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그러면 저 세상에서라도 나는 그런 당신들께 감사할 것이요."
작성자 : 하민혁  등록일 : 2004.02.09 21:21:52


1.

방금 어느 분께서 내게 전화를 걸어와 글쓰기를 자제해주십사고 말했다. 낮에는 또 다른 이가 전화를 걸어서는 차마 글로 전하기 힘들 정도의 갖은 욕설을 퍼부어댔다. 떠나라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좋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에조차 추천 단추를 누질러대는 이 하릴없는 감정의 배설장에서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당분간 글을 적지 않겠다.

2.

게시판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하고 비판하려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쓴 글을 통해서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 글의 어디가 문제인지에 대한 분명한 적시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당신 글에는 문제가 많아. 당신은 글을 써서는 안돼. 하는 말들만 계속하고 있다.

3.

사람은 누구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정죄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은 전제자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이전의 전제 정치 시대에는 그런 게 가능했다. 그런 사실은 영화를 통해서도 우리가 익히 볼 수 있는 바다. '그렇게 말했고 그렇게 행해질 것이다..' "dictator"라는 단어가 '전제자'나 '독재자'로 옮겨지는 것이 그런 의미에서고, 법 조문의 'shall'이라는 단어가 그 의미를 갖는 것도 그런 연관에서다.

그런데 21세기가 시작되고도 한참이나 지난 지금 이 시기에 왜 저 전제 정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이런 일이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개혁'을 기치로 내건 이곳에서 왜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것인가? 그것이 왜 이렇듯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이곳이 논쟁의 장이 아닌 때문이다. 논쟁의 '논'자도 모르는 사람이 논쟁을 들먹이는 때문이고, 그래서 우리가 논쟁다운 논쟁을 해보지를 못한 때문이다. 말로 안 되니 욕으로라도 입을 막아야겠다는 방식이 통하는 때문이고, 어른도 아이도 선배도 후배도 없이 끝도 없는 딴지와 욕설만 해대면 입 막기가 가능한 때문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 때문이다.

4.

특정인은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희한한 주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이런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 아니다.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른 이의 입을 막으려 하는가? 왜 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멋대로 만들어 멋대로 다른 이를 단죄하려 하는가? 이것은 폭력이다. 주먹으로 입을 막겠다는 덜 떨어진 폭력보다 더한 말의 폭력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5.

글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란 기본적으로 시간을 요한다. 특히 비판적인 글쓰기란 더욱 그러하다. 다른 이의 글을 꼼꼼히 챙겨 읽어야 하고 그리고 다시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일은 전문가라고 해도 단 몇 분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글쓴이가 기울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어떤 이해도 구하지 않은 채 몇 마디 말로 그것을 폄하해버리는 이들에게 나는 동의할 수가 없다.

내가 다른 이를 공격하거나 딴지를 거는 것으로 보였다면 그것은 내가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말을 던지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한 글쓰기 양식 가운데서 취한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그 방식에 매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놓친다면 그것은 결코 논쟁에 임하는 정당한 자세가 아니다. 그런 자세는 다만 감정의 배설을 가져올 뿐이고 소모적인 언쟁만을 낳게 될 뿐이다.

6.

이곳에서 자주 들은 얘기 가운데 하나가, 내가 자주 '딴지를 건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 글에 먼저 딴지를 걸고 나선 적은,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없다. 그리고 사실 엄밀하게 말해 '딴지'가 아닌 글이라는 게 있을 수도 없다. 뭔가를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실은 늘 어딘가에 대한 '딴지'인 때문이다. 이곳에 쓰인 글들만 보더라도 그 대부분은 '딴지'인 글들이다. 지금 당장 이곳에 있는 몇 개의 글만을 읽어봐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왜 내가 쓴 글에 그토록 '딴지'라는 레테르를 붙이지 못해 안달인 것인가? 엄밀하게 말하자면, 거의 모든 글들이 '딴지'인 마당에 왜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설레발을 치는 것인가? 솔직히 말해, '니 글은 기분 나빠. 그래서 딴지야' 하는 식의 '딴지' 말고, 딴지라고 말하는 근거를 제대로 들고 있는 정말로 제대로 된 딴지 글을 하나라도 봤으면 좋겠다. 지금 이곳의 문제는 '딴지'가 아니라 제대로 된 '딴지'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게 내 생각이다.

