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馬)을 지나치게 부려먹으면 숨이 끊어지듯이,
말(語)도 너무 써먹으면 값이 떨어진다.


1.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 말라.

벗과 친하게 사귀는 것은 좋지만 너무 허술히 접근하지는 말라.
일단 좋은 벗임이 확인되면 절대 놓치지 말라.

섣부른 햇병아리들과의 지나친 악수로 손바닥 살이 굳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필경은 사람마저 구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함부로 싸움판에 뛰어들지 말라.
하지만 일단 뛰어들었으면,
철저하게 해치워서 네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라.
다음부터는 그들이 너를 주의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쉽게 동의하는 일은 삼가하라.
다른 사람의 의견은 경청하되, 시비를 가리는 데는 신중하라.


의복은 인격을 나타낸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옷은 비싼 것을 택하되 품위가 있어야 한다.
저속한 화려함이나 허식에 빠져서는 안된다.

돈은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라.
돈을 빌려주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게 되며, 돈을 빌리면 경계심을 잃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에게 충실하라. 그렇게 하면,
밤이 지나 아침이 오듯이 자연 다른 사람에게도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
겉으로 내보이는 슬픔은 장식을 위한 옷에 지나지 않는다.

1.
각자의 분수에 따라 대우한다면, 뭇매질을 당하지 않을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햄릿

<햄릿> 표지 (c) yes24.com



1.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마음 속에 담고 참는 게 고귀한가,
아니면 밀물처럼 밀려오는 고난에 맞서 그것을 물리치는 게 고귀한가.


죽는 일은 잠드는 일. 다만 그뿐이라면,
잠들면서 시름을 잊을 수만 있다면, 인간의 온갖 숙명적인 고통을 잊을 수만 있다면,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 인생의 극치일 것이다.


죽는 일은 잠드는 일. 잠이 들면 꿈도 꾸게 되겠지.
아, 그러나 그것이 문제다.
삶의 온갖 번민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죽음 속에서 꿈을 꾸게 될 일을 생각하면,
죽음으로의 발길이 망설여질 밖에는.
이런 망설임 때문에 우리는 비참한 인생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한 자루의 단검만으로도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판에,
세상의 채찍과 조소를 누가 참고 있을 것이며,
또한 폭군의 무도한 행위와 권세가의 우쭐거리는 무례를,
버림받은 사랑의 아픔과 법률의 태만과 관리들의 불손함을,
그리고 선량한 사람이 불한당들로부터 받고 견디는 온갖 모욕을
도대체 누가 참고 견딜 것인가.


죽음 뒤에 무엇이 올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기에,
죽음을 넘어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과
그 미지의 나라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에,
비참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무거운 짐으로 땀 흘려 신음하면서도
죽음을 향한 우리의 결심은 흐려지고,
저 알 수 없는 세상에서의 미지의 고통을 받느니보다는
이 세상에 남아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려 하는 것이다.


사리를 분별하는 의식이 우리를 겁장이로 만든다.
불타오르던 결심은 창백한 생각으로 약해지니, 마침내는
저 웅대한 계획도 이런 잡념 때문에 옆길로 빠져 그 실천력을 잃게 된다.


1.
정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그 정숙함과 미모가 지나치게 가깝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숙함과 미모는 어울리지 않는 법이니,
정숙함이 미인을 정화시키는 일보다,
미모가 정숙한 여인을 타락케 하는 일이 더 쉬운 때문이다.


1.
악행은 반드시 폭로된다.
비록 온 세상이 감추려 한다 해도 악행은 그 모습을 반드시 드러낸다.


1.
정숙한 처녀는 달빛에서라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봄철의 어린 꽃봉오리는 활짝 피기도 전에 벌레먹기 십상이고,
아침이슬처럼 빛나는 싱싱한 젊음일수록 무서운 독기에 찔리기 쉬운 법이다.


1.
호레이쇼, 나의 벗이여.
이 사건의 진상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내가 죽은 다음에 남는 것은 오명뿐일 것이다.
그대가 진정으로 나를 위한다면 부디 죽음의 행복을 잠시 보류하고
이 험하고 고통스러운 세상에 살아 남아 나의 운명을 이야기해 다오.


1.
대사는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고함을 지르거나 웅변하는 투로 떠들어 댈 양이라면,
차라리 거리의 전령사를 불러다 시키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또한 손은 허공에 대고 그렇게 톱질하듯이 휘젓지 않아야 한다.
제스처는 항상 부드러워야 하는 것이다.


