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범대위의 주장과 몇몇 찌라시 언론의 보도 행태에서 나타나는 기이한 패턴이 있다. 이같은 패턴은 평택 주민에 대한 주장과 보도 행태에서 특히 강하게 드러난다.

범대위의 주장과 일부 언론 보도의 가장 우선적인 포커스는 기본적으로 평택 주민에 맞춰져 있다. 예컨대, 정부가 농민들을 내쫓으려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 땅에서 농사 짓고 살겠다는데 정부가 농민을 내쫓으려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농민의 생존권을 위한 절규가 담긴 사진을 온통 도배하는 식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발짝만 더 들어가보면 금세 이야기가 달라진다. 농민의 생존권 주장은 다만 범대위로 대변되는 시위 단체의 주장을 펴기 위한 도구일 뿐임이 드러난다. 시위 단체가 주장하는 바를 좇다보면, 어느 순간 평택 농민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민주노동당' 깃발과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미군철수 양키고홈'의 구호만이 메아리를 친다.

이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그 두 가지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가능한 문제제기라고 본다. 그러나 이같은 이의 제기가 타당하기 위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먼저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이같은 이의 제기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주민 일부가 아니라 주민 전체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한다. 최소한 다수 주민의 찬반 의견을 담고 있는 퍼센티지 만이라도 올바르게 제시해야 한다. 분리할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는 오직 그 자료에 의해서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평택 주민의 생존권에 가장 우선적인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어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유의미한 자료를 제시한 적은 없다. 내가 뒤지고 살펴본 바로는, 피 튀기는 사진은 현란하게 전하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이같은 자료를 전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같은 이유로 평택 범대위에 제안한다.
범대위는 자신의 정체와 궁극적인 목적을 분명히 하라.


범대위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1) 평택 주민의 생존권 사수인가 2) 미군기지 확장 저지인가 3) 반미 혹은 미군의 무조건적인 철수인가? 아니면, 4) 다른 무엇인가?  

범대위의 목적이 1) 평택주민의 생존권 사수에 있는 것이라면, 범대위는 다른 무엇에 앞서 평택 주민의 생존권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2) 미군기지 확장 이전 저지에 있는 것이라면, 평택 주민을 등에 업고 벌이는, 지금까지와 같은 식의 선동질과 언론플레이는 중지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미군기지 확장 이전 저지의 당위성을 최우선적인 포커스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범대위의 목적이 3) 반미와 미군의 무조건적인 철수에 있는 것이라면, 일방적인 자기 주장을 하기에 앞서 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쪽의 이유와 근거를 분명하게 적시하고 이에 대한 반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불과 반세기 전에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세대를 위해, 철수 이후의 대책을 분명한 청사진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범대위가 이같은 제안에 왜 답을 해야 하는가고 물을 수 있다. 

간단하다. 나 역시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한 사람인 때문이다. 정부는 일정 기간 국민일반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공적 조직이지만, 범대위는 결코 국민 일반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적이 없는 사조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르면, 범대위의 정당성은 오직 범대위로부터만 나온다거나, 혹은 나의 정당성은 오직 나로부터 비롯될 뿐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말 그대로 말장난에 불과할 뿐임을 분명히 해둔다.

그것은 무정부주의 혹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이는 국민 일반의 동의에 의해 설립되고 존재하는 국가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결국은 이 나라를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만들자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위의 제안에 범대위가 당당히 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범대위 스스로가 세간에서 제기되는 불순한 의도, 즉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집단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사족 하나만 더 하자(운동공학적인 측면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깽판치는 작태부터 버리라. 몸에 밴 습성이라 버릴 수 없다면, 스스로도 감당 안되는 전향적 태도를 상대에게 요구하는 짓은 하지 두라.

그게 아니꼬우면, 정당하게 국민일반의 신임을 얻어 그대들이 정권을 잡으라. 국민일반의 신임을 얻지 못하는 그대들이 왜 국민일반의 신임에 기초한 공권력을 무력화하려 드는가? 왜 그대들만이 선이라는 자가당착적 행태를 보이는 것인가?

