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이 나아갈 길 (2)
작성자 : 하민혁  등록일 : 2004.04.09 05:43:58


유시민에 의해 짓밟힌 개혁당을 진정으로 되찾아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그것은 유시민이 만든 개혁당의 틀을 깨고 우리 힘으로 개혁당을 새롭게 세우는 것 외에 다른 길이란 없다. 나는 그 길이 총선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조**-김** 두 집행위원에 의해 좌절되고 말았다.

내가 총선 참여를 주장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당시 일부에서 제기되던 '합당론'을 경계하고자 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연장선에서 당을 새롭게 재출범시키자는 것이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사족을 하나 더한다면, 당시 내가 요구한 것은 여기서 포기하지 말고 최소한 정식 후보자 등록 시한인 월말까지는 당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경주하자는 것이었다. 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총선에 나가 2%의 득표율을 얻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총선은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정한 정당 활동의 공식 무대이면서 가장 큰 놀이터다. 이 무대를 제대로 이용한다면, 기성 정당이 온갖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개혁당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그리하여 당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일이었다. 당내적으로도 그동안 이리저리 찢기고 갈라진 온갖 갈등과 불협화음을 총선 참여라는 깃발 아래 함께 모여 화해하고 봉합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까지만 간다면 득표율 2%나 100%는 실제로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다. 개혁당이 살아 있음을 알리고 당내 갈등을 치유할 수 있기만 한다면 그때 우리에게는 이미 유시민 당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개혁당을 정초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보는 때문이다. 그 힘으로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자 애써온 개혁당의 정신을 강령으로 내걸고,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가 주체가 되어 발기인을 모집하고 창당을 주도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당시의 상황은 총선 이후 정계 개편이 있으리라는 것은 세살 먹은 아이도 능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개편은 정치개혁의 연장선에서 진행될 것임 또한 불문가지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치켜든 그 깃발 아래 함께 할 사람을 모으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다만 당의 문을 활짝 열고 그들을 맞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생활정치를 주창해온 우리 개혁당원 각각이 이 나라 정치의 중심에 자연스레 설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다.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꿈이었으나 집행부의 벽에 부닥쳐 결국은 현실화되지 못한 꿈이 되고 말았다. (당시 나는 당원 가운데 서울서 1명 부산서 1명의 출마자를 내고, 개혁적 마인드를 갖춘 무소속 출마자 20여인을 총선에 참여케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일을 위해 내가 당에 요구한 것은 기왕에 운영되어오던 총선기획단을 계속 존속케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하면 그 일을 충분히 성사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집행위원회의는 그마저를 거부했다. 할테면 당원 자격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세상에~! 개혁당 당원의 말을 듣고 거기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 정치인이 어디 있을까.)

내가 좌절한 것은 그러나 단순히 총선 불참여 결정이 아니었다. 나를 더할 수 없이 좌절케 한 것은 집행부에서 밝힌 총선 참여 불가의 변이었다. 집행부에서 꼽은 총선에 참여할 수 없는 유일한 이유는 총선에 참여하여 2% 득표를 못했을 때의 당 해산이었다. 이대로 가면 9월 2일까지 당을 존속시킬 수 있지만 총선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오! 하느님!

집행부의 이런 인식은 결국 이 당이 우리 힘으로 이룬 당이 아니며 또한 우리 스스로는 이 당을 지켜갈 힘조차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동시에 스스로가 자신의 것이 아님을 자인하면서도 그것을 버리지는 못하는 이중성을 드러내는 구태스런 행태였다.


집행부의 주장은 이대로 당을 9월 2일까지 존속시키면서 그동안에 당을 정비하자는 것이다. 휴면당원들을 불러모으고 가족친지 등의 당원들을 끌어모으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총선 이후의 정계 개편에 즈음하여 개혁당으로 들어올 사람들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도 결여하고 있는 주장이다.

집행부에서 내세우는 당의 정비라는 것은 실제로 당을 몇몇 친분 있는 자들의 동호회로 만들자는 것 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냥 9월 2일까지 이럭저럭 당을 끌고 가다가 당의 동력이 모두 소진되는 날 그대로 사라지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휴면당원들이 누구인가? 그들은 개혁당의 활력에 반해 입당한 당원들이다. 펄럭이는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쇠잔해가는 개혁당에, 그것도 몇몇 얼척없는 자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서 기득권 타령을 하고 있는 개혁당에 모여들 거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휴면당원으로 있는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서는 과거 유시민이 들었던 것보다 백 배는 더 크고 힘찬 깃발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조직을 꾸리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상식이다. 기본 가운데서도 기본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집행부는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디서도 검증이 안 되고 그래서 경험치조차도 없는 한갓된 꿈을 꾸고 있다. 그 헛된 꿈에 당의 운명을 걸고 있다. 안 될 말이다.