7.

이름을 밝혀적지는 않겠으나, 나는 ***의 글을 좋아한다. 적어도 그는 뒤로 숨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늘 분명하게 밝히기 때문이다.

논쟁에서 깨지거나 아니거나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이 바람직한 논쟁이라면, 어느쪽으로 결론이 나든 그것은 그 의미를 충분히 챙겨가질 수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거리낌없이 펼치는 것 - 그것이 바로 논쟁의 첫걸음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논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깨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신의 부족한 생각에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굳이 논쟁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내가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고 해서 변할 것은 별로 없다(무엇보다도,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글로 설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나는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생각을 깨기 위한 게 아니라면,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일 양이 아니라면, 그리하여 내 생각을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한 게 아니라면, 논쟁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대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8.

나는 자신의 이야기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혹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이들에게는 쉬이 동의하질 못한다.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가 금세 잡아먹는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을 나는 잘 참아주질 못 한다. 도대체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가 하는 말의 어디까지가 '참'이고 어디까지가 '위선'인지를 알아내고자 나는 '위악'에 가까운 이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9.

사람은 누구든 실수할 수가 있다. 신이 아닌 이상 자신이 한 모든 이야기에 책임을 질 수도 없다. 그러나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행하면서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피하려 든다면 그것은 분명 지적받아 마땅한 일이다. 비록 그것이 이곳 구성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니 어쩌면, 구성원이 이용하는 게시판이기에,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구성원이기에 더욱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자세란 필요한 일이다.

10.

어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과 관련한 글, 예컨대 특정인의 정책에 대한 글을 쓰라는 주문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글이 아니어도 딴지 건다고 딴지를 거는 판에 내가 만일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그런 글을 썼다고 상상해보라. 아마 입에 게거품을 물고 '죽이겠다'고 설치는 추종자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터다. 그런 지경에까지 가고싶지 않다.

회합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수구 꼴통보다 더 꼴통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는 한 회합을 백날 한다고 해도 나는 이곳이 별로 나아질 것이 없다고 본다. 다양한 의견 개진의 입을 틀어막고 들어선 집행부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다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여튼, 그동안 '하민혁'이라는 이름에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님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11.

그러나 나는 결코 이곳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잠시동안 게시판에 글을 남기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나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마구잡이로 섞어 자신의 변을 일삼거나, 혹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어떤 분명한 사과도 없는 채 이전의 말들에 대한 식언을 계속하는 이가 있다면, 또한 특정인은 게시판에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등의 어거지를 계속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언제고 그에게 아픈 말을 남길 것이다.

같은 물이라도 뭐가 마시면 독이 되고 뭐가 마시면 약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하는 말을 보다 건강한 자신을 만들어갈 고언으로 받아들이건 아니면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만 받아들이건 그것은 온전히 받아들이는 이의 몫이다.

12.

고대 그리이스의 아테네 사람 소크라테스는 '딴지걸기'라는 죄목으로 사형을 구형받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은 다음 행여 내 자식들이 뭔가를 잘못하거든 내가 당신들께 '딴지'를 걸었던 것처럼 내 자식들에게도 꼭 '딴지'를 걸어주시요. 그러면 저 세상에서라도 나는 그런 당신들께 감사할 것이요."


나는 이렇게 말한 이의 발가락 때만도 못한 사람이지만, 만일 내 글에 언짢아 하고 독약을 먹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 또한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꼭 전하고싶다.


