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적60분은 무엇을 추적했는가”
KBS '뉴스게릴라들의 반란-인터넷언론은 성공할 것인가'를 보고


지난 15일에 방송된 추적60분 "인터넷언론은 성공할 것인가?" 편을, TV를 통해서는 보질 못하고 VOD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정말 어렵게 시간을 내서 보긴 했는데,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한 가지였다.


"추적60분은 60분 동안 대체 뭘 추적했던 것일까?"

해외 현지 취재까지 하면서 애써 만든 '특집' 프로그램에 대놓고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보면서 추적60분이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같았다. 한마디로 졸작이었다. 눈에 밟히는 문제점 몇 가지만 간단히 지적해 보기로 한다.


먼저 이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의 타이틀에 충실하지 못했다. 기획 의도가 선명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프로그램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60분 내내 표류하고 만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다.

"인터넷언론 성공할 것인가?" 이번에 방송된 프로그램의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은 시청자로 하여금 인터넷언론 일반에 대한 이해와 인터넷언론이 성공하기 위한 제조건 등을 볼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추적60분은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만족스럽게 정리해주질 못했다.

방송은 심층 취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특정 인터넷매체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그런 일에 굳이 추적60분이 나설 이유가 어디 있었을까? 추적60분이 나서지 않아도 해당 매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고, 또한 그들 스스로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주류언론(추적60분은 기성언론을 주류언론으로 칭하고 있다)과는 다른 몇 가지 특성을 살피느라 그랬다는 해명은 가능하겠다. 그러나 그마저도 본질적인 측면에 대한 심층분석은 전무했다는 데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방송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거둔 몇 가지 성과를 들어, 그것도 거의 전적으로 정치적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성과를 바탕으로 인터넷언론의 위상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해당 기자가 인터넷언론 일반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상태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인터넷언론은 일부 친여 성향의 매체가 얻은 일시적인 성과와 관계없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해가는 과정에 있다. 그것은 기성 오프라인 언론의 정치적 의제 설정 문제와도 실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인너넷신문협회(모종의 정치적 의도로 급조된 단체)의 간사라는 사람이 나와 전하고 있듯이, 인터넷언론은 이른바 인터넷혁명이라 불리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버린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추적60분이 굳이 추적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이런 현상에 따른 문제점과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의 모색이었어야 한다. 하지만, 60분 내내 방송은 그런 고민의 일단도 내비치질 않았다. 홍보물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특정 성향을 지닌 매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했다.

이것은, 시청자가 많이 양보하여, 주류에 대한 비주류의 반란이라는 시각으로 봐준다고 해도 문제가 많은 방식이다. 그런 경우라면 방송이 설정한 비주류에 반하는 주류의 주장도 한마디는 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를 못했다(이 말 가지고 또 기계적 중립성이 어쩌고 하는 '기계적'인 입놀림 하는 애들은 제발 그 기계적으로 틀어대는 '앵무새식 반응'은 삼가주시기를 바란다).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할당한 오마이뉴스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오마이뉴스는 입만 열면 '시민기자' 운운하지만, 그러나 오마이뉴스에 있어 '시민기자'라는 말은 다만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논리 그대로를 차용해서 말하자면, 조선일보가 문화면을 정치면에 대한 방어막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를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기 위한 울타리로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오마이뉴스는 인터넷매체로서 성공을 거두었고, 그것은 인터넷언론의 발전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그 성공이 바람직한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조선일보의 성공이 조선일보의 문제성을 카바해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의 성공이 곧 오마이뉴스의 문제성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추적60분이 "인터넷언론은 성공할 것인가?"라는 타이틀에 충실한 방송이 되고자 했다면 추적60분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어야 한다. 오마이뉴스가 정치적 상업적으로 거둔 성과와는 별개로 그것이 과연 인터넷언론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해 물었어야 하는 것이다. 친정부적이고 친노무현적인 오마이뉴스의 행태가 그동안 친권력적이었다고 비판 받는 기성언론의 행태와 뭐가 다른가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추적60분은 이에 대해서는 어떤 심층적인 접근이나 추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선데이서울보다 더 선정적이고 북한 노동당기관지보다 더 선동적이고 배타적인 일부 정치적 성향의 매체를 인터넷언론으로 포장하여 보여주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한 가지 예로 추적60분이 상당한 시간을 취재하여 보여준 서프라이즈와 민중의소리라는 인터넷매체의 경우를 보자.


"1, 2원도 아닌 4억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천 9백억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비밀리에 북한에 지원했다는 것도 놀랄 일이거니와(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벨평화상까지 받게 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엄청난 돈을 준게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김대중 대통령은 즉각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하야(下野)해야 마땅할 일이기도 하다."


