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이 뉴스 메이커로 등장하면서 또 하나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최태민이다.

최태민, 최태민 하는데, 뉴스에서 전하는 단편적인 몇 가지 사실 말고는 최태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린 며칠 전부터 짬짬이 김재규 평전을 읽고 있다.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제목부터가 사뭇 비장하다. 평전을 쓴 이가 르뽀 작가이자 소설가여서인지 몰라도 내용도 꽤 감상적이다.

의도를 갖고 책을 집어든 건 아니었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도 상당 부분 그 의미가 닿아 있어 결과적으로는 의미있는 독서 경험을 하는 중이다. 

김재규 평전 후반부에는 지금은 대통령인 당시의 영애 박근혜 얘기도 나온다. 내용은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 최태민과 관련해서 그렇다. 오죽 했으면 중앙정보부가 나서 최태민을 수사한 다음 박정희에게 보고까지 했겠는가. 


[##_1C|1121225829.jpeg|width="550" height="550" alt="김재규 평전,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김재규 평전,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_##]


김재규에 따르면, 구국여성봉사단에 대한 원성이 하도 자자해서 이 문제를 조사하고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할 지경이었는데도 보고를 받은 박정희는 "정보부에서 이런 것까지 하나" 하면서 몸시 불쾌해했다고 전한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최태민이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천하의 박정희조차도 두 손 들게 했는가싶어서다. 

공개적인 활동을 한 데 비한다면 최태민의 정보는 의외로 없었다. 신동아 2007년 6월호에 실린 '박근혜 X파일 & 히든카드' 기사가 그나마 가장 최근이고, 또한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기사였다.  

다음은 동아일보 허만섭 기자가 신동아에 쓴 '박근혜 X파일 & 히든카드'라는 기사 중 최태민 관련 내용이 나오는 대목 전문이다. 한자 일부는 한글로 바꿨다. 


다 음

최태민은 누구인가


최태민은 ‘박근혜 CD’에 들어 있는 18건의 기사, 박근혜를 다룬 3~4권의 저서 등에 언급되어 있는데,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는 그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최태민 관련 기사나 저서에선 그의 생년 등 기본적 정보도 들쑥날쑥하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수괴미수죄로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뒤 1980년 5월24일 서울구치소에서 교수형됐다.

재판과정에서 김재규 변호인은 ‘항소이유서’와 ‘항소이유 보충서’를 군법회의 측에 제출했는데, 이 두 서류에 992자(字) 분량으로 최태민 관련 내용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김재규 측은 10·26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거의 하나로 최태민을 거론했다.

김재규 변호인 항소이유서의 최태민 관련 전문은 다음과 같다(원문은 한 문장으로 이어져 있으나 읽기에 편하도록 내용별로 행갈이를 했다).


피고인(김재규)은 1975년 5월 구국여성봉사단 총재로 있는 최태민이라는 자가 사이비 목사이며 자칭 태자마마라고 하고 사기횡령 등의 비위사실이 있는데다 여자들과의 추문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런 일을 아무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더니 박 대통령은 ‘정보부에서 그런 것까지 하냐?’ 하면서 반문하길래 피고인으로서는 처음에 대통령의 태도를 보고 놀랐으며,

대통령은 큰딸인 박근혜에게 그 사실을 알렸으나 근혜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여 대통령이 직접 조사하겠다고 하였는데, 그 조사 후에 최태민이란 자를 총재직에서 물러나게는 했으나 그후 알고보니 근혜가 총재가 되고 그 배후에서 여전히 최태민이 여성봉사단을 조종하면서 이권개입을 하는 등 부당한 짓을 하는데도,

박 대통령은 김 피고인의 ‘큰 영애도 구국여성봉사단에서 손떼는 게 좋습니다. 회계장부도 똑똑히 하게 해야 합니다’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일도 있어서, 대통령 주변의 비위에 대하여 아무도 문제 삼지 못하고 또 대통령 자신 그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어 김재규 변호인은 ‘항소이유 보충서’에서 다시 다음과 같이 최태민을 언급했다.

