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의 <높은 땅 낮은 이야기>는 전방 포병 관측 소대장의 4년 군대 생활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60년대 휴전선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감춘 현장의 체험을, 짧은 에피소드의 이음을 통해 서정적으로 되살렸다. 그것은 분단 상황에 대한 사실적 기록이자 또한 그 분단 상황이 오늘도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민족적 현실을 검토한다." - 책 소개 중에서
 

높은 땅 낮은 이야기

복거일의 <높은 땅 낮은 이야기>


감상을 싣는 일은 약한다. 다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이가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편한 마음으로. 아마 하룻밤은 잔잔한 생각에 젖어 지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문열의 <새하곡(塞下曲)>이 약간은 꼬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면, 그래서 모종의 카타리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이 소설은 몇 가지 생각할 꺼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조용한 글읽기의 시간을 제공한다. 

일독하여, 결코 후회치 않을 소설이다. 특히, 어느 산등성이에서 군 생활을 한 이라면, 그리고 앞으로 그런 군 생활을 해야 할 이라면, 무엇보다 분단의 상황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해보고싶은 이라면 말이다.

에니웨이, 다음은 이 소설 말미에 있는 <작가후기>이다.
 

[작가후기]

이 작품은 계간지 [외국문학] 1987년 가을호에 <고지평화(高地平話)>라는 제목으로 일부가 실렸었다.

나는 그 제목이 마음에 들었는데, 여러 분들로부터 소설의 제목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지금의 제목으로 풀어썼다. (제목을 짓는 데는 솜씨가 없어서,
실은 이번에도 김병익 선생님께서 도와주셨다).

원래 독자들에게 작품의 소품적 성격을 암시하고 싶어서 '평화(平話)'라는 말을 썼었는데, <비명을 찾아서>가 좋은 평을 받은 뒤에 나오는 작품이라 어쩔 수 없이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주리라는 생각이 '낮은 이야기'를 고집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작품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작가가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품게 되는 고마움을 새삼스럽지도, 쑥스럽지도 않게 나타낼 길은 없는 것인지 --- 밤을 꼬박 새워 교정쇄를 읽은 마음으로 이 짧은 후기를 쓰면서 파지만 수북이 만들어 놓았다.

1988. 3
복 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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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동대장 2009/05/23 11:5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살을 했네요...
    쿵..충격이네여.
    글하나쓰셔야죠..지금 쓰고계실지도 모르지만..
    왜 자살을 택했을까요...
    많이 실망해서 씹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찌되었든 명복을 빕니다.
    많이 시끄러워지겠네요..

    • 하민혁 2009/05/23 13:51  편집/삭제  댓글 주소

      아, 요즘 일에 치여 사느라구요. 그나저나, 이런 걸 보고 평지풍파라고 할 터입니다. 살아서도 내내 평지풍파를 일으키더니 죽는 때까지도 평지풍파를 남기고 가네요.

      <덧>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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