서프라이즈 대표 서영석 기자의 말이다. 지난해 대선 전에 한나라당이 정부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거론하자, 서 기자가 이를 두고 비아냥이고 있는 대목이다. 인터넷언론이 가져야 할 책임의식 같은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서영석씨가 최소한의 양식을 지닌 기자라면 이제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 마당에서는 뭔가 한 마디 공식적인 사과라도 있을 법 하지만 서 기자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말을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사람이니 대통령에게 '하야하라'는 말을 했을 리는 더욱 만무한 일이겠다.

그 뿐인가? 추적60분은 인터넷언론의 특성 가운데 하나를 쌍방향성으로 꼽고 있으나, 이 점에서도 서프라이즈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이다. 자신의 주장만이 절대한 진리라고 믿는 이들에게 있어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이란 단지 삭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될 뿐이다. 자신의 당파성과 다른 의견은 무조건 삭제하는 곳에서 '쌍방향성' 담론을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추적60분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커녕 이런 곳을 쌍방향성 운운하며 대안언론의 전형으로 소개하기에 바쁘다. 어찌 제대로 된 추적이 가능하겠는가.


추적60분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인터넷신문으로 소개한 '민중의소리'에 이르면 사정은 더하다. 이곳은 그 유명한 "철사줄로 꽁꽁 묶여..." 어쩌고 하는 허위 기사를 만들어 인터넷에 퍼뜨리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온 매체이다. 지금도 검색을 하면 이곳저곳으로 퍼날라진 그 허위기사가 인터넷에 수없이 널려 있다. 그리고 그런 거짓과 침소봉대의 테크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추적60분에는 이게 대안언론의 일정한 성공 모델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지금 한창 특검 중인 대북송금 이야기를 한번 더하자면, 대북송금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오마이뉴스는 한나라당이 '설(說)의 정치'를 펴고 있다면서 문제 제기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혈안인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노무현이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관련 당사자들로부터 '그 설(說)'을 사실로 확인하는 엽기적인 '특종'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특종'을 자랑하는 몰염치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언론이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회의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말 그대로 '정치언론'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목인 때문이다.
기성언론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출발한 이들 대안언론 어느 곳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기성언론을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기성언론 뺨치는 정치적 기동을 하고 있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지금 인터넷언론이 마주 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누가 봐도 '정치적 기제'에 의해 움직이는 인터넷언론의 당파성에 대한 분석과 검토야말로 "인터넷언론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살펴보는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추적60분은 과연 이에 대해 얼마나 정치하게 추적하고 분석했는가? 추적60분의 60분을 아무리 따라가봐도 이에 대한 분석과 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사실 '인터넷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조차 담보하지 못한 프로그램에서 '진정한 대안언론을 향한 인터넷 언론의 노력'과 그 성공 가능성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넌센스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추적60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럴듯한 광고성 기사를 내보냈을 뿐이다. 하지만, 추적60분의 광고성 기사는 성공적이지 못한 걸로 보인다. 서프라이즈 등에서는 추적60분의 광고성 기사에 대해 별로 탐탁해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MBC의 미디어비평으로 대표되는 화끈한 광고성 기사에 맛을 들인 이들로서는 추적60분의 광고성 기사가 별로 성에 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추적60분 팀에 정중하게 조언을 하고싶다. '추적' 어쩌고 하는 거추장스런 네임밸류 던져버리고 기왕 광고성 기사를 내기로 작정을 한 바에는 MBC의 미디어비평이 하는 것처럼 그렇게 화끈하게 한번 해주기를 바란다. 그 정도는 해줘야 추적60분이 비로소 뭔가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사족] 이 글을 쓴 이후에 한겨레신문의 정연주씨가 KBS 사장으로 영전을 했고, KBS에서도 MBC 미디어비평 같은 미디어비평 전문 프로그램을 신설한다는 소식이다. 잘 하는 짓이다. 언제라고 해서 방송이 정권의 주구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이 정권이라고 해서 어찌 예외일 수 있겠는가! 기왕 하기로 작정한다면 뭐든 화끈하게 하는 게 좋다. '화끈한 나팔수' 정연주 KBS 사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2003-06-12 오전 3:51:19  


 
<덧붙이는 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궤변은 정치권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이같은 궤변이 오히려 더 만연해 있는 곳은 정치권의 논리를 궤변이라 비판하는 바로 그 언론계이다. 특히, 정치 지형이 변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서 권력에 기생하며 설치는 언론계다. <통신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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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라온수카이 2006/04/22 04:2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야밤에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글을 읽게 되어 기쁘네요.
    잘 읽었습니다.

  4. 2009/09/23 14:2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하민혁이 오마이에 열등감을 갖기 시작한 접점인가...

    류도 급도 혼돈하고 막무가내식 열등감과 증오의 염을 갖는 기저의 정신적 병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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