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가 않다. 블로그를 잠시 쉬다가 다시 시작하려니 자꾸 버벅거린다. 쓸 얘기들은 많은데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 할 지조차 모르겠다. 이런 걸 보고 감이 떨어졌다고 하는 모양이다.

늘 그렇듯이 문제는 첫 단추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이후도 쉬이 잘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블질을 다시 시작한 어제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첫 글쓰기고 해서 나름 적당히 이슈도 되고 무게감도 있는 글감이다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그만 마지막에 파토가 나버렸다.

알다시피 IE가 업그레이드되면서 텍스트큐브가 살짝 불안정하다. 특히 단락 나누기에서 자주 이상 징후를 보인다. 그래서 대개는 '호환성 보기' 메뉴에 놓고 글을 작성하는데, 오랜만의 글쓰기여서인지 어제는 그걸 깜빡 했다. 글쓰기를 거의 다 마쳤는데 단락 나누기에서 자꾸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호환성 보기' 모드를 눌렀다.

그리고 그걸로 모든 게 끝이었다.


바람


중간에 잠깐 쉬면서 저장한 내용을 제외하고, 필 받아서 제대로 써내려간 글이 한순간에 모두 날아가버렸다. 그렇잖아도 글쓰기가 익지 않아서 어렵게 쓴 글이 그렇게 어이없이 사라지고 나니까 혈기가 머리 위로 치고 올라왔다.[footnote]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텍스트큐브의 글쓰기 모드에 진짜 문제 많다. 한번 날아가면 이건 도대체 어떻게도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없다. 새로운 버전에서도 당분간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하니.. 할말도 없고.[/footnote] 그리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제 글은 처음 몇 줄만 빼고는 실은 오늘 아침에 작성한 글이다. 글을 읽으신 분 가운데 그런 느낌 가진 분 있으실지 모르지만, 글이 앞도 없고 뒤도 없고 마무리 멘트도 없다. 어제 글을 날려먹은 후에 글쓰기를 접었다가 아침 나절에 순전히 임시방편으로 땜빵해 올린 글이어서다.

사실 이같은 일은 블로그 하다보면 흔히 있는 일이다. 다만, 어제의 일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그 일이 하필이면 다시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한 첫 날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단순히 "놓친 고기는 다 크더라'식의 날려먹은 글이 아쉬운 정도를 넘어, 이게 뭔가 좋지않은 징조이지 싶어서다.

가볍게 가도록 하자. 글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글을 쓰는 사람만 힘든 게 아니다. 글도 힘들고 나아가 글을 읽는 사람까지도 힘들기 십상이다. 힘 빼고 편하게 쓰기로 하자. 그래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자. .  



 
<덧붙이는글> 모든 좋은 일의 시작은 쉽지 않은 법이다.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게 중요하다.

<덧 하나 더> 오늘 '티맥스 윈도' 발표와 공개 시연이 있었다. 잠깐 보니, 인터넷은 그야말로 악플 천지다. 그 가운데는 나도 있다. "티맥스윈도 공개시연 한 줄 소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생중계를 지켜보면서 더 한 말도 했다. '심각하다'는 얘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다른 한편, 이게 지금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악플' 릴레이를 받을만한 정도의 일인가를 생각하면 그건 아니지싶다. 생중계를 보면서 트위터에 남긴 내 생각을 옮기자면 이렇다.

- 티맥스.. 뭔가 살짝 불안하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무슨 일이든 시작은 있는 법, 그 시작을 발판으로 끝까지 가주시길. '악플들'에 개의치 말고, 혹은 '악플'을 자양분 삼아.. ^^
-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니요. 쓴소리도 필요하겠지만 작은 애정도 필요하지 않을까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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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ostopgo90 2009/07/08 06:3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제 다시 시작하시는군요... 어쩐지 최근에 올블로그 추천글에서 못 봤습니다.

  4. 똥싸? 2009/07/08 11:0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복귀는 언제 하는겨요?

    아주 주저 앉아서 똥을 뭉게시나..... -_-;;

  5. 머니야 2009/07/08 13:3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헉..초보도 아님시롱..이런 글까정...ㅋㅋ
    그런데..난닝구 바람에 날리는 흑백사진...좋네요..으으

  6. 주인장 화이팅^^ 2009/07/08 14:0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 블로그는 징징대는 글이 너무 많다.

