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 학생을 가리켜 소퍼모어(sophomore)라고 합니다. 살짝 현학적인 냄새가 풍기는 이 단어는 그러나 미숙하다거나 유치하다는 의미연관에서 더 자주 사용됩니다. 아는 체 한다거나 젠 체 한다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지요. 사피스터(sophister)도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대학 2학년생을 뜻하면서 동시에 궤변가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말입니다.

대학 2학년생을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아마 이 시기가 가장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시기인 때문일 겁니다(구체적인 자료를 찾아서 연구한 결과는 당근 아닙니다. 그냥 감으로 해보는 얘기입니다). 대개의 경우 이 시기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책 하나를 읽어도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이른바 타인의 생각(혹은 타인이 구축한 패러다임)에 온전히 빠져드는 것이 이 시기인 거지요.

이 때는 책을 하나 읽어도 정말 무섭도록 빠져듭니다. 특히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이른바 고전에 속하는 책들은 그 사람의 사상을 담아내고 있으며, 독자를 빠지게 하지 않는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을 리는 없을테니요. 고전을 읽고나면 세상 모든 이치를 다 깨달은 듯한 포만감을 갖게 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 그걸 배출하지 않고는 견디지를 못 해 할 밖에는요.

주체 못 할 감동으로 이같은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시기가 바로 대학 2학년 시기이고 그래서 그들을 가리켜 소퍼모어(sophomore)라고 부르는 것이겠더라는 얘기입니다. 아는 체 하기로는 그 기세가 다른 어느 시기를 통틀어도 찾기 힘들 정도로 충만해 있는.

근데 여행도 결국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들은 여행의 느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어쩌다 한번 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그 여행의 감동과 의미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점에서입니다. 지금 제 경우처럼 말이지요.  

일에서 벗어나, 자신이 매어 지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얼마 동안을 지내다보니 마치 삶에 달관이라도 한 듯싶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한없이 시시해지고 이제 블로그나 트위터에서 거의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할 것같은 생각입니다. 그동안 그만큼이나 여행을 다니지 않았다는 방증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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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는 없었다!

    Tracked from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 블로그 2010/05/06 23:42 Löschung

    고등학생 때 중간고사를 본 제 친구가 이런말을 합니다. "젠장. 저번 시험은 평균이 99점이었는데 이번에는 평균이 97점이야! 난 엄마한테 죽었다." ...엄마한테 죽기전에 나한테 쳐맞아 죽을거다. 어쨌든 -_-; 여러분은 제 친구처럼 자신이 그전에 기똥차게 잘해놓은 일들 때문에 다음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거나, 그만큼 일을 잘 해내지 못하신 적이 있나요? 제가! 소개할 가수들은 바로 그런 부담감 때문에 첫 앨범으로 그렇게 성공해 놓고서는 그 인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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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글빨은화장빨 2009/08/18 00:1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글빨이....


    흠....

  4. 테츠 2009/08/18 00:3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그렇죠. 그래서 인터넷에서 바둥바둥하는 거 참 부질없는 거 같고 그래요. 인터넷에서 고정아이디로 제 이름걸고 본격적으로 글쓰기 시작한지 만7년 지났는데, 처음엔 엄청나게 치열하게 막 화도 내고 열도 받고, 열띤 토론도 하고 짜증도 나고 그랬었는데, 시간 지나서 보니 만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전 그냥 다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ㅎ

    이왕 이리된 거 앞으로 주인장님도 자기 글을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괜히 다른 사람들 글보고 필받아서 갈겨대는 게 아니라, 이런 글처럼 독자들에게 여운을 안겨주는 글들, 생각하게끔 하는 글들 말이죠.

    덧) 전 사실 이 포스팅 읽으면서 무릎을 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대학 2학년때 정말 책을 많이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봤자 민혁님 내공에는 못따라 가겠지만. ㅎ

    • 하민혁 2009/08/18 00:45  편집/삭제  댓글 주소

      헙! 초단위로 같은 시각에 댓글을 달았네요. 이렇게 신기할 데가.. ^^

      근데, 저는 이게 웬 뻘소리냐는 댓글을 달았는데.. 테
      츠님은 또 살짝 치어를 해주셨네요. 그래서 지금 무쟈게 헷갈린다는.. ^^

      <덧> 내공이야 이미 해탈의 경지에 이르신 테츠님이 몇 수 위지요. 만날 사사건건 걍팍한 반응을 보이는 저야 그 앞에서 어디 명함이나 내밀 수 있으려구요. 오늘도 트위터에서 고재열이라는 친구가 한마디 하는 거 듣다 못 참고 그냥 막 쏟아내고 말았더라는.. 에효~

      <덧2> 그래도 테츠님이 주신 말씀이니.. 곱씹어 한번 더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5. 오딧세이아 2009/08/18 02:0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휴가 잘 다녀오셨나 보네요. 전 십수 년째 휴가란 말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지라, 여행이 얼마나 좋은지도 잊어버렸습니다. 기껏해야 낚시 가서 바다 구경하는게 다지요. 한동안 못 들어오다가 요 며칠 간 자주 들어오게 됐습니다. 저도 제 블로그에 글 좀 올리고 하면 좋을 텐데, 고작 책 읽은 거 정리하는게 답니다. 어줍잔헤 운영하는 카페가 몇 개나 되다 보니, 정작 제가 쓰고 싶은 글은 쓰질 못하네요.

  6. 무한 2009/08/18 14:2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슬램덩크를 보다보니,
    하루하루가 시합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이겼다고 끝난게 아니라
    내일 또 이겨야 하고
    계속 이기면 사람들이 와- 하다가
    2083년 쯤에는 여기서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겠죠.

    <덧>

    그나저나 전 높은 폭포에서 뛰어내리기로 했습니다.
    젊음과 청춘을 곰팡이처럼 보내기 싫어서 말입니다.

    • 하민혁 2009/08/21 11:49  편집/삭제  댓글 주소

      와우 왠만에 보네요 블로그에 드가보니.. 세상에.. 완전히 커뮤니티이더만요 ^^
      하루하루가 시합이라는 말씀.. 와닿습니다.

      <덧>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 )

  7. 反鼠 2009/08/18 19:2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드디어 쥐새끼가 일타쌍피로 두 어른을 한방에 잡아먹었구나...

    제발 인간적으로 부탁하건데

    이번만큼은 돌아가신 어른 거론해서 욕먹이는 짓거리는 삼가주었으면 한다.

  8. sunlight 2009/08/18 22:0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위대한 정치가이자 민주투사, 전직 국가원수 DJ가 서거했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남의 블로그에서나마 ...)

    한국 현대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의 영면을 차분히 애도하면서 그 분의 공과를 속으로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다시 음모론 사탕과자를 달라는 아희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벌써 얼음집에는 청와대에세
    무당굿을 했느니 어쩌느니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전부 다~ 개솔희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같이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면서 죽음탓을 하면
    고인을 또한번 모독하는 짓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 하민혁 2009/08/21 11:51  편집/삭제  댓글 주소

      바로 위에서도 디제이 선생 죽음이 명바기 탓이라는 아해 하나 있네요

      <덧> 더위도 이제 한 풀 꺾인 듯싶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 우빨척결 2009/08/22 15:32  편집/삭제  댓글 주소

      우빨들이 조작댓글 달아놓은걸로 하민혁씨도 껀수 잡았구나 생각했겠지. 하지만 난 안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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