게다가 정계 개편이 있게되면 개혁당을 찾을 사람이 있으리라는 희망은 또 얼마나 나이브한 것인가? 이번 총선 정국 이후에 정치권의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곧 새로운 깃발 내걸기의 양상이 될 것이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새로운 깃발 경쟁이 될 것임은 정한 이치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누가 개혁당에 관심을 갖는다는 말인가? 자기 집 하나 지을 역량도 못 되는 자들이 유시민이 버리고 간 껍데기만 남은 집에서 그것도 집이라고 기득권 타령 하고 앉았는 곳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시민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딴지만 걸어대는 '인간 말종'들이 모여 유시민 자신이 만들어둔 집에 틀어박혀서는 그게 마치 제것인 양 주제 파악 못한 채 으스대고 있는 양이 지금의 개혁당 모습이다. 이것은 이미 지난 수개월의 과정이 익히 확인해준 사실이다.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싶으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선은 개떼같이 달려들어 물어뜯고 보는 곳임 또한 이미 절절하게 보여준 바 있다. 유시민이 보고 코웃음을 칠 일이고 정치개혁을 주창하는 이들은 거들떠도 안 볼 행태들이다.

여튼, 총선 참여를 통해 당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그리하여 유시민이 만든 구태의 개혁당을 버리고 그 정신만을 오롯이 담은 새로운 개혁당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실공히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주체가 되어 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당을 태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내 주장은 그렇게 주장으로 그치고 말았다(조**이 잘 지적했듯이 권력을 갖지 못한 한계였다).


총선 불참과 함께 나는 당에 대한 꿈을 접었다. 도대체 새롭게 발기인을 모집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누구나 동일한 조건에서 새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당이 아니라면 누가 개혁당을 찾을 것인가? 기득권 타령을 하면서 당이 과거의 그 활력을 찾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하나의 희망만은 끝까지 버릴 수가 없었다. 인터넷 정당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기만 한다면, 그리고 거기에 최선을 다해 매달린다면 아직도 당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은 있을 것같았다. 기성 정치권의 잇단 악수를 보면서 우리가 제대로 된 깃발만 세운다면 비록 총선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이 또한 다시 좌절되고 말았다. 바로 당내에 똬리를 틀고 있는 패거리주의와 기득권 의식 때문이었다(여기에는 내 개인적인 성향 탓도 없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부드럽게 남을 설득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갈 마음은 없다. 내 한계다).


몇몇 당원은 어제도 오늘도 9월 2일을 되뇌고 있다.

그때가 되면 대체 무슨 일이 생긴다는 말인가? 그때까지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5천 명을 모은다고? 그렇게 일가 친척 다 끌어모아서 5천명을 모았다고 하자. 그렇게 모은 당원으로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우리 당 집행부가 옮겨가는 바람에 우리 귀에 익은 녹사당의 경우를 보자. 당원만도 수만명이다. 그들이 어떤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하물며 친분 관계로 끌어모은 5천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며칠 전 당사에 갔다. 당사의 화이트 보드에 당이 해야 할 일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몇몇 당원은 그 일정을 보면서 집행부를 칭찬해마지 않았다. 저렇게 열심히 한다면서 믿고 따라야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 화이트보드에 적힌 내용을 보면서 절망했다. 당사집기를 어쩌고 홍보계획이 어쩌고 하는 일정으로 가득한 보드 어디에도 당을 어떻게 끌고 나아가겠다는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개혁당 정신을 죽이고 꼼수로 당인을 받은 우리 당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일이다. 여기서 이런 말들을 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아도 당권을 잡은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다만 뭔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평당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다는 말인가? 당을 살리고자 아무리 기를 쓰고 애를 쓴다고 해도 이런 모든 노력들은, 조**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당권을 잡지 않고서는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헛된 몸부림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접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당 내외적인 상황이, 이 나라의 어지럽기 짝이 없는 정치 사회적 상황이 개혁당의 깃발을 이대로 접지 못 하게 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람직한 생활 정치 실현이라는 그 취지에 걸맞게 일상 생활에 종사하는 당원 각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각각의 몫을 다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쓰다가 힘이 빠져서 일단은 여기까지만 적는다. 원래 이어지는 3번 글에서는 당 홈페이지 리뉴얼 및 세부적인 운영 방안을 이야기해볼 생각이었으나, 솔직하게 말해 지금은 도저히 그마저를 할 마음이 내키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가능하다면 오늘이 가기 전에 한번 정리는 해볼 생각이다. 오후에 당사에서 있을 예정인 조**님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도 이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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