1. 구국여성봉사단과 관련된 큰 영애의 문제

구국여성봉사단이라는 단체는 총재에 최태민, 명예총재에 박근혜양이었는 바, 이 단체가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따라서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어왔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아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영애가 관여하고 있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아무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민정수석 박승규 비서관조차 말도 못 꺼내고 중정부장인 본인에게 호소할 정도였습니다.

본인은 백광현 당시 안정국장을 시켜 상세한 조사를 하게 한 뒤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던 것이나 박 대통령은 근혜양의 말과 다른 이 보고를 믿지 않고 직접 친국까지 시행하였고, 그 결과 최태민의 부정행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였으면서도 근혜양을 그 단체에서 손떼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근혜양을 총재로 하고, 최태민을 명예총재로 올려놓아 결과적으로 개악을 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최태민 관련 기록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항소이유서에도 최태민에 대한 인적사항 등 기본 정보가 언급돼 있지 않다. 또한 김재규가 주장하는 최태민의 부정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

기타 최태민에 대한 과거 기사나 저서 내용은 수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박정희 정권 시절 정부 관계자 인터뷰이거나 출처불명의 주장 등이 대부분이어서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신동아’는 중앙정보부가 작성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최태민 관련 수사보고서인 ‘최태민 관련자료'를 최근 모처에서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최태민의 출생, 성장배경, 경력, 박근혜를 만나게 된 과정, 구국여성봉사단 창설 이후의 부정행위 의혹, 여성 추문 등을 A4지 16장 분량으로 상세히 담고 있었다.

보고서의 ‘1. 신원사항’에 따르면 최태민은 1912년 5월5일생(1979년 당시 67세)이며 원적은 황해도 봉산군 사리원읍 서동34번지, 본적은 경남 양산군 웅상면 삼호리 532번지, 주소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89-25번지로 돼있다.

보고서가 소개하는 최태민의 특이사항은 그가 7개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의 이름은 최도원(崔道源)에서 이후 최상훈, 최봉수, 최퇴운, 공해남, 방민, 최태민으로 변천했으며 호적 이름의 개명도 최소 1번 이상이었다.

다음은 보고서 관련 내용이다.



[##_1C|1291009107.png|width="610" height="385" alt="최태민 수사기록, 박근혜 X파일 & 히든카드 중"|최태민 수사기록, 박근혜 X파일 & 히든카드 중_##]


사용 이름 (使用 姓名)

최도원 (崔道源 선녀가 지었다는 아명)
최상훈 (崔尙勳 월남 후 개명, 경찰 육군 및 해병대 비공식문관 재직시 사용)
최봉수 (崔峰壽 부산 거주시)
최퇴운 (崔退雲 법명, 77.3.9 이전 호적상 성명)
공해남 (孔亥南 천주교 중림동 성당에서 영세 시 사용)
방 민 (房 敏 계시에 의해 개명하였다고 자칭)
최태민 (崔太敏 75.4 대한구국선교단 총재 취임계기 개명. 77. 3.9이후 호적상 성명)


중정 보고서는 이어서 박근혜를 만나기 직전까지의 최태민의 이력을 자세히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은 1927년 3월 황해도 재령보통학교를 최도원이라는 이름으로 졸업했다. 이어 그는 일제 강점기인 1942년부터 1945년 8월까지 황해도경 고등과장인 서포의 추천으로 ‘황해도경 순사’로 재직했다.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월남해 최상훈이라는 이름으로 강원도경 소속 경찰이 됐다. 이어 47년 3월 대전경찰서 경사, 47년 4월 인천경찰서 경위 (사찰주임)가 됐다가 49년6월, 50년 7월엔 각각 육군 제1사단 헌병대 비공식 문관, 해병대 비공식 문관으로 일한 것으로 되어 있다.

