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은 뭔가를 더하거나 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 것이다. 관심의 구조를 바꾸고 상징의 특성을 바꾸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특성마저도 변화시킨다.. 뭔가 이상하고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다주는 손익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어느 사회에도 승자와 패자는 정해져 있다. 문제는 많은 패자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승자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1

테크노폴리에서 모든 전문가는 종교적 카리스마를 갖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이처럼 성직자와 같은 카리스마를 지니는 전문가들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학자, 통계학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테크노폴리에서 주관적 판단은 공적 승인을 획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시행하는 검사를 거쳐야 한다. 테크노폴리에서 개인의 판단이란 결국 애매함과 의혹만 가득한 전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진리란 무엇인가" "지능이란 무엇인가" "선한 삶이란 무엇인가" 등의 문제로 고민한다. 하지만 테크노폴리는 그러한 지적 고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계가 모든 복잡함과 의심, 그리고 애매함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기계는 신속히 작동하고 표준화되어 있으며 우리가 보고 계산할 수 있는 숫자를 제공해준다.
 
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거짓말탐지기의) 녹색등 8개가 켜져 있으면 상대방의 말이 진실이라고. 다른 말이 필요없다. 그들은 또 우리에게 말한다. (아이큐지수) 136점의 머리가 104점의 머리보다 우수하다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테크노폴리라는 마술이다.
 
마술이 위험한 이유는 우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술은 이해의 대상이 아닌 경탄의 대상이 된다. 테크노폴리 안에서 사는 우리는 기계가 베푼 경이로운 결과 둘러싸여 눈이 휘둥그레진채 그 속에 어떤 사상이 내포되어 있는가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된다. 곧 우리는 기술의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깨달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이상, '기술에 정복당한 문화' <테크노폴리> 중에서 (임의 요약)







<덧붙이는글> 포스트먼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가 테크노폴리라고 명명한 오늘날의 문화적 상황이다. 테크노폴리란 기술이 신격화되고 모든 권위를 독점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인간이 기술에 모든 전권을 내어주고 스스로를 기술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아이러니컬한 문화적 상태이다.

책은 기술이 이끄는 목적지가 어디이며,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우리가 알지도 못한 채 겪어야 하는 가치와 규범의 혼란을 이야기한다. 기술과 문화가 맞물려 돌아가는 이 시대 문화변동의 기본 구도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저자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테크노폴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치전도의 문제와 이것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비록 저자가 미국을 테크노폴리가 실현된 유일한 나라로 꼽고 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테크노폴리의 다양한 양상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그 의미를 발휘한다.  - <테크노폴리> 책소개 중에서 (via 알라딘)
  1. T.S. 엘리엇은 시의 의미에 대해 말하면서, 시에서 명백한 표현들이 사용되는 주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독자들의 한 가지 습성을 만족시켜 그의 마음을 유도하고 잠잠하게 하는 것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시문이 독자를 상대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도둑이 개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늘 고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시말해 우리는 자신이 지켜야 할 집이 털리는 것도 모르고 한가로이 도둑이 던져준 고기나 뜯고 있는 개와 같은 신세라는 것이다. <테크노폴리> 중에서 (임의 요약)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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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일 철도가 없었다면

    Tracked from 하민혁의 서재 2010/05/22 22:37 Löschung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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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 2009/11/24 09:3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좋은 얘기입니다

  4. 뫼르소 2009/11/30 15:0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좋은 책일거 같군요. 한 번 읽어 보아야 겠군요. 포스터모더니즘이란 이름하게 해체되는 모든 규범속에 현대인들이 얼마나 기술의 충실한 개가 되는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군요.^^

    이 기술은 단순한 사물화된 도구화적 개념보다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레토릭의 기계로 좀더 확장해서 봐도 되겠지요?

  5. 架空請求に関してのガイドライン 2011/06/02 10:3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정치적인 레토릭의 기계로 좀더 확장해서 봐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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