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는 (인물과사상) 종간호의 머리말 제목을 '인터넷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라 달고 그 형식의 축복과 병폐를 분석한 뒤 "초기의 민중적 장점에만 주목하기엔 인터넷은 너무 비대해졌고 금력과 권력의 눈독이 집중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행위마저 규제하는 '규범 테크놀로지'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최윤필 기자의 바깥] <15> 출판사 개마고원 장의덕 사장 에서 개마고원 장의덕 사장이 전하는 강준만의 말이다. 8년 동안 33호를 낸 저널룩 <인물과 사상>의 종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다. 1호를 3만부 가까이 찍어내며 출발한 <인물과 사상>이 차츰 독자가 줄어 중반 이후부터는 계속 적자를 냈는데, 여기엔 인터넷의 출현도 한 몫을 했더라는 얘기다.

적절한 지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부분은 저 대목이 아니다. 인터넷 토론장의 등장을 언급하기에 앞서 장 사장은 독자가 줄어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건강한 논쟁의 광장이고자 했다. 강준만-유시민, 고종석-김정란, 강준만-권성우, 강준만-임지현ㆍ윤평중, 강준만-진중권 등 사안별로 몇몇 의미있는 논쟁도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는 우리 비평을 외면하거나 무시했다."

맞다. 확실히 의미있는 논쟁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논쟁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사실 지금도 나는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과 사상>의 지난 호를 가끔씩 들쳐보곤 한다. 논객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맛과 재미가 적지 않아서다. 에니웨이,

"하지만 상당수는 우리 비평을 외면하거나 무시했다"고 장 사장은 짚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 내가 주목한 대목이다. 이건 이전에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얘기지만, 나는 장 사장의 저 진단에 <인물과 사상>의 한계가 있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강준만의 저술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인물과 사상>의 논쟁은 지나치게 이슈 중심적이었다. 이는 <인물과 사상>이 주도하는 논쟁이라는 게 실은 문제의 원인이나 본질을 짚기보다는 그때그때 일어나는 센세이셔널한 이슈를 두고 벌이는 감각적 다툼 이상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여기서 동원되는 논거라는 게 대부분 현안을 두고 쏟아져 나오는 온갖 주의주장을 망라하는 것들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현안에 대해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주의주장들을 다 챙겨 읽고 그 비평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상적으로 주어진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장 사장은 사람들이 "우리 비평을 외면하거나 무시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장 사장의 나이브한 생각일 뿐이다. <인물과 사상>의 논쟁에 참여한다는 것은 끝도 없이 빠져드는 진흙탕에 발을 담그는 것과 같은 일이다. 특별한 직이 없는 말 그대로의 백수 논객이 아니라면 도대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울 뿐인 그 지리한 다툼에 발을 담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저널룩 <인물과 사상>은 처음부터 의미있는 비평의 장을 기대하기 힘든 장이었던 것이다.

강준만의 저술을 포함하여 <인물과 사상>의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는 실로 읽는 이들조차를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다시 봐도 그것은 순간적인 재기를 겨루는 것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문제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구석이 없지 않다. 나는 <인물과 사상>이 본격 비평의 장으로 기능하기 힘든 한계가 여기에 있다고 보며, 외면을 받은 근본적인 이유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 바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덧> 노파심에서 덧붙이지만, <인물과 사상>이 의미가 없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인물과 사상은 분명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당시의 상황에서 그보다 더 나은 장을 마련할 수 있었으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한계에 대한 진단에서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싶은 것 뿐이다. 그래야 다음에는 더 나은 광장을 열어갈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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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색깔 2009/10/08 11:5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오호....

    쉼표도 보이고 마침표도 보이네요.

    이제 글쓰기를 하시기로 ?

    • 남산 2009/10/08 14:38  편집/삭제  댓글 주소

      맞춤법에 맞는 문장을 구사한다고 글쓰기를 한다고 하진 않지요.
      이제 문장을 쓰기 시작한건데...
      문장을 쓰기 시작한 녀석이 비평을 논하다니...
      실로 괴이쩍기 그지 없습니다...
      ㅎㅎㅎㅎ

    • 색깔 2009/10/08 17:47  편집/삭제  댓글 주소

      남산/
      님의 글이 굉장히.............. 어렵군요.
      뭐라는 겁니까? 도무지 알수가 없음.
      좀 쉽게 해석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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