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최순실을 만든 인물, 최태민은 누구인가 1”에서 계속.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은 기업인을 구국봉사단 운영위원으로 위촉해 이들로부터 1인당 2,000만~5,000만원의 입단 찬조비나 월 200만원의 운영비를 받는 식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이 단체는 행정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국에 동 단위까지 조직을 확대해 300만 명의 단원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어 보고서는 구국봉사단을 활용한 최태민의 부정행위 의혹을 상세히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횡령이 14건(2억2135만6000원), 사기가 1건(200만원), 변호사법 위반이 11건(9420만원, 토지 14만1330평), 권력형 비리 13건, 이권개입 2건, 융자간여 3건 등 그와 관련된 의혹은 도합 44건이었다.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최태민은 정부, 공기업, 정치권, 군, 대기업 등을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본인은 부정행위 부분에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 다음은 보고서에 수록된 의혹 중 일부다.(※편집자가 익명처리)


76.1.29 봉사단 공금에서 주택구입자금으로 1000만원 지출. 77.3.17~77.6.7 3회에 걸쳐 국민은행 관악지점에 봉사단공금 6000만원으로 부인 명의 3계좌를 정기 예금하여 은닉. 76.11.3~77.8.25 서울농협 불광지소에 봉사단공금 합계 1억5517만6000원을 2~3회에 회전분산한 후 가명 이송자, 박부전, 김기옥 명의 26계좌로 정기예금, 통지예금, 정기 적금하여 은닉. 77.5. 부인 명의로 브리사 승용차 1대 구입, 대금 300만원 지출.

76.6 S교회 원모 목사에게 서울시장에게 청탁하여 성북구 석관동 사유지 50평을 동 교회 부지로 불하해주고 그 대가로 동 부지 시가 1할 상당액을 받기로 약속했으나 불하 실패.

75.9.15 2군 이모 대령의 부인 김OO에게 국방부 장관에게 청탁하여 이OO을 준장으로 진급시켜준다고 하고 그 대가로 200만원 수수. 76.6.4 H사 사장 김OO에게 서울시장에게 청탁하여 서울시 비상유류 저장탱크 공사를 맡게 해준다고 하고 그 대가로 5000만원 수수. 76.10 초순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OO에게 내무부 차관에게 청탁하여 소방기구 신규제조 허가를 억제해주고 동 기구검정권을 동 조합에 주도록 해준다는 조건으로 200만원 수수.

76.8 전 중앙정보부 강원지부장 김OO의 부인 박OO에게 남편을 중정에 복직시켜준다고 하고 그 대가로 2차에 걸쳐 150만원 수수. 76.9 초순 S관광 대표 진OO에게 대덕-연기 지역구 차기 공화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받게 해준다고 하고 76.9.17~12.10 5회에 걸쳐 500만원 수수. 

77.3.24 H사 K회장에게 구국봉사단 부산지단장에 임명해준다고 하고 그 대가로 200만원 수수. 75.9.27 H사 사장 K회장에게 대한화재보험협회에 청탁하여 동 협회 청사 신축공사를 맡게 해준다고 하고 그 대가로 7000만원 수수…


보고서는 여성 추문 의혹과 관련해선 12건의 내용을 기록했다. 김재규의 항소이유서와 이 수사보고서엔 ‘자칭 태자마마’ ‘사이비 목사’ ‘사기’ ‘횡령’ ‘이권개입’ ‘회계’ ‘부정행위’ ‘최태민’ ‘구국봉사단’ ‘추문’ 등 구체적 용어나 표현이 무수히 겹쳐 있다.

김재규의 항소이유서는 이 수사보고서에 기록된 내용에서 핵심적 메시지만 간추려 정리한 것이며, 이 수사보고서는 김재규 항소이유서의 근거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10·26 이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정국을 장악한 신군부는 최태민 비리의혹을 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친분이 있었다는 한 언론인은 전 사령관이 이끈 합동수사본부가 최태민을 수사하게 된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처음엔 최태민이 누군지 몰랐고 그에게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김재규가 수사한 최태민 사건 내용을 전 사령관에게 알려줬다. 여성계 여론을 고려해서라도 최태민 건은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전 사령관은 이학봉 처장에게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

최태민은 서빙고동에 끌려가 1주일 정도 조사를 받았다. 이어 잠시 풀려난 뒤 다시 소환돼 좀더 조사를 받았다. 이후 신군부는 최태민을 강원도로 쫓아냈다. 최태민의 혐의가 문제 소지가 있는데다 최태민을 차단시켜놓을 필요성이 있어서였다.

이와 관련 이학봉 전 의원(1980년 당시 보안사령부 처장)은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1980년 초 최태민씨를 불러 수사한 뒤 강원도로 보냈다”고 밝혔다.






▼ 합수부에서 최태민 목사를 조사했나.
“조사했다. 그를 강원도로 보내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 강원도 인제 군부대로 보내 삼청교육을 받게 했나.
“삼청교육대는 아니다. 조사해보니 최태민씨는 조용하게 자숙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를 강원도에 그리 오래 두지는 않았다.”

