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에 대한 짧은 답글을 적으면서 내내 나를 짓누르고 있었던 건 엉뚱하게도 '먹고사니즘'이었다. 장기표라고 어디 뽀대나게 정치를 하고싶지 않아서 저렇게 하소연에 가까운 글을 쓰고, 몇몇 사람 앞에 두고 강의를 하면서 지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문제는 다른 무엇도 아니다. 바로 먹고사니즘에 관한 것이다.

장인이 될 분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전공을 묻는 질문에 "철학과"라고 했더니 나온 첫마디가 "그걸로 OO는 먹여 살릴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었다(장인의 이 우려는 실로 옳았다. 장인이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나는 먹고사니즘에서 온전히 헤어나질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먹고사니즘의 문제로 나날을 버팅기고 있으니 말이다. -_-).

"마르크스보다 못한 넘!"

제 식구 건사도 못한다면서 누군가가 자주 하는 말이다. 마르크스가 대영박물관에 처박혀 <자본론>을 쓸 때 그의 두 자녀는 굶어서 죽어갔다는 얘기가 어김없이 뒤따르는 지청구다(자격지심에서 한마디 하자면, 이 말에 대해 오해는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 이 말에는 핀잔을 주는 사람이나 나나 마르크스와 비견될 수 있다든가 하는 그런 의미는 추호도 들어있지 않으니까.. ^^).

이런 핀잔을 들을 때마다 내가 돌아서서 혼자 궁시렁거리는 말이 있다. "마르크스는 그래도 행복한 넘이여.. 마르크스가 지금 시대에 살았다고 해봐. 아마 대영박물관에 박혀 책을 읽는 일조차도 불가능했을 걸~ -_-"  

내가 보기에 21세기를 주름잡고 있는,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이 대단한 자본주의는 마르크스로서는 아마 꿈도 꾸지 못했을 그런 자본주의다. 만일 마르크스가 19세기의 탁상에서 정초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현실이 되어 있는 21세기의 이 자본주의를 경험했다면, 자기 아이들이 굶어죽기 전에 아마 그가 먼저 자살을 했을지도 모른다. -_-

현실적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논리조차도 자본주의에 기생하는 방식이 아니고는 존재할 수가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우리의 위대한 자본주의는 그만큼 철저하고, 그래서 자주 끔찍하다.

사정이 이럴진대, 장기표라고 해서 뭐 그리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일단은 먹고살아야 내일도 기약할 수 있는 일이니, 시덥잖은 이야기라도(이건 장 대표가 시덥잖은 이야기 한다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가 태클을 걸오길래 분명히 해둔다.. -_-) 열심히 읊을 수밖에는. 자신에게 뭔가 하나라도 팔 수 있는 게 남아 있다면, 그게 무엇이건 열심히 팔 수밖에는.

그것이 설사 자신을 소진케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익히 알고 있다 할지라도 그 외에 달리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된 누구처럼  변호사라고 하는,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수 있는 자본주의가 공인한 최후의 보루가 있는 것도 아닌 마당에는 더욱.

흠.. 다소 감정선을 건드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 하다. 더 하다가는 아무래도 문제 많은 신상 발언까지 나올 것같고 그래서 블로깅 하는 일조차가 어려워질 것같다. 오늘은 이쯤에서 그치도록 하자. ^^ 싹뚝~! <통신보안>


<덧붙이는 글>
이상하다. 사소한 이야기를 하려던 이 블로그가 언제부턴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메인 사이트에서 목에 힘 주고 하는 이야기가 부담스러워 블로그를 열었던 것인데.. 이 정도 얘기하는 것조차가 부담스러워지다니.. 이건 아니지싶다. 어딘가에서부터 잘못된 듯.. 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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