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에서 헬렌 켈러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봤습니다 EBS 가족극장에서 보여준 영화였는데요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헬렌 켈러의 위대한 스승, 애니 설리번'이었지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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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포스팅에서도 얘기를 했지만 우리집에는 아이가 둘 있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가는 남자 아이와 6학년에 올라가는 여자 아이입니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확실하게 제몫을 다하겠다싶을 정도로 쌩쌩한데(너무 쌩쌩해서 탈입니다 ^^) 큰 아이는 여러 점에서 좀 그렇습니다(눈 뜬 멸치 먹이기와 진보 개혁 드라이브)

그래서 이 문제로 아이 엄마와 자주 다투곤 합니다 나는 아이를 넘 몰아세우지 말라 하고 아이 엄마는 아이를 왜 강하게 키우지 않느냐고 하면서입니다 오늘도 이 문제로 집에서 한 판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러면서 저 헬렌 켈러 영화 얘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아이 엄마의 논리는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헬렌 켈러같은 아이도 훌륭한 스승을 만나서 저렇듯 훌륭하게 자랐지 않느냐 헬렌 켈러 영화를 보고도 지금 아이를 감싸고 도느냐 그건 아이를 나약하게 만드는 거다 아이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 당신은 도대체 교육이 빵점이다 뭐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우리 아이는 별로 '안' 강해보입니다 신체적으로도 약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약합니다 날고 기는 스승을 만난다고 해도 그렇게 강해질 것같지 않습니다 차라리 섬세한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주는 게 더 나아보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니 그냥 그림 맘껏 그리게 하고 책 맘껏 읽게해주는 게 더 좋을 것같습니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그걸 집요하게도 못마땅해 합니다 

오늘 그래서 기어이 한마디 했습니다 정초부터 아이한테 좀 넘한다 싶어서였습니다


헬렌 켈러는 강한 아이였다 게다가 결과가 보여주듯이 헬렌 켈러는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이었다 스승의 강한 교육을 받아들일 하드웨어가 튼실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아인 다르다 위인과는 거리가 먼 아이다 설사 설리반 같은 스승이 온다고 해도 (설리반 같은 스승이라면 그랬을 리도 없겠지만) 헬렌 켈러에게 했던 것같은 강한 교육을 아이한테 강제했다면 우리 아이는 아마 이겨낼 수 없었을 거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왜 자꾸 헬렌 켈러의 이야기인 것인가


결과는? 당근 이번에도 역시 엄청 깨졌습니다 당신 부모 맞냐고 부모 자격 없다고 정상적인 부모라면 자기 아이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거라고 다다다다~ 30여분 동안 무차별 기총소사를 당했습니다 -_ ;;

그러나 어쩝니까 아무리 봐도 아닌 건 아닌 것을요 정작 강하게 키워줘야 할 부분은 아이 엄마가 주장하는 그런 쪽은 도무지 아녀 뵈는 것을요 조막만한 그 주먹에 태권도를 가르쳐서 뭐 하겠다는 것이며 바스락 소리에도 놀라는 그 섬세하고 여린 가슴에 담력 훈련을 시켜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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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민노씨.네 블로그에 갔다가 '조선일보 기고자들'이라는 포스팅을 봤습니다 조선일보에 기고하는 이른바 지식인들을 '까고' 있는 글이었는데 그 마지막에 장하준 교수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에서 민노씨도 그 작업에 살짝 곤혹스러워하는 듯했습니다

장하준이 누구인가요 지난 몇 년 동안 몇 권의 책을 통해 상당수의 진보적 인사들에게 말못할 곤혹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민노씨가 느끼는 '헷갈림'도 기본적으로는 그 지점에서 비롯되고 있는 걸로 보이구요

장하준이 진보적 인사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지점은 그가 박정희나 재벌에 대해 똑 부러지게 '잘못되었다'고 말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박정희식 경제부흥과 재벌 타도가 거의 유일한 자기 정체성인 진보적 인사들로서는 심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일 겁니다 하지만 장하준의 논리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실 저런 각론이 아닙니다 그가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기본적인 인식틀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장하준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 외적 충격을 받아들이는 역량 면에서 6,70년대 비슷한 상황 혹은 위치에 있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월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펴낸 책들에서 그가 펼치는 거의 모든 주장에는 이같은 인식틀이 그 저변에 깔려 있지요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러므로 박정희식 산업 육성과 재벌 경제 체제가 크게 하자가 있는 건 아니었다는 등의 얘기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의 튼실한 펀더맨탈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너는 나쁜 넘 나는 좋은 넘식의 아동티한 편가르기나 이분법적 흑백논리로는 답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이 글 자체가 억지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_-) 이를 헬렌켈러의 이야기로 풀어서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헬렌 켈러의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은 그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헬렌 켈러였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에 대한 교육 방식을 다른 이에게 적용했다고 해서 모두가 헬렌 켈러와 같은 결과를 낳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설리번식 자율(혹은 관점에 따라서는 강제) 교육을 그것을 받아들일만한 역량이 없는 아이에게 적용하는 경우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장하준의 주장에서 우리가 읽어야 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장하준의 주장이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것은 다시말해 그의 주장에서 우리가 정말 읽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박정희식 산업 육성 방식이 유효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를 따지는 데 있다기보다는 대한민국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새롭게 살펴볼 여지를 마련해주었다는 데 있다 바람직한 혹은 더 나은 비전을 그려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정확한 자기 능력의 검증이고 확인이겠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국가든 스스로를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아는 일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짓는 일이고 더 정확히는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는 일이다 설리번의 교수법이 헬렌 켈러에게 통했던 것은 그 대상이 (거인) 헬렌 켈러였기 때문이다 다른 (일반) 아이였다면 그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졌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설리반이 위대한 것은 헬렌 켈러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한 데 있는 것이지 헬렌 켈러를 성공적으로 교육시켰다는 그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장하준의 주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강 이런 얘기인데요 확실히 좀 어설픕니다 나중에 다시한번 다듬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지금은 우선 잠도 밀려오고 해서리.. 암튼, 결론 삼아 굳이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이같은 점에 비추어볼 때, 지금 우리가 너무 하릴없는 놀음에 자신의 능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사 방금 전에 TV서 들은 대통령의 멘트는 그 자체가 밥맛이기 짝이 없는 것이라서 소모적인 일인 줄 알면서도 나 역시 짜증이 먼저 나긴 합니다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거실에 켜둔 TV에서 흘러나오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 멘트였는데요 솔직히 이거 들으면서 뭐 저런 XX가 다 있나싶었습니다 저 인간은 어째 말 한마디를 해도 어쩌면 저렇게 4가지 없게 밥맛 떨어지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까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니.. 지금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일자리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 다시말해 그런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일일텐데 말이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족한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는 일입니다"는 멘트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도움입니다" 정도의 멘트를 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요