감정이 격하여 분수처럼 솟구치거나 폭풍이나 회오리 바람처럼 일어날 때에도,
자제력을 잃지 않고 그것을 유연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머리에 가발을 쓴 왈패들이 나와서는 목청껏 고함을 질러대고 과장된 감정 표현으로
극의 감동을 망쳐놓는 걸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말도 되지 않는 무언극이나, 큰 소리와 엉터리 수작 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싸구려 입석 관중을 상대하고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그런 배우들은 그야말로 채찍으로 갈겨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활기가 없어서는 안된다.
자신의 분별력으로 대사와 행동, 행동과 대사를 잘 일치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자연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연극의 목적에서 벗어나게 된다.
연극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을 거울에 비추어,
선과 악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면서,
그 사회의 시대적 상황과 성격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런 목적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혹은 간과하는 경우,
그 연극은 어줍잖은 관객을 웃길 수는 있겠지만
식견이 있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극장 안을 가득 채운 박수갈채보다도
식견이 있는 단 한 사람의 비난이 더 무서운 터다.


1.
여자의 걱정은 사랑이 깊어갈수록 커진다.
없을 때는 두 가지 다 없지만, 있을 때는 두 가지 모두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1.
인간은 자신의 마음이 정한 바를 쉬이 자신이 깨뜨린다.
마음이 세운 뜻은 기억할 수 있는 동안에만 의미가 있다.

그것이 태어나는 힘은 강하지만 자라는 힘은 약하기 짝이 없다.
이는 설익은 과일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익게 되면 누가 흔들지 않더라도 저절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기자신의 마음에 진 빚은 스스로가 갚기를 쉬이 잊는다.
열정 속에서 행한 맹세는 그 열정이 다하면 스러진다.
슬픔이나 기쁨이나 그 열정이 식게 되면, 그 뜻도 함께 사라지기 마련이다.
기쁨이 극에 달하면 슬픔 역시 극에 달하며,
슬픔은 이내 기쁨으로 변하고 기쁨은 곧 슬픔으로 변한다.


모든 세상사는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사랑이 운명과 더불어 변화한다 한들 무엇이 이상할까.
사랑과 운명,
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강한 것인가는 아직도 풀지 못한 문제다.


그러나 위대한 인간도 일단 몰락하면, 따르던 무리조차 그를 떠나게 되고,
미천한 사람도 출세를 하면 원수지간이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면,
우리네 인간의 사랑이란 결국 운명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더 이상 친구가 필요없는 부유한 사람에겐 넘치도록 친구가 많지만,
정작 친구가 필요한 가난한 이는 친구를 사귀려다 오히려 적만 만들고 있으니.


사람의 뜻과 운명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린다.
때문에 사람이 세우는 계획은 언제나 쉽게 무너진다.
마음은 분명 자신의 것인지라 뜻을 세우기는 어렵지 않으나,
운명의 목표는 알 수가 없으니 결과는 항상 뜻밖이기가 쉬운 것이다.


1.
이 피리를 불어보라. 피리를 부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너는 나를 뭘로 보는 거냐? 도대체 피리 소리 하나도 제대로 낼 줄 모르는 네가,
나에게서는 온갖 소리를 내게 하려 든단 말이더냐?
너는 마치 피리의 누르는 구멍을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내 마음 속 비밀의 소리를 꾀어내려 하고 있구나.


이 작은 피리 속에도 아름다운 소리와 풍부한 음악이 들어 있다.
그런데 너는 이 피리 소리조차 낼 수 없지 않느냐?
그래 너에게는 나를 다루는 게 피리를 다루는 일보다 더 쉽단 말이냐?
나를 악기 취급하는 것은 좋다만,
그러나 이처럼 하다가는 나를 화나게 할 수는 있어도 나를 연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1.
습관이란 나쁜 행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선한 행동에 아름다운 옷을 입혀 점차 몸에 맞도록 만들어주는 천사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를 참으면 내일은 참는 일이 더 쉬어지고,
다음날엔 그것이 더욱 더 쉬어진다.
습관은 우리의 타고난 성질마저도 바꿀 수 있는 것이니.


1.
나쁜 병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를 숨기다 보면,
결국은 목숨까지 잃게 된다.


1.
아첨을 잘하는 사람은 스펀지와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의 총애와 포상과 권세를 실컷 빨아들일 수 있으며,
아울러 얼만큼의 시기 동안은 상대방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빨아들인 것을 필요로 할 경우, 상대방은 그를 비틀어 쥐어짜게 된다.
그러면 아첨장이는 스펀지처럼 같이 이내 말라버린다.


1.
민중이란 이성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눈으로만 보고서 좋다 싫다를 결정하려 든다.
그들은 죄인이 받는 처벌만을 생각하지, 죄 그 자체는 보려 하지 않는다.