"내가 잘못하는 바가 있거든, 언제라도 내게 아픈 '딴지'를 걸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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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터넷 논쟁, 개념인에게 필요한 것은 복근이다

    Tracked from capcold님의 블로그님 2009/02/12 02:07 Löschung

    !@#… 그냥 자주 즐겨 찾는 상당히 전문적 내용들을 자주 다루는 이웃 블로그들에서 이리저리 좀 시끄러운 모습들을 보면서, 인터넷 논쟁에 대한 단상. !@#… 많은 이들이 쉽게 착각하곤...

  2. 토론이 싫다.

    Tracked from HEURISTING.NET 2009/02/16 17:11 Löschung

    어떠한 주제를 놓고 그 주제에 관한 의견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토론이라고 한다. 친구들끼리의 사소한 말싸움에서부터 국회의 청문회에 이르기까지 토론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토론들이 논리적 사고력, 탐구력 등 자기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많이 권장하는 편인데 내가 볼 때는 전혀 "아니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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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노씨 2008/01/10 17:0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앞으로 딴지 종종 걸겠습니다. : )
    저에게도 즐거운 딴지 부탁드립니다.

    • 하민혁 2008/01/10 22:01  편집/삭제  댓글 주소

      아고~ 무서버라.. ;-P
      그리고.. 넵~!
      기꺼이 '종종'을 넘은 딴지 걸겠습니다. 건승하세요~ : )

  4. 범벅이 2008/01/10 19:5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제 블로그에 님이 남기신 댓글에 대한 답글입니다. 처음에는 제 블로그에 달았지만 여기에 다는게 님이 보시기에 편하실것 같아 무례한 '긴 댓글' 남깁니다.



    ---------------------------------------------
    하민혁님의 말뜻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님께서 말씀하시는 '노예근성'이란게 님을 답답하게 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다양성과 다원성이 존중받아야 마땅할 '민주사회'에서는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또는 가치관-스펙트럼을 애써 '빨주노초파남보'로 단순화 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에서 나오는 빛(이것은 과학적인 존재지요)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자외선, X선 등이 있고 가시광선조차도 그 속에 구분되어지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색깔들이 공존하고 있는데, 하물며 추상적인 형태를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을 규격화된 틀에 지어 구분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덕목이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그러한 생각들 중에는 민주사회의 존재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것-님께서 말씀하시는 '노예근성'도 포함이 될지도 모르겠군요-들도 있겠지만, 그것들은 건강한 민주사회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제도적안전장치에 의해 절로 해소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그 안전장치 중 하나가 민주적 토론을 통한 합의와 설득이겠지요) 그러나 만약 사람들의 '노예근성'과 같은 위험분자가 민주사회의 질서를 심각하게 손상을 입힌다면 그것은 결국 그 '민주사회'가 실은 건강한 민주사회-제도적 안전정치가 제대로 작동되는 민주사회-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할 수 있으므로 '위험분자'들 또한 진정한 민주사회를 도출해내기 위한 필수요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런 장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민주사회는 끊임없이 공격을 받다가 사라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것은 허울만 좋은'가짜 민주사회'니까요. 토론의 예의조차 차리지 못하고 당파싸움만 일삼는 현재의 국회를 보시면 쉽게 이해가 가리라 생각이 됩니다.)

    뭐, 이에 대한 것은 서로의 가치관이나 시각의 차이이니 제 생각이 님에게 꼭 들어맞으리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민주사회의 모습은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들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모습 그 자체지, 일정방향으로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규격사회는 아니니까요.

    그 렇다고 님께서 이야기 하신 것들이 그릇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님의 의견도 분명 민주적 스펙트럼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니까요. 물론 님께서는 님의 의견을 통해 '노예근성'의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지적해주고 싶으셨겠지만, 그 방법의 선택에 있어 매우 감정적이고 성급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결국 님의 의도에 사람들이 제대로 접근할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떨어졌다고 보여집니다.