왜 국민 일반을 싸움판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인 것인가? 그대들의 싸움질로 얻어지는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이며, 얼마나 평화한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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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추리 사건을 보고

    Tracked from Destructive and Innovative 2006/05/11 03:17 Löschung

    나는 범대위와 농민이 왜 기를 쓰고 반대하는 지를 모르겠다 농민이야 당연히 수십년가 피땀흘려 일꾼 땅을 강제매입하는 것에 대하여는 당연히 반대하겠지만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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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명랑이 2006/05/08 02:4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범대위라고 했으니 저 아래에는 또 많은 단체들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저마다 목소리가 다르겠지요. 최종적으로 양키고홈은 미군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니 층위가 다를 거구요. 물론 주미철본 같은 곳에서는 이게 일차목표겠지만... 저쪽에다 아무리 닥달을 해도 답이 안나옵니다. 키는 역시 정부가 쥐고 있다고 봐야죠.

  4. 엘리시움 2006/05/08 13:3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범대위측 주장대로라면 일단 양키고홈..은 단시일 내는 힘드니, 일단 정부는 이전계획을 아예 없던 일로 백지화하고 또 머리 싸쥐어야겠죠.
    근데 말입니다. 그리되면 보상 약속받고 물러난 80% 주민이 과연 그걸 저지시킨 이들을 곱게 볼까요. 최소 5억이라는 건 농지 보상비로서는 제법 잘 쳐준 값인데 말입니다.

    • 하민혁 2006/05/09 02:29  편집/삭제  댓글 주소

      범대위는 확실히 비겁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미군기지 이전 반대는 누구라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주민에 빌붙어서, 혹은 주민을 도구로 삼아 주장해서는 안 되는 거지요. 자신들의 정체를 확실히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나가는 게 바른 길이지요.

      '미군' 문제만 나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범대위라는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님은 혹시 아시나요?

  5. 리장 2006/05/08 17:4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18...초록은 동색이요..가재는 게편이라 말한 우리네 조상님들 말이 확 다가오네..시바..그만.이제 들가라..닥쳐좀..시바들아..꼭 나라 살리겠다고 미군놈들 도와달라는 새끼들 말하는 꼬락서니 보면 진짜 역겹다. 이제 그만 닥쳐줘라. 니들 때문에 나라가 이모양 이꼴이다. 돈 안받겠다고 그냥 살게 해달라는 할머니 할아머지를 날선 방패와 쇠곤봉으로 내리치는 경찰과 군인들과 한통속인 너희들..언젠가..벌받을꺼다. 아...시바.괜히..이런데 들어왔네..기분.잡치게 만드는 새기들..캬야..퉤

  6. 미디어몹 2006/05/08 18:3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하민혁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되었습니다.

    • 하민혁 2006/05/09 02:34  편집/삭제  댓글 주소

      어디에 링크가 되었다는 건가요?

      미디어몹에서 남긴 이같은 메시지를 다른 블로그에서도 더러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좀 답답하더군요. 미디어몹에 링크를 했다면, '링크되었습니다'는 메시지만 달랑 남기는 것보다는 걸린 링크까지 함께 남겨주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7. 뚱뚜둥 2006/05/08 23:5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마치 독립신문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거기나 여기나 아름다운 우리말을 파괴하는 분들이 상당수 존재하시는것이 참 가슴아픕니다.
    초딩이 알고보니 초딩아빠였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PS. 본문과는 상관없는 리플이라서 죄송합니다.

  8. 물고기 2006/05/09 02:4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안녕하세요
    저는 평택 범대위에서 상근 간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인데, 저희 범대위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직속 남조선 해방위원회 반미공작특수1부에서 직접 지령을 받고 있습니다. 지령을 받는 통로는 조총련에서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에 올려진 이미지에 인코딩된 지령문을 특수프로그램으로 디코딩하는 방식입니다.

    뭐 이런 리플이 올라오길 기대하고 있겠죠?ㅉㅉ
    좀더 열심히 기다려 보셈~

  9. 소금이 2006/05/09 15:5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요즘들어 자기 아이디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악플러들이 늘어나는 것같군요;;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

  10. 데르 2006/05/10 12:4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들이 군경측의 과잉진압을 탓하고 싶다면 먼저 자기네들부터 손에 든 죽창과 쇠파이프를 버려야겠지요.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자기네들이 입은 부상 등은 보상은 보상대로 다 받고 그 이후 벌어지는 시위 등에서 수십년 동안 우려먹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죽창에 눈을 찔려 실명한 군경에 대해서는 유감의 표시에만 그칠 뿐, 직접 찾아가서 제대로 사과하는 태도를 단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이점만으로도 좀 성급한 일반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들의 생리를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비겁한 것은 민혁님께서 쓰신대로 그들의 주장을 위해 주민을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대추리 주민은 그저 핑계일뿐 대추리 주민이라는 말을 빼고 본다면 지금까지 그들의 주장해온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죠.

    여러모로 안타까운 현실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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