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이 나아갈 길 (1)
작성자 : 하민혁  등록일 : 2004.04.08 03:43:56


지난 3월 16일, 개혁당은 당인을 받았다. 그리고 당인을 받는 순간 개혁당은 개혁당으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개혁당이 개혁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개혁당은 당인을 받는 그날 개혁을 단행해야 했다.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했다. 그러나 그러질 못 했다. 바로 서푼어치도 안 되는, 그리고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닌 기득권에 집행부가 함몰된 결과였다. 보다 정직하게 말한다면, 그 이전에 우리가 이미 싸움의 대의를 잃어버린 결과였다.

우리가 유시민과 싸운 것은 단순히 당인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시민이 보여준 행태가 결코 진보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것이었기에 그 정신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싸움의 목적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당인의 확보가 불의에 대한 응징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당권의 확보로 변질되면서 서푼어치도 안 되는 당권을 위한 추악한 싸움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우리가 이 싸움에서 진정으로 이기는 길은 당인을 받는 순간 그 당인을 유시민의 책상에 갖다 내던지고, 봐라! 이래도 니가 잘했다고 우기려느냐? 이래도 니가 한 행동이 바르다고 하려느냐? 하고 질책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 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우리의 승리가 개혁당의 정신을 죽이고 얻은, 꼼수로 얻은 반쪽 승리였기 때문이다.

나는 줄곧 싸움이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부르짖어왔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길 수 있는 길은 이런저런 재판(재판 가운데는 매우 의미있는 재판도 하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당권 확보와는 관계 없는 재판이다)이나 얍삽한 꼼수가 아니라 개혁당의 정신을 유시민보다 더 올곧게 지키는 일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늘 현실론에 막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은 남아 있었다. 바로 우리 힘으로 개혁당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었다. 지금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개혁당은 우리 당이 아니다. 이건 유시민이 만든 당이지 결코 지금 남아 있는 우리가 만든 당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유시민이 만든 이 당을 우리 꺼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개혁당을 두번 죽이는 일이고, 그래서 유시민에게 비웃음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유시민에 의해 짓밟힌 개혁당을 진정으로 되찾아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그것은 우리 힘으로 개혁당을 새롭게 세우는 것 외에 다른 길이란 없다. 나는 그 길이 총선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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