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이하 한명숙)가 정부와 조선일보 그리고 조선일보 기자 2명 등에 대해 피의사실공포, 허위사실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총 4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검찰 수사진에 대한 형사고발을 했다는 소식이다.

한명숙, <조선일보>-정부에 총 40억 소송 
<뷰스앤뉴스> 2009-12-11 15:19:04
 
기사에 따르면, 한명숙은 소장에서 "2007년 곽영욱으로부터 수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단 1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거듭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나는 한명숙의 주장이 맞다고 본다. 다시말해 '곽영욱으로부터 단 1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한명숙의 말은 '팩트'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2007년 초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는 지난 10일자 조선일보 기사


검찰은 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69·구속 기소)이 “2007년 초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을 찾아가 한 전 총리를 만난 뒤 총리 공관에 5만 달러를 두고 나왔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돈의 성격이 무엇이며 한 전 총리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법률검토를 하고 있다.


12일자 동아일보 기사 내용의 간극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직접 건넸다'던 돈이 불과 이틀 사이에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총리 공관에 두고 나왔다'로 바뀌고 있는데, 이 차이에만 주목하더라도 한명숙이 '곽영욱으로부터 돈을 직접 받지 않았다'는 것은 팩트임이 분명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관건은 곽영욱이 (정신이 살짝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총리 공관에 두고 나왔다'는 5만 달러의 행방이다. 하지만 이 돈은 거의 99.9% 추적이 불가능하다. 달러에 이름 석 자를 새겨둔 것도 아닌 마당에, 그냥 '두고 나왔다'는 돈의 행방을 추적, 입증한다는 것은 아무리 날고 기는 검찰이라 해도 도대체 가능한 일이 아니겠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로서도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검찰이 확보했다는 곽영욱의 총리공관 출입기록과 CCTV 녹화화화면이다. 이에 대해 트위터러 '김군'은 다음과 같이 꼬집고 있다.


검찰이 대한통운 곽사장의 총리공관 출입기록과 CCTV 녹화화면을 확보했다고 한다. 정부청사 총리실이 아닌 총리공관에 왜 택배사 사장이 출입하는가? 한명숙이 뇌물을 안받았다면 혹시 불륜인가?


참으로 '엣지 있는' 글이다.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꼬집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명숙으로서는 이를 해명하는 일이 살짝 곤혹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돈을 받았다는 결정적 증거로 이어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결국 이 사건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지리한 정치적 법률 공방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렇다면 이 일이 왜 사건이 되어야 했던가 하는 점에서다.

5만 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 그리 큰 돈도 아니다. 게다가 설사 곽영욱이 한명숙에게 그 돈을 직접 건넸다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면 딱히 입증할 길도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를 언론에 흘리고, 이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언론이 대서특필한 까닭이 어디에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언론의 관심은 온통 '한상률 게이트'와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 모아져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저 문제들에 대한 열기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사회적 관심이 분산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누군가가 이 정도면 사건을 함 일으켜봄직하다 생각했던 건 혹시 아닐까? (당근 아닐 것이다.)

 

이해찬 "한명숙 사건은 '21세기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

이해찬 "한명숙 사건은 '21세기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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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명숙 전 총리 인사청탁 대가 수수의혹 5만달러? 아니면 5천만원?

    Tracked from IPR Professionalism 2009/12/13 16:37 Löschung

    한명숙 전 총리 인사청탁 대가 수수의혹 5만달러? 아니면 5천만원? 한명숙 전 총리가 인사청탁 대가로 5만달러 수수의혹을 받고 있다. 본업이 언론홍보인지라 언론의 입장에서 의문점을 제기하고 싶다. 왜 노무현, 한명숙 의혹 기사에는 우리나라 공식 화페단위인 원화 대신 달러로 금액이 표기되는지? 우리나라 언론이 뉴스에서 사용하는 기준

  2. 민주당은 결코 공작 정치에 굴하지 않습니다.

    Tracked from 이계안의 희망만들기 2009/12/15 19:44 Löschung

    이계안입니다. 원래는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무거운 이야기가 함께 나가게 됐군요. 오늘 전하는 이야기는 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12월 4일 저녁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날, 용인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민주당 친구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재밌는 모임을 갖고 있었거든요. '민주당 리더십 아카데미'라고 하는, 정치연구인들의 수련회라고나 할까요. 전 이 날 5분 스피치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초대 받았습니다. 저녁의 하이웨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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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하민혁 2009/12/13 02:5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해찬 "한명숙 사건은 '21세기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
    유시민 "내년 지방선거 패할까봐 한명숙 죽이려 해"

    - http://is.gd/5l81e

  4. 이스트라 2009/12/13 05:1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오..의외인데요^^;;
    같은 생각이실줄은 ㅎㅎ

    정치적의도로 키운 게 분명한 사건..
    그리고 그 의도를 성취하기 위해.. 지나치게 급하게 오버했다는 인상도 지울수가 없고..

  5. snowall 2009/12/13 09:1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데, 이건 진짜 개그군요.ㅋㅋㅋㅋ

  6. 나니 2009/12/13 15:4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죄가 없으면, 그냥 출두해서 재판받으면 되는 겁니다.
    무죄판결 받고 죄가 없음을 입증받아서 그때 싸움을 벌이면 되는데...
    왜 이인제, 김민석 식 실패한 버티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겨우(?) 몇천만원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총리가 그렇게 낮은 위치도 아니고... 보좌관이 빼돌린다던가 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고-_-;;;

    • 음... 2009/12/14 16:02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그건 출두하는 순간 포토라인에서
      사진찍히고 기사 뿌려지는게 타격이 크기 때문이죠

      우리 국민들 아시지 않습니까?
      일단 사진 보고나면 그놈은 더러운 놈 인식하고
      나중에 판결이 설사 무죄로 난다 하더라도
      전혀 신경 안쓰는걸요.보도도 잘 안해줄테고

      그리고 아마 목적이 뻔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결말이 금방 나지도 않을겁니다.
      선거때까지 질질질 끌면서 더러운 이미지만 계속 주겠죠

  7. 뷰스앤펌 2009/12/14 15:1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검찰 "곽영욱, 여러명과 한명숙 만나러 가"
    곽영욱 "동행자들이 먼저 나간 뒤 5만불 놓고 나와"

    - http://is.gd/5mmgS

  8. 유동닉 2009/12/14 16:4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아니 뭐 정식으로 영장 발부하시던가.
    다른 표현으로 쫄리면 뒈지시던가.
    법치주의 한다면서요. 법대로 하라 그러세요.
    무죄추정 원칙도 없이 언론에 흘린 넘들도 법대로 처리해야죠.

  9. 야후블로그 2009/12/16 03:4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진보.좌파가 잘 먹고, 잘 사는 법 - "고인(故人) 팔아먹기"
    http://kr.blog.yahoo.com/hothead_1@ymail.com/139

  10. 1111 2010/03/13 12:2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요즈음 한명숙사건진행되는 거 보면 또하나의 검찰이코미미디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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