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의 한총련 탈퇴와 관련하여, 정운찬 총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소식이다. 보도된 정 총장의 발언을 정리하면,

“황(라열) 총학생회장의 행동은 그 용기를 높이 사지만 극단적으로 탈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옳은 방향인지 모르겠지만 대학생들의 무의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생들이 때로는 나라걱정도 해야 한다”


대강 이 정도였던 모양이다. 정 총장의 발언 기사를 읽는 기분이 씁쓸하다. 2006년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딜레마, 그리고 지금 이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딜레마를 보고 있는 듯 해서다. 그렇다. 이것은 딜레마다.

한총련의 행동을 지지할 수도, 아니 할 수도 없는 딜레마.

여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꽤 된다. 하지만, 오늘은 최악의 날이다. 기분이 더 다운 될 수 없을 정도로 다운되어 있는 상태다. 그래서 여기서 더 나가면.. 아무래도 사고칠 것같아서.. 생략하고, 대신 예전에 적은 글 하나를 옮기기로 한다(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할 공간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내일은 시간 나는대로 개인 블로그를 하나 세팅해야겠다. -_-).

다음은 지금 이 상황과 비슷한 맥락에서 적었던 글 가운데 하나다.



시민단체에 시민이 있나? 직업 시민단체 지겹다(?) / 2004-06-24

김선일씨 피랍 의혹이 24일 비디오테이프 입수와 문의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광화문 외교통상부 건물 앞길에서 시민단체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 외통부의 책임을 묻는 집회를 열며 반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성연재/사회/ 2004.6.24 (서울=연합뉴스)


또 말바른 시민단체 떳네...
지겹다 시민단체...시민단체에 시민이 있나? 직업 시민단체 지겹다.


(위에서 빨간 글씨로 표시한 글은) 외통부 앞 시위 모습을 전하는 연합뉴스 사진 기사에 어느 네티즌이 올린 댓글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시민단체 사람들.. 보시면 알겠지만 하나같이 우리의 눈에 익은 사람들입니다. 거의 직업적으로 시민단체 활동에 나오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집회와 시위를 할까요? 직업 시민단체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 일반 시민단체가? 그게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 단언하는 것은 내 스스로 이미 그것이 불가능함을 온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저 네티즌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위와 집회장에 단 한번이라도 참석해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어제 제가 올린 시위 현장 사진을 한번 보세요. 프린트해서 만들어진 수많은 깃발과 피켓들.. 그것은 일반 시민이 만든 게 아닙니다. 조직에서 만든 것이지요. 위의 네티즌이 지겹다고 말한 바로 그 직업시민단체에서 만든 것입니다.

직업시민단체가 없으면 어떤 시위나 집회도 불가능합니다. 아니 어쩌면 어느 순간 한두번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것을 시위효과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유의미한 에네르기로 묶어낼 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일을 온라인에서 처리하고 명실공히 인터넷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무실 없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꼭같습니다. 다를 바가 하나 없는 이야기입니다. 최소한 온라인으로 모든 걸 다 처리하기 위해서도 오프라인상의 조직과 모임은 필요한 것입니다.

연합뉴스의 저 기사는 그냥 뜨는 게 아닙니다. 연합뉴스에 그 날 그 자리에서 시위가 있음을 조직적으로 알리고 홍보를 한 결과입니다. 조직적인 활동 없이 어떤 행동이 기사화되고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기 모인 동지들은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일일 것입니다. 

[덧글] 정작 할려고 했던 말을 빼먹었네요.
우리가 우리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저 네티즌과 같은 시민들입니다. 바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조직입니다. 우리가 바로 서면 나는 그 일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앞서 시민을 바로 세우는 일이고, 그 길이 시민인 우리가 바로 설 수 있는 길입니다. / 하민혁 200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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