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지방재건팀(PRT)를 파견하고 이들을 경비하기 위한 보호병력을 파병키로 결정하면서 이를 두고 여야간, 정부 시민단체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여러가지 찬반 이유가 있지만, 첨예하게 부닥치고 있는 핵심은 두 가지다. 국익을 위해서라는 찬성의 논리가 한 축이고, 자국의 문제는 자국에 맡겨야 한다는 반대의 논리가 또다른 한 축이다.

여기서 이에 대한 분석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난 2007년에 철수한 군병력을 굳이 재파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동안 과연 어떤 다른 변화가 있었기에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가 하는 점에서다.

듣보기로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위한 특별한 변수는 없었다. 오히려 파병에 부정적인 요소가 더 커졌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예컨대, 처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아프가니스탄이 9.11테러세력의 배후라는 논리가 힘을 잃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엄연한 독립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 과연 명분이 있는 일인가 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은 바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글이다.[footnote]- 타리크 알리 : <근본주의의 충돌> <1968> 저자 http://www.tariqali.org
- 원문 : CounterPunch http://www.counterpunch.org/tariq02272007.html
- 번역 : 이동훈, 수진[/footnote]


아프가니스탄


타리크 알리가 쓴 이 글의 요지는 다음의 마지막 단락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교훈은 이라크에서도 그렇듯이 기본적인 것이다. 정권교체는 남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칠레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밑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점령은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을 잘라버리고 이 전보다 더 커다란 혼란을 가져온다. 아프가니스탄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정권 교체에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국의 문제는 결국 자국 민중의 힘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고, 제삼국이 간여하는 경우 혼란과 고통만 가중되고 민중에 의한 정권교체의 길 또한 오히려 그만큼 더 오래 걸린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다. 원론적으로 하나도 틀림이 없다.

그런데 저 글을 읽다보면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바로 반 세기 전의 우리나라다. 그리고 그 어름에서 새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위태한 길을 헤치고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것이다.

당시는 이른바 동서 냉전으로 불리는 양극 체제가 막 태동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동서의 대결 양상 또한 전격적이고 전폭적이었다. 지금처럼 뜨뜻미지근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자국의 문제는 자국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저 글을 읽으면서, 만일 반 세기 전의 내전이 극단적인 냉전 체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면 그래서 만일 주변국들이 각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지루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언듯 하게 된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내전을 겪고 있거나 내전을 겪은 나라들의 경우를 보면 이같은 생각이 순전한 기우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당장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만을 봐도 그렇다. 당시 우리가 지금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해 당사국들간의 어중간한 간섭 상황에 처했다면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삼국의 힘겨루기 놀음에 휘둘릴 개연성은 다분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제일 동력은 당근 우리 국민의 역량이다. 다만 당시 우리가 처한 국제적 상황 또한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그 아찔한 상황을 헤치고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은 확실히 축복받은, 자랑스러운 나라겠다는 얘기고. 





<덧붙이는글> * 글이 살짝 이상해지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를 보면 동서냉전 상황이 대한민국에는 오히려 축복일 수 있었다는 것 - 이게 이 글의 주제였다. 그런데 글을 적어가다보니 "그렇다면 북한의 경우는?" 하는 문제가 틱 끼어들었다. 그래서 이를 설명하느라 국민 일반을 끌어들이고.. 하다보니 얘기가 어느 사이 삼천포로 가버렸다.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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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ㅇㅇ 2009/11/05 02:2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잘 읽었습니다.

  4. 하민혁 2009/11/05 03:2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우리나라의 이른바 진보 진영은 한 가지 점에서 늘 자기모순적인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상을 평가하는 부분에서다. 이들은 거의 열에 아홉은 대한민국과 그 민중이 이룬 성과를 애써 외면하려든다. 어떤 이들은 아예 대놓고 그 성과를 폄훼한다.

    그러다보니 딛고 설 기반이 없고 당연히 어떤 전망도 제시할 수가 없다. 자주 외국이나 외국 학자의 사례와 주장을 끌어와서 읊어대는 건 이 때문이다. 차려진 제 밥상도 찾아먹지 못하면서 남의 집에 밥 얻어먹겠다고 돌아다니는 짝이 딱 이 짝 아니겠나싶다.

    • ㅎㅎ 2009/11/05 15:06  편집/삭제  댓글 주소

      진보 좌파 한번이라도 안팔아먹으면 글이 안되나...
      아프카니스탄 철군에 한국근대사, 남북문제, 남한의 진보진영까지 걱정하시니 그 노고가 실로 오죽하겠나...
      요즘 통합적 사고가 유행인데... 대표적 사례로 자리매김 하는 건가?
      정치사회 이슈 백화점 차려도 될듯.

    • 하민혁 2009/11/05 15:49  편집/삭제  댓글 주소

      ㅎㅎ/ 그러게요
      그렇잖아도 백화점 하나 차렸으면 하는데 물건 떼올 시간이 안 나는군요 도와주실래요?

  5. 꼴갑을 떨어요 2009/11/06 22:4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여기서도 마찬가지군 하하...거 참

  6. silentpoet 2009/11/10 09:3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몇번 읽어봐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모르겠네요
    대충 까이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피해가는 듯한 느낌?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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