    사람들에게 님의 뜻을 전달하겠다면서 반감만 잔뜩 불러일으키는 거친 방법을 쓰는건 확실히 이상하지 않나요? 전 그게 참 모순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바보가 아닌 사람에게 '바보'라 하면 당연히 감정적으로 대립할게 뻔하고, 설령 진짜 바보인 사람에게도 '바보'라고 해버리시면 그것 또한 괘씸하기 이를데 없는 행태인데 그 사람들이 어찌 님의 의견에 '이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습니까? 결국 님은 사람들의 '노예근성'을 비웃기는 하되 고쳐보려는 생각은 전혀 없는 사람으로 보일 뿐입니다.('고친다'는 표현이 이상하다면 '걱정하는'이라는 표현으로 바꾸기로 하지요)

    • 하민혁 2008/01/10 22:02  편집/삭제  댓글 주소

      고맙습니다. 꾸벅~
      (답글은.. 혹시 드리게 된다면 다음에 드리겠습니다. ^^)

  5. 범벅이 2008/01/10 20:5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아..그리고 저의 이런 '트집잡기'도 딱히 결과가 없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님이나 다른 사람들이야 '논의대상'에서 동떨어진 트집잡기로 보이겠지만 적어도 님에게 이런 말씀을 드림으로써 제가 생각하는 '민주정신'의 모습을 조금 더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으니, 이런 제 주장이 '피곤한 짓거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가 님의 언행을 '쓸모없는 못마땅한 짓'으로 보면서도 '그것 또한 민주사회의 한 의견'으로 여기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설마 노예가 선천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지배행위가 일어났다는 본말전도의 사고방식을 가지신건 아니겠지요? 님께서 노예근성을 염려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는 바이나 그 노예근성을 없애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노예근성을 주입한 지배질서를 먼저 타파하는게 순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보라는게 그런거 아닙니까? 물론 님께서 현재의 지배질서에 만족하리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만 사람들의 노예근성은 어디까지나 그것을 조성한 지배질서를 깨트릴때 비로소 치유가 가능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노예근성을 탓하기전에 그것을 불러일으킨 지배질서를 질타하는게 당연하리라 생각합니다.

    건강하세요.

    • 하민혁 2008/01/10 22:03  편집/삭제  댓글 주소

      생각할 게 좀 많은 글이네요.
      역시 답글은 다음에(반드시는 아니구요~ 요즘 무쟈게 바빠서요.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내가 여기서 이커고 노닥거리는 거 알면.. -_ ) 드리겠습니다.

  6. POJO 2009/02/11 18:4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딴지를 걸어달라고 하니 하겠는데,

    이 블로그의 주인장이 "사람은 누구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정죄해서는 안 된다" 라는 글을 쓰고 거기에 색칠까지 했다니 참 놀라운 일이네. 내가 기억하는 이곳은 정중한 답글에 비아냥으로 대응하던 곳이었는데 말이지. 캐릭터만은 분명한 줄 알았는데, 자기연민으로 빠지게 되면 약해지게 된다우.

    뭐 이 모든것이 "우리가 논쟁다운 논쟁을 해보지를 못한 때문"이라니 다음에는 꼭 논쟁다운 논쟁을 해 보고 글을 써보렴(그 앞의 "우리는"을 "나는"이라고 고쳐줬으면 좋겠네).

    아 게다가 이게 "위악에 가까운 글쓰기" 라고? 아, 그 진정성을 몰라주다니, 아무리 역겨워도 이게 위악임을 알아채고서 제대로 된 토론을 하기위해 참아냈어야 하는건데. 내 알량한 비위가 갑자기 미안해 지는구나. 어차피 쪽팔리게 자기입으로 이건 위악이었다고 얘기할꺼면 그냥 블로그 제목을 하민혁의 위악통신이라고 하는걸 추천할께. 그럼 좀 낫지 않을까-

    얼마전에 절필한다고 한 사람이 글을 다시 썼다고 저주에 가까운 포스팅을 써 넘겼던 기억이 나니 하는 말인데,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가 금세 잡아먹는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을 나는 잘 참아주질 못 한다" 니 꼭 " 당분간 글을 적지 않"길 바래. 뭐 절필이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당분간이라고 했으니 꼴릴 때 아무때나 다시 써도 되니까 참 편리하긴 하겠다. 그치?