▼ 최태민 목사의 구체적 비리혐의 중 기억나는 부분은?
“27년 전 얘기가 되어서 지금은 별로 기억 나는 것이 없다.”

▼ 중정 수사내용에는 최태민 목사가 여러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가 기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낸 것으로 확인된 게 얼마나 되는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 박근혜 전 대표도 연루의혹이 있었나
“박근혜 전 대표는 관계 없었다.”


김재규는 10·26 재판 때 “중앙정보부 백광현 국장이 최태민을 수사했다”고 밝혔다. 백광현(75) 전 내무부 장관은 1970년대 말 서울지검 검사로, 중앙정보부에 파견된 상태에서 최태민 수사를 맡았으며 1992년 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뒤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재규씨가 최태민 문제를 억지로 갖다 붙였다”고 밝혔다.


▼ 정보부 재직 당시 최태민 사건을 맡았나.
“김재규씨가 항소이유서에서 최태민씨를 언급했다는데 김씨가 최태민 문제를 억지로 갖다 붙였다. 최태민 문제는 대통령 시해사건과 관련이 없다.”

▼ 최태민의 혐의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이 어느 정도인가.
“당시 중정에는 수사국이 3개 있었다. 나는 3국장이었는데 수사 착수는 우리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잘 모른다. 최태민 사건은 당시 서울지검에서도 조사했다.”

▼ 기업체에서 돈을 뜯었다는 내용은?
“실제로 나는 지금 잘 모른다. 그것이 사실인지 말하기 어렵다.”

▼ 중정 수사보고서를 보면서 얘기할 의향은?
“오래전의 일이어서 문서를 보더라도 그 내용이 사실인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소용없는 일이다.”


최태민이 강원도로 쫓겨난지 10년 뒤인 1990년 그는 박근혜가 이사장인 육영재단의 고문으로 재기했다.

육영재단 내분 과정에서 숭모회라는 관련 단체와 박근혜의 동생 박근령은 박근혜의 이사장직 퇴진을 주장하면서 최태민이 전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는 동생과 다툼을 벌이게 되는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사장직을 동생에게 줬다.

이에 대해 박근혜 측근은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엔 최태민의 비리의혹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태민이 비리혐의자로 낙인 찍혔음에도 박근혜 전 대표는 최태민을 내치지 않았다. 배신을 싫어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박근혜의 인간적 면모때문이다. 일반적 정치인이라면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자신과 최태민 사이를 차단시켰을 것이다.”

최태민의 가족은 ‘신동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최태민의 딸은 ‘여성중앙’ 1987년 10월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아버지가 박 대통령에게 조사를 받고 5·17 이후에도 조사를 받았는데 죄가 있었다면 구속이 안 될 리 없지 않겠나”라며 선친 관련 의혹을 부정했다.

1970년대 청와대 경호실 소속으로 박근혜 경호를 담당했던 한 인사는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영애인 근령씨가 대학 MT 갔다가 금새 사라졌을 때 그 일대에 비상이 걸리는 등 난리가 났다. 그러니 큰 영애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경호는 얼마나 철저했겠나. 박 전 대표와의 면담은 경호실에 항상 노출돼 있었다. 공개된 자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천영식 기자가 쓴 ‘박근혜 53년 인생 이야기’는 “일부에서는 (최태민에 대한) 안기부 수사기록 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권이 대선 때 더 많은 의혹을 제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이 저서가 대선 때 터질 것으로 예상한 ‘안기부(중정) 수사기록’은 이번에 ‘신동아’에 의해 공개된 셈이다.

중정 수사보고서는 최태민의 신원을 명확히 했고 그의 혐의 내용을 김재규의 항소이유서보다 좀더 구체화한 성과는 있다. 그러나 ‘본질적 과제’인 최태민 의혹의 사실규명은 진척되지 않았다. 중정 수사보고서는 김재규의 의도 등 정치적 목적이나 실사의 어려움에 따라 최태민의 혐의가 다소 사실과 다르게 기술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구국선교회의 부정의혹은 최태민의 개인 비리의혹일뿐 박근혜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민 사건 수사의 최고 책임자였던 이학봉 전 의원, 백광현 전 장관 등 최태민 사건을 가장 책임 있게 얘기해줄 수 있는 위치의 2인은 ▲최태민 사건은 현재 실체규명이 불가능하고 ▲최태민의 확인된 부정혐의는 그리 크지 않고 ▲박근혜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증언했다.

향후 대선 과정에서 ‘현 정부에서 잘 나간다’는 신 모 당시 수사관의 증언이나 또 다른 중정 수사보고서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신동아’가 현재까지 확인한 것 이상의 신뢰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하 생략)


신동아 2007년 6월호 ‘박근혜 X파일 & 히든카드’ 기사 전문 보기 (새 창으로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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