6·25전쟁 때인 51년 3월 최태민은 군에서 나와 최봉수라는 이름으로 사단법인 대한비누공업협회 이사장, 대한행정신문사 부사장(부산)으로 활동했다. 54년 초 부인 김제복(63)과의 가정불화로 경남 동래군 금화사로 도피, 삭발해 최퇴운이라는 이름의 승려가 됐다.

55년 그는 비인가 학교인 경남 양산군 개운중학교의 교장, 대한농민회 조사부 차장, 전국 불교청년회 부회장, 한국복지사회 건설회(임의단체) 회장이 됐다. 불교계에 인맥을 쌓은 것이 계기가 되어 63년 5월 당시 집권여당인 공화당의 중앙위원에 선임됐다.

그러나 65년 1월 천일창고(주)를 운영하던 최태민은 같은 해 2월15일 서울지검에 의해 ‘유가증권 위조’혐의로 입건돼 약 4년간 도피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69년부터는 천주교, 불교, 기독교를 결합한 종교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 해 초 천주교 중림성당에서 영세를 받았고 이어 71년 10월엔 서울 영등포구 방화동 592-7번지 호국사에서 불교, 기독교, 천주교를 복합하여 창업한 영세계의 교리인 ‘영혼합일법’을 주장했다. 또한 방민이라는 이름으로 독경 및 안찰기도를 했다고 한다.

최태민은 74년 5월 서울 동대문구 제기2동 122-16 박모씨의 집에 전세로 들어와 ‘태자마마’를 자칭했으며, 74년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54-5 선 모씨 소유 빌딩 2층(36평)으로 이전해 동일한 행위를 했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보고서는 최태민이 박근혜를 처음으로 만난 시점은 1975년 3월6일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태민이 고(故) 육영수 여사를 거론하며 박근혜에게 접근하여 대한구국선교회을 창설한 과정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비리 사실 (非理 事實) 

최태민은 영혼합일법 등으로 전전하던 75.2말경 박근혜에게 3차에 걸쳐 꿈에 ‘육여사가 나타나 근혜를 도와주라’는 현몽이 있었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하여

▼ 75.3.6. 박근혜와 접견, 당시 교계의 난맥상을 개탄하면서 구국선교를 역설 끝에
▼ 75.4.29 박근혜의 후원으로 자신의 심복 중심으로

대한민국선교회 (76.12.10 구국봉사단, 79.5.1 새마음봉사단으로 각 개칭)을 설립하고

총재(박근혜는 명예총재)로 취임하여 구국선교를 OO(해독불가), 매사 박근혜 명의를 매명하여 이권개입 및 불투명한 거액금품징수 등 이권단체화로 치부…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은 기업인을 구국봉사단 운영위원으로 위촉해 이들로부터 1인당 2,000만~5,000만원의 입단 찬조비나 월 200만원의 운영비를 받는 식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이 단체는 행정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국에 동 단위까지 조직을 확대해 300만 명의 단원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어 보고서는 구국봉사단을 활용한 최태민의 부정행위 의혹을 상세히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횡령이 14건(2억2135만6000원), 사기가 1건(200만원), 변호사법 위반이 11건(9420만원, 토지 14만1330평), 권력형 비리 13건, 이권개입 2건, 융자간여 3건 등 그와 관련된 의혹은 도합 44건이었다.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최태민은 정부, 공기업, 정치권, 군, 대기업 등을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본인은 부정행위 부분에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 다음은 보고서에 수록된 의혹 중 일부다.(※편집자가 익명처리)


"박근혜와-최순실을-만든-인물-최태민은-누구인가 2"로 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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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규 평전,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Tracked from 다음 북 까페 2016/11/18 22:05 Löschung

    김재규,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김재규 평전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김재규. 1976년 12월4일부터 1979년 10월26일까지 34개월 동안 대한민국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사람. 그는 1979년 10월26일 대통령 박정희를 저격해 살해하고 1980년 5월24일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박정희의 심장을 쏴버린 박정희의 오른팔. 유신을 허물어 버린 유신의 핵심. ‘계획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엉성하고,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치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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