    간만에 장문의 개그글 보여줘서 고마워. 음 본문에서 줄쳐놓고 색칠한 기준들을 다 너한테 적용하면 자폭글이라고 해야 할 수도 있겠다. 혹시 내가 너를"공격하거나 딴지를 거는 것으로 보였다면 그것은 내가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말을 던지곤 했기 때문"이니까 참고하고. 뭐 어쨌든 "당분간" 좀 쉬고 맷집 좀 길러서 오렴.

    • 하민혁 2009/02/11 20:05  편집/삭제  댓글 주소

      참 이상합니다. 인터넷 초기의 토론방부터 시작해서 여러 논쟁판을 두루 돌아다니면서도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1. 다른 이 글에 댓글을 달면서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지도 모를 소리를 주구장창 해대는 이들입니다. 물론 자기 머릿속에서는 정합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테지만, 다른 이한테 말을 할 때는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을 해야 하는데, 이 친구들은 절대 그게 안 되는 모양입니다.

      예컨대, 지금 이 친구가 하고 있는 말 가운데 내가 알아먹을 수 있는 얘기는 거의 없습니다. 거의가 방언 수준의 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말들로 짜여 있는 그 주장에 이르면 아예 머리가 다 아파올 지경이 되고 맙니다.

      이런 유형에 속하는 친구들이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딱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일러 '미쳤다'고 할 때 그것은 그가 오직 자신만의 언어로 말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미친 이들을 가리켜 비논리적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건 틀린 말입니다. 왜냐면, 그의 논리 체계에서 보자면 그 자신은 지극히 정합적인 때문입니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친 건 오히려 자신을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빵상 아줌마'의 짤방이 인터넷에서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압권은 '우주어'를 구사하는 두 사람이 전화로 이상한 말을 주고받는 대목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서로를 향해 '내 말을 못 알아먹는다'면서 '미쳤다'고 말합니다. 논쟁을 하거나 딴지를 건다면서 도대체 자신만이 알아먹을 수 있는 이상한 언어를 써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뭔가를 말하고자 할 때는 자기자신만이 알아먹을 수 있는 방언이 아니라 제발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2. 이해가 안 되는 또 한 무리는, 다른 이를 비판하면서, 특히 상대를 익히 알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면서 기어이 익명(별명이 아니고) 속에 자신을 숨기려 드는 이들입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상대를 비판 혹은 비난하면서 정당하게 자신의 정체를 굳이 숨겨야 하는 경우란, 내가 아는 한,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 경우 입게 될 정신적 신체적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 블로그에서든 다른 사람 블로그에서든, 그리고 어느 게시판에서든 내 정체를 밝히고 글을 씁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자 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내가 남긴 어떤 글에서도 누군가에게 위협이 되는 글을 함부로 남긴 적이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내 블로그에서 단순한 비판 혹은 비난을 넘어서 익히 봐왔다는 듯 아는 체를 하면서 비판이나 비난 글을 남기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익명으로 하고 있다면 그는 내게 정당한 비판을 제기하거나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기껏해야 '나는 까닭없이 니가 싫어' 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 합니다.

      이같은 얘기를 바탕에 깔고 지금 딴지를 걸고 있는 이의 글을 함 보겠습니다.

      이 친구는 먼저, "내가 기억하는 이곳은 정중한 답글에 비아냥으로 대응하던 곳"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정중한 답글에 비아냥으로 대꾸하지 않습니다. 그런 적 또한 없습니다. 첫 마디부터 딴지를 걸기 위한 딴지인 셈입니다.

