까 문제될 게 없지만 이웃에서 클레임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힘이 반감되는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얼라들까지 들먹이면 참 난감해집니다. 힘이 빠질 밖에는요.

      <덧> 실은 요즘 좀 바쁘답니다. 월말이잖어요. 게다가 곧 연휴고. ^^

  6. 다른시각 2009/04/30 02:0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영화스틸컷을 사용하는건 저작권 위반이 아닌가요?
    영화관련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 포스터나 스틸컷 한장 없다면 심심해서 읽고나 싶어질까 걱정하고 있거든요.

    • 하민혁 2009/04/30 12:39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제가 알기로 영화사에서 웹에 공개/배포하는 스틸컷은 저작권에서 문제되지 않습니다. 특히 포스트의 경우는 공개되는 순간 사용해도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무튼, 이 글에 사용된 영화의 스틸컷 정도라면 그것을 문제삼아 저작권을 주장하는 영화사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제 경우 만일 저걸 걸고 들온다면 법정 다툼 가겠습니다. 해봐야 알겠지만, 별로 질 것같지도 않구요. ^^

  7. 다른시각 2009/04/30 17:5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8. 두애아빠 2009/05/01 16:1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하민혁님이 애들하고 보면 좋을거라고 해서 사전 검열차
    혼자 봤는데...

    애들하고 봤으면 좀 거시기 할 뻔 했습니다..

    우리 애들 사춘기 오고 있어서.. 좀..

    • 하민혁 2009/05/01 17:53  편집/삭제  댓글 주소

      음.. 사춘기라면 좀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애들은 아직 사춘기는 아니어서 애들 얘기는 거기에 맞춰 쓴 거였습니다. 그래도 뭐, 사전 검열차 먼저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히히.

      <덧> 근데 영화가 재미가 없었나 보네요. 영화 얘기는 하나도 없어서요. ^^

    • 두애아빠 2009/05/01 23:25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그러고 보니 영화 얘기가 없었네요.. ^^

      영화는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좋았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지만
      제가 멋있게 얘기할 줄 아는 능력이 아쉬워지네요..

      다만 사람들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만을 칭찬하던데
      전 젊은 마이클을 연기했던 젊은 배우 연기가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10대라고 하던데
      약간은 비겁하고 나약한 모습이 절절히 느껴지게
      연기를 잘하더군요...

      어쨌든 잘 봤습니다.. 덕분에..

      저희 애들도 사춘기라고 하기엔 어리지만
      워낙 요즘 뎀벼서 사춘기라고 믿고 있답니다... ^^

    • 하민혁 2009/05/02 01:24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그렇지요. 저도 그 친구 연기가 괜찮았다고 봅니다. 달뜬 연기도 좋았고 나름 딱 그만큼의 번민하는 부분도 좋았고 그렇더라구요. 영화 얘기 들려줘서 고맙습니다.

      <덧> 저는 방금 박쥐 보고 왔습니다. ^^

  9. juliaa 2012/12/03 15:5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감상평 잘 보았습니다.

    하나 덧글 남기자면, 책 읽어주는 남자는 부제가 아니라 원제입니다.
    독일어로 Der Vorleser 가 원제목 입니다.
    이 영화가 Der vorleser라는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가의 책을 영화화 한것이구요
    더 리더가 독일어 제목의 영어제목 이고 책 읽어주는 남자는 한국어 제목입니다.
    부제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글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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