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명숙 총리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에서 한 총리는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엄중한 국익을 위한 우리의 자주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 주민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한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에 귀기울이겠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50년의 역사 속에 두 차례나 강제수용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불모지의 갯벌을 스스로의 힘으로 간척하여 오늘의 삶의 터전을 이루어 놓은 것입니다. 이분들에게 그 땅은 그냥 땅이 아니라, 자식 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정부는 주민의 이러한 아픔과 함께하면서 진정한 대화와 타협으로 이 난제를 풀어 가도록 최선의 노력하겠습니다.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말이다. ‘자식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이라는 대목에 이르면, 그 절절한 이해에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올 정도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뭔가가 빠진 느낌이다. 바로 범대위나 한총련 등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때문이다.

주민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표하고 있으면서도, 한 총리는 다른 중요한 한 축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범대위나 한총련은 평택에 1년여나 거주하며 '평택 사태'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다. 평택 주민에 결코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한 총리는 이들에 대해 단 한마디의 구체적인 언급도 끝내 하지 않는다.

한 총리, 우리 솔직하자. 지금 평택 문제의 본질은 주민이나 영농의 문제가 아니다. 수용토지 보상의 문제도 아니다. 미군기지 이전 반대고, 그 연장선의 끝에 있는 반미다. 그리고 그 핵심에 1년이 넘도록 평택에 거주하는 범대위나 한총련이 있다. 아닌가?

아니라면, 한 총리는 총리로서의 자격을 결하고 있다. 사태의 본질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총리의 자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격 문제는 사실 문제될 것도 없다. 자격 미달인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가 어디 총리직 뿐이겠는가?

정작 문제는 한 총리가 실제로는 사태의 본질이 미군기지 주둔 자체의 반대나 반미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서도 끝내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경우다.

한 총리는 무엇이 두려워 주민에 대한 애정은 절절히 표하면서도 또 다른 핵심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인가? '평택 문제'의 가장 주요한 아우라를 제쳐둔 채, 주민을 들먹이고 국민을 들먹이고 평화를 들먹이는 것은 궤변이다.

이것이 한 총리의 주민에 대한 지극한 애정 표현에 내가 온전히 공감하기 힘든 까닭이다. 동시에 그의 대국민 호소문에 내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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