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이 이명박과 함께 진보진영 공공의 적으로 우뚝 섰다. 어떤 이는 이문열이 차라리 더 낫다고 말할 지경이다. 황석영이 지난 며칠 동안 보여준 행보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는 의미겠다.

황석영의 행태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단연 어떻게 황석영이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너무 하십니다, 황석영 선생님은 그 결정판이다.


황석영

부패정치세력 집권저지와 민주대연합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결성식 때의 황석영 (2007.12.13)


딴은 통탄할 일이기도 하다. 바로 위의 사진이 보여주듯, 황석영은 지난 2007년 대선 직전에 열린 "부패정치세력 집권저지와 민주대연합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결성식"의 주역이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나 감상은 감상이고, 정작 이 문제를 통해 이른바 진보진영이 얻어야 하는 교훈은 따로 있다.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피는 길이다.

이에 대해 바스님은 황석영, 아니 황구라를 위한 변명을 통해 황석영이 지닌 시대적 아픔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데올로그를 벗어난 문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 했다. 나는 그 소리가 절규로 들렸다"고 말한다. 황석영이 지고 있는 짐이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공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생각이다.

황석영이 변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지점은 '변화하지 않는 진보' '진보하지 않는 진보'가 변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이다. 내가 보는 이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금 이명박을 수구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그 직전에 노무현을 수구로 몰아갔던 것은 다름아닌 진보라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이른바 진보진영이 말하는 진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진보인지, 어디로 가자는 진보인지를 물어야 하는 지점이어서다.




<덧>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겠다.
<덧2> 이 글은 하민혁의 통신보안에 어제 올린 글이다. 땜빵용으로 이곳으로 옮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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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 다시, 진짜 진보를 말하자.

    Tracked from Season ii. Was 2009/05/17 12:53 Löschung

    다시 진보를 말한다. 나는 열린우리당 진성당원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지지자였으며, 역시 지금도 노무현 지지자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이 FACT를 밝혀놓고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진보, 진보의 '고집'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래, 나는 노무현 정권 5년 내내 참 많이 울었다. 노무현이 파병동의안을 말할 때 울었으며, 탄핵때도 울었고, 국가보안법에 좌절하는 걸 보고 울었다. 그저, 울었다. 억울한 것도 아니고, 쌤통이다라는 느낌은 더더욱 아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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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drian Monk 2009/05/16 23:2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무식함을 가장해서 도피처를 만들어놓는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정말로 한국의 정치적 지형은 어디가 진보이고 어디가 보수인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요.

  4. Was 2009/05/17 01:4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하핫;; 제 글을 링크걸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음. 이 문제에 대해선 왠만하면 다시 글을 쓰고 싶진 않았는데 내일쯤 한번 더 걸어 보겠습니다. 근데 전 워즈에요 ㅠ_ㅠ

    • 하민혁 2009/05/18 02:23  편집/삭제  댓글 주소

      새로 주신 글 잘 봤습니다. 같은 지점과 다른 지점이 40:60 정도 되는 것같습니다. 저 비가 좀더 좁혀진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

      <덧> 에고, 미안합니다. 대문자로 쓰여 있길래 독일어인 줄 알았습니다.

  5. 하천재 2009/05/17 03:5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게으르군.
    날짜 안 넘기려고 장난질하는 것도 그렇고...

    슬럼프?
    지가 노력 않고 실력 안나오는 것은 슬럼프가 아니야.

    게으른 게지.

    선지자?
    걍 선지국이나 해장국 삼아 말아먹고 심기일전해.

    • 하민혁 2009/05/18 02:25  편집/삭제  댓글 주소

      내가 슬럼프라고 말한 부분하고 니가 게으르다고 말하는 부분은 다른 건데 말이죠. 슬럼프인 건 맞지만, 글이 땜빵용인 건 요즘 일 때문에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거든요.

  6. 빈나무 2009/05/17 18:3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변화하지 않으면 그게 수구죠. ^^
    저는 황석영씨의 변화가 심정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공감이 갑니다.
    실체가 없는 이념노름이 얼마나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가 온몸으로 절절하게 겪고 나서야
    이제는 가을날의 국화꽃 누님처럼 본질로 돌아온거라고 생각합니다.

    • 하민혁 2009/05/18 02:28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정답입니다. 제가 하고싶었던 얘기를 한마디로 정리해주셨습니다. ^^

      <덧> 그나저나 황석영은 다시 흔들리는 것같던데.. 이를 지켜보면서 그의 변화 자체가 노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오버한 나이 때문인지가 살짝 헷갈립니다.

  7. 하게타카 2009/05/18 23:3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몽골 플러스 투코리아'

    이게 도대체 현실성이 있는 얘기인지 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신선놀음 하는것도 아니고...

  8. 뫼르소 2009/05/20 22:0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진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체적인 팩트가 결여된 공허한 철학적 관념이나 지엽적인 사안을 가지고 빙빙 돌리면서 논리의 얼개를 구성한다는 것이죠.

    그럴듯하지만 그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사실과는 동떨어진 뻘소리들이 많죠. 하선생님이 지적하신 '변화하지 않는 진보'의 근원적 문제점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하민혁 2009/05/21 00:59  편집/삭제  댓글 주소

      님의 말씀마따나 구체적인 팩트가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엽적인 거를 뻥튀기 혹은 비틀어대는 왜곡도 문제가 많기로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런 주제에 철학적 관념 따위가 있는 건지나 모르겠습니다.

      진보하지 않는 진보가 진보라는 타이틀은 뭘 또 그렇게 끔찍하게 챙기려는 건지.. 황석영 한마디에 동네 벌집 쑤셔놓은 듯한 꼬라지라니..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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