    속이 단단한 사람은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뿐더러, 어쩌다 한번 한숨 쉬는게 울림이 큰 법이건만...

    너무 자주 징징대니 이건 어찌 생각해야 할지.

    여중생 다이어리도 아니고 말이야...

  7. 똥싸?2 2009/07/08 14:1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조또...징징 대지 말란말 들을줄 았았어..


    짜증..


    ㅡㅡ;;

  8. 시원합니다 2009/07/08 14:2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염병 ;;;
    엿처드셈 마니마니

  9. binnamoo 2009/07/08 20:3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긴글이라면 구글독스에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무수한 경험이 있는지라... 일단 긴 글은 구글독스에서 시작합니다.
    구글독스는 위키기반이라서 자동적으로 저장이 되고,
    그것도 시간별로 차곡차곡 버전을 만들어서 저장을 하니까 어떤 경우라도 열받을 일이 없습니다. ^^

  10. sunlight 2009/07/09 01:3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하하하... 그래서 선지자 님 글이 요새 보기 힘들었던 거군요.
    첫걸음이란 그래서 항상 힘이 듭니다. 더욱 용기 내시기를...

    ------
    저 티맥스 윈도우 말인데요. 저는 굉장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컴퓨터 플랫폼으로 남아 있는 것은 MS 윈도가 압도(를 넘어 독점 체제)적이고 겨우 리눅스 정도가 명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인데...

    지난 수십년동안 마이크로소포트 윈도가 진화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 프로그래밍 고정이 얼마나 방대하고 심화된 것인지 눈치는 챌 수 있을텐데, ... 저걸 일언지하에 까내리다니... 후와 참 대단한 분들 많으삼.

    하지만, 난 티멕스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고 좋아하지는 않겠습니다. (외국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환영했을 것입니다. 사실 MS 비스토 이거 엄청 비싸잖아요. 솔까말 사려고 하는 놈이 바보라는 생각이 팍팍 들 정도로...)

    리눅스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플래폼이 얼마나 거창한 것인지 잘 알 것입니다.

  11. stonefree 2009/07/09 02:3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런 점에서 시끄럽군요.

    http://www.mediawho.net/410

    http://www.bloggershome.net/barry/entry/tmaxwindow9fake

    시끄러움엔 뭔가 이유가 있겠죠.

    • 하민혁 2009/07/09 03:11  편집/삭제  댓글 주소

      언론.. 문제 많지요. 문제 많습니다. 그리고 티맥스 윈도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그 '사기성' 짙은 행각에 살짝 화도 나고 어이가 없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기업 치고 이같은 언론 플레이 한 두번 아니 한 곳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블로그 일각의 지나친 비판도 그렇게 바람직해뵈지는 않습니다. 관점만 살짝 바꾼다면 말이지요.

      왕회장 정주영이 아마 그런 말을 했을 겁니다. "해 봤어?"

      그렇습니다. 뭐든 처음은 쉽지가 않은 법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요. 국수주의네 뭐네를 떠나서 그 도전 정신에 주목한다면 어쩌면 조금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티맥스의 도전을 지켜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12. sunlight 2009/07/09 03:2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아, 이건 실패한 답글입니다. (조금 전에 써 놓은 글이 한 순간에 날아갔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MS 윈도우는 대단한 것을 넘어 독보적입니다. 거기 비교 대상이 여지껏 리눅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과연 누가 리눅스를 쓰는지, 한 번 생각이라도 해보셨다면

    T Max가 대단하다는 것이지요.

    리눅스를 써 본 사람들은 압니다. MS와 리눅스 비교가 됩니까?
    그런 2000년 쯤의 사이를 메꾸겠다고 나온게 새로운 운영체제인데 그걸 과연 한 마디로 깔 수 있나?

    물론 새로 나왔기 때문에 모자라지. (당연한 것 아니야? 독점을 공격하던 새끼들은 다 어디갔나?)

  13. sunlight 2009/07/09 03:2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까는 자유가 우리의 자유이기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잘못된 것이 많은 듯 싶습니다.

    사실 티멕스 어쩌구 하기 전에 그것이 컴퓨터 플래폼 프래그램이란 것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됩니다.

    플래폼은 운영체제를 말하는데, 이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MS가 장악하고 있지요. 그런 운영체제를 새롭게 만들었는데 뭤때문에 당신들은 비난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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