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중도개혁 정당으로, 좌든 우든 모두 들어와 활동할 수 있는 정당이다."
오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입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동교동 사저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 말이라는데요, 이쯤 되면 디제이의 정치 감각도 이제 많이 무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당이 요즘 정치적 좌표를 잃은 채 헤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오늘 DJ가 저 한마디를 던졌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헷갈려 할지 눈에 선합니다.


김대중 DJ

김대중(DJ) 전 대통령


제가 보기에 민주당은 한 시라도 바삐 DJ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실 민주당은 공당의 성격보다는 DJ 당이라고 할만큼 사당적 성격이 강합니다. 누가 뭐래도 DJ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이지요. DJ가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민주당의 이같은 성격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헌정 사상 최초의 정권 교체를 이루어내는 데는 이같은 민주당의 성격이 적지않은 역할을 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세월이 반 세기에 이른다면 이제 변화를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반 세기 전과는 외부적 요인이 엄청나게 달라져버린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민주당은 과거의 민주당이 갖고 있던 모든 걸 잃었습니다.
특히 정치적 좌표 설정에서 그야말로 어정쩡한 상황에 처해버렸습니다.

남북관계와 민족공조를 말하지만 그 아젠다는 이미 민주노동당이라는 걸출한 정당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습니다. 서민경제를 말하지만 그게 민주당의 공염불임은 이제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민주주의에 이르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박물관에나 모셔두어야 할 아젠다를 붙잡고 그걸 백날 부르대어 봐야 얻을 거 하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좌우를 아우르는 중도개혁정당이란 없다

김대중의 정치적 감각이 한 물 갔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정치적 지형이 격변한 상황에서 특히, 좌측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까지가 있는 마당에 쌍팔년도 정치지형에서나 써먹음직한 훈수를 두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국민 일반이 지난 50년의 정치환경에 있던 그 국민이 아님을 DJ 선생께서는 이미 놓치고 있는 듯싶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님,
2009년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에 중도개혁정당이 설 자리란 없습니다. 고정하시오소서.


 
 

<덧붙이는글> 질문 : 선지자도 슬럼프에 빠지는가? 정답 : 선지자도 때로 슬럼프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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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kkclan 2009/05/12 02:0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문제는 저 말에 우르르 몰려와 진보정당 민주대연합하라는 분들...

    • 하민혁 2009/05/12 03:05  편집/삭제  댓글 주소

      선생님 말씀이시니.. -_
      그래도 이제 벗어나야 하지않을까싶습니다. 저야 뭐 민주당이 거기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그렇게 있어주는 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요. ^^

  4. 나인테일 2009/05/12 02:2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열린당 붕괴 이후로 열린당 정책 어설프게 베껴다가 선거 한번 치르고 박살이 난 뒤로는 정책도 뭣도 없이 떠돌이서 그야말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OTL.

    이제 슬슬 정신 차리고 다음 대선 준비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저런 소리 하는거 보면 좀.... 하기사 지난 대선때도 선거 하기 직전에 이상한 경선 대충 해서 이상한 놈 후보로 올려놓고 선거 치른 정당인데 벌써 정신 차리기도 힘들긴 하겠습니다.

    다만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는 말 만큼은 맞는 소리네요. 투쟁이고 선거고 간에 아무래도 좋으니 빨리 저거부터 좀...;;;

    • 하민혁 2009/05/12 03:10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같습니다. 전에는 DJ 그늘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열우당 아우라에 기생하며 그렇게 굴러가고 있는 듯싶어요. 도대체 뭐 하자는 친구들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체성 자체가 없는 셈이지요.

      그래서 말인데, 정체성을 찾기는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정처없이 헤매고 있는 양을 보면 아무래도 힘들 것같아서 말이지요.

  5. 하게타카 2009/05/12 11:5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완전 개뻘소리 싸지르는 YS 보단 아직 진행이 덜 된듯 하지만...

    나이와 고문 후유증을 감안한다면,, 뭐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뭐 이번 정권도 어차피 말아먹는 쪽으로 가는 것 같으니...참...

    아직도 용산참사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솟고, 그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처를 생각하면 진짜 나가서 각목이라도 휘두르고 싶었지만...ㅋㅋ

    1평에 700만원 하던게 팔고 난뒤 하룻밤 자고 일나니 2억 5천을 한다는데...
    그렇게 10평정도를 7천 받고 울며겨자 먹기로 팔고나니 저들은 앉아서 24억을 날로 먹으니..참나...

