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단상

2016/10/13 16:20 / 스마트폰

아이패드로 책을 읽을 때 좋은 점은 굳이 불을 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밝기만 적당히 조절하면 다른 조명이 없이도 책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게다가 침대에 눕거나 엎디어 책을 읽을 때 느끼던, 책 넘기는 번거로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사실 이게 얼마나 고약한 일인지는 경험해본 해본 사람은 안다. 오죽했으면 노통께서는 누워 책읽는 장치를 직접 발명?까지 했을까.

아이패드의 등장은 확실히 나의 야독 생활에서 일대 사건, 혁명적인 전환점이었다. 옆 사람의 지청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불 속에서 3부작 소설을 하룻밤에 다 읽어냈을 때의 그 성취감은 아직도 뿌듯하고 생생하다. 지금 내 아이패드에 들어있는 전자책들과 800여권의 PDF 파일은 그래서 구입하거나 만들어 모으기 시작한 결과물이다.

이북을 구입하고 PDF 차일을 만들면서(파일을 만들기 위헤 고속 스캐너까지 구입했다), 그 책은 이미 다 읽은 것들이었다. 그런 기분이었다. 잡스가 생전에 말한, 원하는 책을 담아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기기의 꿈이 이제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금 아이패드의 용도는 사뭇 달라져 있다. 책읽기보다는 웹서핑과 방송보기가 아이패드로 하는 일의 거의 전부가 되어 있다. 

이불 속에서 밤새 아이패드를 읽던 일이 이제 먼 옛날의 추억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러고 보니 새벽 잠에서 깨어 머리맡에 작은 불 하나 켜고 책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살짝 불편한 건 여전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마다 않는 대가로 얻는, 책장 넘기는 맛 또한 영 없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분위기는 아이패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뭐? 아이패드를 용도폐기하겠다고? 줄 서면 아이패드 넘겨드리느냐고? 글쎄다. 하하. 


P.S. 
내가 사용하는 아이패드는 아이패드4 128기가다. 아이패드 처음 나올 때부터 사서 쓰기 시작해서 아이패드2, 아이패드3를 거쳐서 현재는 아이패드4에서 멈춰 있다. 현재는 아이패드 에어가 어디까지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아이패드의 기능은 아이패드4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뉴아이패드(아이패드3)까지는 고해상도의 영상을 보거나 용량이 큰 PDF 파일을 볼 때면 꽤 버벅이는 현상이 있었지만, 아이패드4에서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수준이다. 아마 당분간은 이대로 가지않을까싶다. (물론 아이패드 프로 볼 때마다 지르고싶다. 문제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저걸 어따 써? 무슨 용도로? 그럼, 아이패드 프로를 사고싶던 열기가 이내 냉각된다. 아이패드 프로, 진짜 저걸 어따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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