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땅에서 자신의 스탠스를 제대로 잡고 살기란 쉽지 않다. 복잡하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곳 민주통신 블로그만을 가지고 이야기해도 충분하다.

1. 정체를 밝혀라?!
  - 대한민국에서 스탠스 제대로 잡고 사는 일의 어려움에 대하여

민주통신 블로그라 이름 붙여진, 하민혁이 운영하는 이 블로그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다. 당장,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사람들부터가 궁금해 한다. 그러니 이 블로그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야 두말해 무엇하겠는가? 머리를 갸우뚱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 블로그의 정체성을 묻는 그 이면에는 함정이 있다. 모든 사안을 흑과 백이라는 두 관점에서만 보려 하는 데서 비롯되는 논리적 비약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논리적 비약을 가능하게 하는 데는 인식틀의 결핍이 있다.

이 블로그를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이곳이 평택범대위(이하 밤대위)의 주장에 반(反)하는 곳으로 이해한다. 이곳을 찾은 이들 대부분이 평택 사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이고 또한 주로 범대위를 지지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보수라 불리는 사람들 쪽에서는 또 다르게 이해한다. 그들에게는 개혁이 어쩌고, 주류언론이 어쩌고 하는 이곳이 밥맛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 또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보다는 상당한 거부감으로 블로그를 대하기 시작한다.

왜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가? 사람들이 위에서 말한 함정에 스스로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만든 함정에 빠져 피상적인 이해를 한 결과인 것이다. 우선 지금 당장 이슈가 되고 있는 범대위 문제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2. 내가 범대위를 불신하는 이유

이곳에서 내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범대위의 주장 일반이 아니다. 만일 범대위의 주장이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에 있다면, 나는 그 주장에 반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의견은 자유롭게 개진되어야 한다.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그 의견이 무시되거나 다수에 의해 유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세상과 만나는 첫번째 원칙이며, 일관되게 내가 주장해온, 나를 있게 하는 힘이고 이 블로그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내가 범대위의 주장에 반대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설사 그들의 주장과 대립하는 견해를 내가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주장 자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물며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에 심정적인 공감대를 갖는 내가 왜 반대를 하고 나선다는 말인가?

내가 비판적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범대위의 무반성적 사고와 이중적인 행태에 대해서다. 범대위의 주장이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고, 그 행태가 당당하거나 정직하질 못하고 그지없이 비겁하고 거짓투성이라는 것이고, 그 인식틀 자체가 실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3. '범대위'의 모순과 이중성에 대하여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블로그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가운데 위에 언급한 사례 하나만 미리 짚고 넘어가겠다.
내가 건 트랙백과 관련하여 말들이 더러 있다. 덜 떨어진 몇몇 아해는 자기 블로그(그러나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다. 이름도 적지 않으니까)에 한번만 더 트랙백 걸면 이 블로그를 박살내겠노라고, 개새.. 무슨 새를 들먹여가며 설래발을 쳐댄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주장하는 바가 정당하다면, 트랙백을 백번 걸든 천번 걸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더란 말인가? 내가 만일 그같은 운동을 한다면 도대체 다른 블로그로부터의 트랙백을 마다할 이유가 없겠다. 오히려 환영하면서, 그런 친구들에게 내 주장을 당당히 펼치겠다. 뭔가를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내 주장을 널리 알린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있을 법한 이견 가운데 하나는 '운동에 방해가 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나아가 '정부라는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기에도 바쁘다'는 것 또한 하나의 이견으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후자의 인식은 블로그에 쓰인 글들 도처에서 확인되는 일반적인 것 가운데 하나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자주 말한다. 우리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정부라는 거대권력과 맞서 싸우겠느냐고. 정부 혹은 공권력과 싸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느냐고.
간단히 답하겠다. 내 답은 "그건 그렇지 않다"이다. 거칠게 말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싸움 상대는 정부라는 거대 권력과의 싸움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바로 옆에 있는 생각이 다른 친구와 다투는 일이 정부와 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친구에게는 어거지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나와 동등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정부와의 싸움에서는 가능한, 나를 약자 혹은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싸움에서 기댈 언덕이란 오직 자신의 정직과 논리밖에 없다. 이것이 친구와의 싸움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친구를 설득하는 일이나 친구와의 싸움은 늘 피하면서도, 일상적으로 국가 민족 세계 우주같은 거대 지형을 들먹이거나 민주 자유 인권 평화 같은 추상적인 어휘를 즐겨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거대담론'에 능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각기 특정 사안에 대해 장단점이 있으므로, 이를 두고 어느쪽이 좋다 나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사적대화이든 거대담론이든 그것이 자신의 강점에 충실한 자기 결단에 의한 것이라면 어느 입장에 서건 그 자체만으로 평가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자기 주장을 이야기하다가 거기에 '희생'이 어쩌고 하는 말을 은근슬쩍 끼워넣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자기 주장의 정당성에 대한 근거로 삼으려는 자가 있다면 그가 하는 이야기나 행동은 100% 사기라고 봐도 좋다.
그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바탕에는 거대담론이 사적대화에 비해 더 고귀하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다. 도대체 소수의 권리를 위해 거대권력과 싸운다면서, 다른 소수의 의견에 귀를 막고, 다른 소수와의 대화를 기피 내지는 배격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거대 담론이든 사적 대화이든, 최종적인 책임을 자신이 아닌 제삼자에게 떠넘기려는 자를 나는 믿지 않는다. 특히, 자기 희생을 들먹이며 자기 말이나 행동에 대한 변명꺼리를 찾으려 드는 자를 나는 경멸한다. 그 말과 행동에서 신실성을 찾기가 힘든 때문이다.

트랙백이 무엇인가? 특정 주제와 관련한 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트랙백이다. 똑같은 견해나 주장을 스테레오타입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만 트랙백을 이용한다면, 트랙백은 이미 그 존재 이유의 절반을 잃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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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디어몹 2006/05/11 09:1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하민혁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4. 리오 2006/05/11 15:2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번 문제를 떠나서 댓글이나 트랙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블로거들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싫다면 그냥 자기 개인 노트에 일기나 쓸 일이지 블로그는 뭐하러 한다는건지... ^^

  5. 천광용 2008/02/07 00:3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엮인글 쓰시는 거야 좋은 일이죠.
    근데 연관성 있는 글에 걸어달란 이야기죠.
    이 글이 제가 쓴글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새를 했던 것도 아니고..ㅎ
    그저 생각이 달라보이니 시비거시는 건 아니잖아요.
    이어지는 글이 관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 이 글은 아니잖아요..ㅎ
    뭐 스스로 지우시지 않으시겠다니 지우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해못할 이야기들일 뿐이지 다른 누군가들은 판단할 것이니...
    뭐 상업적인 트랙백도 아니니 뭐.

    암튼 조금은 상관관계를 갖고 달아주세요.
    그래야 보고 코멘트라도 하죠.
    설 잘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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