<덧붙이는글> 하도 어이가 없는 터라 도대체 이 인간이 또 무슨 말을 했나싶어 인터넷을 뒤져 신년연설이라는 걸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한 저 멘트의 원본은 전혀 다른 맥락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새해 경제운영에서 일자리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게 원본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듯싶지만 이건 전혀 다른 의미연관에 있는 말입니다 '일자리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말과 '새해 경제운영에서 일자리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말은 전혀 별개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말이니까요 앞자락에 있는 한정 어구 하나는 특히 이 경우의 한정 어구 하나를 빼고 넣는 것은 엄연한 왜곡이고 그래서 의도된 편집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무리 하는 짓이 밉고 인간 그 자체가 밉다고 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하는 말을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왜곡해 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공정방송을 부르대는 바로 그 방송에서 말이지요 하릴없고 소모적인 힘의 낭비를 하지 못해 안달이어 하는 대한민국의 새해 벽두 풍경입니다 씁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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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노씨 2009/03/10 01:0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뒤늦게 읽네요.
    이런 글을 다 쓰셨었군요...;;;; (확인 못해서 지송..)

    정확하게 말씀하고자 하는 바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는 장하준을 그의 책으로 읽은 바는 없기 때문에 장하준의 이론적인 배경이나 인식의 바탕에 대해선 뭐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만, 장하준이 조선일보에 칼럼을 썼던 건 몇 번 읽은 적이 있어서, 그 칼럼들은 대체로 김대중와 같은 내부 논설위원들의 칼럼이나 다른 여타의 조선일보 외부 기고자들의 칼럼보다는 합리적이군, 뭐 이런 정도의 감상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헷갈린다'거나, '곤혼스럽다'는 민혁씨께서 주관적으로 해석하신 바라 뭐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조선일보 기고행위가 갖는 판단표준이 잘못이라거나, 혹은 그 판단표준에 대해 이견이 계시면 그에 대해 쓰시면 되지 이런 저런 아리까리한 비유를 하시는 것은 하민혁씨께서 지금까지 해오신 방식으로 미뤄보면 ... 뭐랄까요, 그야말로 헷갈리고, 곤혹스럽습니다. : )

    추.
    현피 준비는 잘 되고 계신가요?
    (물론 농담입니다..ㅎㅎ)

    • 하민혁 2009/03/10 14:03  편집/삭제  댓글 주소

      ㅎㅎ 당근입니다. 제가 '글을 만들기' 위해서 차용한 터니, 님으로서야 당혹스러울 밖에는요. 그래서 실은 글을 써놓고도 트랙백을 안 걸었던 거구요. 이번에 다시 조선일보 야구가 나온 터라 빠진 맥락을 보충한다는 의미에서 링크를 한 거였습니다.

      채 정리가 안 된 생각으로 헷갈리게 해드려서 미안합니다. ^^ 다만, 이같은 디위에서 뭔가 하나를 정리는 하려고 합니다. 그게 당장은 안 나올 것같지만, 가다보면 이를 정리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지요. 제가 처한 상황이 오프에서 토론할 상황도 아니고 해서 블로그로 그걸 대신하고 있는 거구요.

      <덧> 현피 준비는..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 )

  4. 정주혜 2010/01/09 12:0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저기 저 이영화를 정말 급하게 구해야하는데요 한글자막있는걸로여 어디서볼수있나요 ㅠㅠ??

  5. 정주혜 2010/01/09 12:0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제 메일이 ckswngp@yahoo.co.kr 인데요 파일있으시면 보내주시면안될까요??

  6. 한상민 2011/07/23 18:4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자막 구하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1962년도 자막 밖에 없네여 혹시 있으시면 gkstkdals21@naver.com 으로좀 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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