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모든 사람을 항상 속일 수는 없다
작성자 : 하민혁  등록일 : 2004.02.02 09:11:08


사람들은 정치권을 자주 비판한다. 그런데 정치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정치권이라고 부르면서 비판하는 곳은 기실 우리의 뜻을 대변하라고 우리 자신이 만들어준 곳이다. 정치권에 대한 원죄는 우리 국민에게 있는 것이다.

개혁당은 지금 안팎으로 이런저런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그 비판의 핵심에는 어김없이 집행부가 있다. 그런데 그 집행부라는 게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일을 해달라고 당원들이 나서 일을 맡긴 사람들로 이루어진 곳이 당의 집행부다.

"현 집행부의 결정을 뒤집어 엎고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자신이 있는가? 전당대회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자신이 있는가?"
하고 나는 아래서 안**님께 물었다. 이에 대해 안**님은 "예쓰"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저에게 전당대회에 관한 모든 권한을 주실 수만 있다면, 당연히 성공적으로 치를 자신이 있고, 그 결과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나는 안**님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더 공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안**님은 집행부가 아니다. 한번 생각해보자.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자신하는 두 그룹이 있다. 그런데 그 방법론은 서로가 다르다. 게다가 행사는 목전에 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원 일반은 어느쪽을 선택해야 할까?

나는 안**님이 이 문제에 대한 의미있는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만일 그 결과가 자신의 방법론으로 나온다면 거기에 올인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동안에 안**님이 보여준 자세로 보건대는, 이번 일 또한 결국은 유야무야로 끝나고 말 공산이 크다고 믿는 때문이다.

여튼, 나는 이번 전당대회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상향식 집단지도체제이고 당원들 중심의 당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주요 사항의 선택과 결정에서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곳은 집행부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므로 집행부를 선출할 때는 이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현재의 집행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있다면 차기 집행부이다. 그리고 차기 집행부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현재의 집행부를 믿고 가려 한다. 조건부 신뢰인 셈이다. 그리고 이제 그 조건부 신뢰의 시한이 13일 남았다.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언쟁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성질을 부리거나 자제력를 잃게 되는 일을 외면하는 이유다. 한쪽에 절반 정도의 타당성이 있는 일이라면 비록 거기에 전폭적인 동의를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전적으로 옳다고 믿는 일이라고 해도 상대에게 반쯤의 타당성이 있다면 때로는 양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 멋대로 옮겨본 에이(A). 링컨의 말이다. 당이 직면해 있는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있다. 특히 집행부에 대해서는 할말이 참 많다. 집행부가 나아가는 방향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많이 다른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그들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기다리기로 한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다. 몇몇 사람을 계속해서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항상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 A.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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