    이명박 정권 사상 최악의 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 하민혁 2009/05/12 13:12  편집/삭제  댓글 주소

      김영삼의 경우 자기 딴에는 살짝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민주화의 양대산맥이었는데, 내리 10년을 무정권으로 있는 탓에 평가가 거의 한쪽으로 기울어있었던 게 일정 정도는 사실이었으니요.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만일 DJ 대통령이 없었다면 김영삼의 민주계가 저렇게 지리멸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김영삼도 저렇게까지 망가져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 디제이는 지금 김영삼의 저 초조함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것같아요. 그 결과는 망가지는 길 밖에는 없는 건데 말이죠.

      용산참사의 경우는 한나라당의 대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 대척점에 있는 애들이 대처를 잘못해서 일을 망치고 있는 겁니다. 김지하식으로 표현하자면 촛불을 횃불로 써먹으려 했으니 그게 꺼질 수밖에는요.

    • 무한 2009/05/12 14:55  편집/삭제  댓글 주소

      디제이는 지금 김영삼의 저 초조함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것같아요.

      이 말에 공감합니다.

    • 하민혁 2009/05/12 15:45  편집/삭제  댓글 주소

      무한/ 저도 공감합니다. ^^

  6. 최면 2009/05/12 12:5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하긴.. 청와대 뒷바라지나 하면서 3권 분립이 뭔지도 모르는 딴나라당 보다는 훨 낫네요.

    • 하민혁 2009/05/12 13:16  편집/삭제  댓글 주소

      에혀~ 여기서 딴나라당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허접한 글이라 해도, 그래도 뭔가 글을 하나 놓고 댓글을 주고받을 때는 가능하면 그 글에 주목해서 얘기를 나누는 게 유의미한 일 아니겠느냐는 생각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7. 해범신구 2009/05/12 13:3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DJ는 저 소리고...
    정동영은 당을 자기가 먹겠다 하고...

    걱정입니다.....에휴


    아무리 저같은 한나라당"빠"도 이런 상황이 곱게 보이진 않네요...
    그저 민주당이 틀이라도 유지하면 자체 복구가 되는데 말입니다. oTL

    민주당이 견제를 해야 한나라당도 탈선이 없는데.....쿨럭....

    • 하민혁 2009/05/12 15:43  편집/삭제  댓글 주소

      해범신구님이 한나라당 빠셨군요. 요즘 그 동네도 살짝 시끄러운 거같더라구요. ^^

      그나저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저 기사가 오늘 네이트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로 뜨고 있네요. 제목부터가 아주 섹시합니다. 에효~

      DJ “李대통령 국민 억압하면 실패”
      http://news.nate.com/view/20090512n01398

  8. 관전자 2009/05/12 16:0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어쩄든 이 당이고 저 당이고
    기존의 틀 안에서 어떻게든 안변하고 해먹겠다 하다가
    다 개판 될 것 같군요.

    한 발 떨어져서 관전하는 기분으로 보면
    다음 대선까지 온갖 버라이어티가 펼쳐져서
    재미는 있을 듯.

    • 하민혁 2009/05/12 16:41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그러게요. 세상은 상전벽해하듯이 변했는데 저 친구들은 아직도 여전히 틀 안에 갖혀 있다는 느낌입니다. 일정 정도는 그게 먹히니 또 그러고 있는 거겠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그게 '개판'으로 가는 길 아닌가싶습니다.

      다음 대선까지 온갖 버라이어티 쇼가 펼쳐지리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관전하는 것도 재밌지만 직접 함 부닥쳐보는 것도 꽤 재밌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든 직접 해보는 것보다 더 리얼한 건 없으니요. ^^

  9. fake 2009/05/12 18:4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h님 글들 다시 자세히 읽어 보았는데요. 아무리봐도 ........

  10. fake 2009/05/12 19:0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거짓말을 하려면 티를 내지 말던가....

  11. sizers 2009/05/13 08:3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보수개혁정당도 가능한데(이명박정당) 중도개혁정당이 왜 불가능합니까?
    정치란게 결국 말장난으로 낚시질 하는겁니다.
    정치에 대해서 알고 그런 이야기 하시는지..

    • 하민혁 2009/05/13 10:10  편집/삭제  댓글 주소

      맞습니다. 님의 말이 맞아요. 그래서 하는 얘기입니다.
      그 말장난이 왜 하필 오갈 데 없는 중도개혁정당이냐구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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