1.
참으로 위대한 것은 중대한 이유가 있을 때 몸을 일으키는 것이지,
사소한 이유로 경거망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이 명예와 관련된 일일 때는
지푸라기 하나를 두고서도 당당히 싸워야 한다.


1.
사랑을 하는 데도 때가 있는 법이다.
애정이란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그 불꽃이 강해지는가 하면 약해지기도 한다.
애정 안에는 바로 그 불꽃을 약화시키는 심지가 있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일도 한결같이 좋은 상태를 계속하여 유지할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일도 그것이 과도하게 되면
그 과도함으로 인해 도리어 그 장점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일단 마음 먹은 일이라면 즉각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세인들의 말이나 행동이나 다른 여러가지 일로 해서,
쉽게 약해지거나 흔들릴 수 있는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결심은 한숨과 마찬가지로 내뱉을 때마다
일시적인 기분전환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꾸 하다보면 몸에는 해롭다.


1.
별이 빛나는 것을 의심하시요. 태양이 움직이는 것을 의심하시요.
진리도 거짓이 아닌가 의심해 보시요.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나의 사랑만은 의심하지 마시요.


1.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신의 섭리는 깃들어 있다.
죽음이 지금 온다면 이후에는 오지 않을 것이고,
후에 올 예정이라면 지금은 아닐 것이다.
또한 지금 오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오게 될 것이고.


중요한 것은 평소의 마음가짐이다.
언제 죽게 될 것인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죽을 때 우리 모두는 빈손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젊어서 죽는 일을 슬퍼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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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너바나나 2009/02/10 00:0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캬~ 이건 뭐 구구절절이구만요.

    => 겉으로 내보이는 슬픔은 장식을 위한 옷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리 블로그에서 우는 소리하는 거 보기 싫고 저또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디 쉽진 않더만요.

  4. 하민혁 2009/02/10 00:3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확실히 그렇지요?
    밤에 썼다가 아침에 자삭하는 글들이 대개 그렇더라구요.
    근데 노력을 해도 더러 그런 글들은 또 꼭 남아요.
    장식은 해도해도 부족한 모냥이라는, 혹은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거거나. ^^

  5. moohan 2009/02/10 14:2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더 이상 친구가 필요없는 부유한 사람에겐 넘치도록 친구가 많지만,
    정작 친구가 필요한 가난한 이는 친구를 사귀려다 오히려 적만 만들고 있으니.

    ===============================================

    하민혁님과는 친해지고 싶었는데...OTL

  6. 머니야 2009/02/10 16:2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악행은 반드시 폭로된다..전적 공감입니다.. 세상이 쫍아서, 나쁜짓하면..반드시 어디선가 다시 만나서, 그 죄값을 꼭 되돌려받는 그런 사례를 주위에서도 보면서, 다들 한마디씩하죠^^ 그래서 죄짓구살면 안되..나중에 다 만난다니까...~ 잘읽구 갑니다~!

    • 하민혁 2009/02/10 22:46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싶구먼요.
      근디, 저건 단지 희망사항인 거잖어요.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렇기를 바라는.. 실제로는 아니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얘기의 다른 버전인 거지요. 넘 비관적인가요? ^^

  7. 달짜 2009/02/11 16:3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 말라."

    자주 들어서 알고 있지만, 감정이 앞서는 성격이라 항상 일 터지고 후회합니다. 다른 글들도 구구절절
    피와 살이 되는 말들인네요. 구글노트에 죄다 쓸어 담았습니다.

    좋은글 매일 읽기만 하고 쌩까는게 죄스러워 오늘은 답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하민혁 2009/02/11 17:10  편집/삭제  댓글 주소

      네. 고맙습니다. 일 터지고 후회하는 거.. 비단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라 해도 일생에 누구나 몇 번씩은 경험하는 일이 아닌가싶습니다. 그러니 수 세기 전의 세익스피어 시대에도 저 말이 등장하는 것일테구요.

      그리고, 제 블로그에 있는 글은 어떤 글이든지 마음대로 가져가셔도 됩니다. 뭐 가져가서 써먹을 데 하나 없는 하찮은 글들이긴 하지만요. 그래서 가져가시는 분께는 더 감사하는 마음이랍니다. ^^. 즐거운 하루이시길.

  8. 한방블르스 2009/02/12 00:4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 말라

    구구절절 옳은 말이군요. 햄릿을 위시리스트에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하민혁 2009/02/12 01:29  편집/삭제  댓글 주소

      어~ 정말 오랜만에 뵙는 듯. 세상살이가 하 위태하니 요즘은 웹마실도 쉬이 다니질 못 하고 있네요. 쌩쌩하시지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9. 김장환 2010/01/17 13:0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뮈야글이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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