      다음 단계는 뻔합니다. 대부분이 범하는 오류인데, 말도 안 되는 헷소리를 늘어놓고는 그 헷소리에 스스로 취해버립니다. 이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말도 안 되는 전제를 아주 기정사실회한 다음 "다음에는 꼭 논쟁다운 논쟁을 해 보고 글을 써보렴"이라는 비아냥을 날립니다. 정상적인 사고에서는 보기 힘든, 영낙없이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잡아먹는 자기모순에 가까운 희한한 대화법입니다.

      그 다음 얘기는 위악이라는 말을 가지고 한참을 놉니다. 그런데 도대체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역시 알 수 없는 방언의 연속입니다. 그냥 까고 싶고 비아냥거리고싶은 마음이 앞서 다른 모든 내용은 잡아먹어버린 결과입니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저 친구 머릿속에는 분명 뭔가 비난하고싶은 게 있기는 있었을 터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단 한마디도 내뱉지는 않고 있다는 것인데, 이 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모순을 느끼지 못 합니다. 왜냐면, 어쨌거나 자기 딴에는 이게 지극히 정합적인 탓에 도무지 하낙도 이상하질 않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얘기는 뭐 굳이 언급할만한 내용이 아니기에 이쯤에서 그만 하겠습니다. 아, '당분간 글을 적지 않겠다'고 말한 저 내용을 가지고 한 건 잡았다 여기는 듯싶은데, 당시 나는 저 글을 쓴 이후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설마 하니 다른 곳도 아니고 자기 말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그곳에서 내가 자기 말을 잡아먹었을 일은 없을 터입니다. 그런데도 이 친구한테는 그게 아아주 가능한 일인 것처럼 얘길 하고 있군요. 무튼, 재밌는 친구입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혹은 씁쓸한. 쯧~


      <덧> 이 글 보고 십중팔구는 발끈해 할 법 한데, 그래서 그대의 귀가 솔깃해 할만한 숙제 하나를 내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풀어서 나를 함 잡아드시길 바랍니다.

      다른 얘기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서 숙제를 내줄래야 내줄 꺼리도 안 되니 접구요. 처음에 님이 한 말 가운데 "내가 기억하는 이곳은 정중한 답글에 비아냥으로 대응하던 곳"이라는 이 말 말입니다.

      이것을 함 증명해보세요. 그런 댓글을 많이도 필요없습니다. 그거 딱 하나만 찾아서 적어줘보세요. 그러면 님이 원하는대로 기꺼이 블로깅을 접어드리겠습니다.

      어떤가요? 님이 직접 하고 있는 얘기니, 이 정도야 뭐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운 일이 아닐까싶은데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7. POJO 2009/02/11 20:2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응 그러니까 니 글의 요지는 두가지구나? 첫번째는 내가 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거고, 두번째는 익명이라서 그게 맘에 안들었다는 거네. 길게 쓰느라 수고하긴 했는데 결국 너의 지식수준과 너의 블로그의 익명덧글 허용이 원인이 아니겠니? 너무 열내지 말고 침착해-

  8. 휴리스틱 2009/02/16 17:1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capcold님 블로그의 트랙백 보고 찾아왔습니다.

    물론 토론과 논쟁으로 인해 얻는것이 많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로 인해 받게되는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 때문에 잃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3년전에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어떤 인간과 논쟁이 붙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일이 아직도 기억나서 저를 괴롭히네요.

    그래서 저는 논쟁을 꺼려하는 편입니다. 누군가 시비를 걸어와도 무시하고, 삭제 권한이 있다면 삭제하고 잊어버립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하민혁 2009/04/03 12:44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그래서 제가 위에서도 얘기하고 있잖아요. 토론이나 논쟁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구요. 내 인식의 지평을 넒히기 위해서, 다른 말로 하면 내 인식의 틀을 깨기 위해서 하는 거라구요.

      그러면 논쟁이나 토론도 능히 즐기실 수 있다고 봅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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